A&futura SE100 / A&norma SR15
얼마 전 아스텔앤컨의 신제품이 공개되었습니다. KANN을 기점으로 아스텔앤컨은 기존의 AK 시리즈와는 별도의 라인업을 발표 중인데요. 작년 출시한 최상위 라인업 A&ultima에 속하는 SP1000에서는 옥타 코어 CPU를 탑재하는 등 기기적인 성능을 대폭 끌어올림과 동시에 완전히 달라진 UI를 적용시켜 AK 시리즈와 차별화시켰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리 성향 역시 이제까지 AK 기기들이 들려주었던 방향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SP1000의 발매 당시에도 앞으로 A&ultima 외에 몇 가지 새로운 라인업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언급되었는데, 뮌헨 하이엔드 쇼에 맞추어 A&futura, A&norma가 추가 공개된 것입니다. 원래 숫자로 분류되던 것을 단어로 재분류하니 뭔가 더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참고로 라인업들은 각각 최고 혹은 최후, 미래, 표준 정도를 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중상급기 라인업에 ‘미래’라는 단어를 사용한것이 재미있습니다. 왜지 미래를 거쳐 ‘궁극’의 기기로 나아가라는 것같은 기분이 드네요.
새롭게 발표된 기기는 futura 시리즈의 ‘SE100’과 norma 시리즈의 ‘SR15’입니다. 영어 명칭의 차이 외에 라인업 별로 숫자의 자릿수가 다릅니다. 왜 SR15만 10이 아닌 15를 택했을까요? 기기 네이밍 방식이 궁금합니다. 이 중 SR15는 디자인 및 사이즈, 그리고 가격적인 면에서 AK70 시리즈의 후속 제품으로 출시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SR15에서는 DSD64 포맷까지 네이티브 재생을 지원한다고 하니 PCM으로 변환 처리하던 AK70에 비해 한층 발전된 모습입니다.
오늘은 특정 제품의 후속이 아닌, 새롭게 등장한 SE100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려 합니다. SP1000과 SE100은 언뜻 AK380과 나머지 3 시리즈들의 관계를 떠오르게 합니다. 디자인과 사이즈는 두 기기가 거의 동일하지만 SP1000의 무게는 약 400g, SE100의 무게는 약 250g으로 SE100쪽이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다만 이러한 차이는 SE100이 바디 재질로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겉모습뿐 아니라 SE100은 기기적 성능 측면에서도 SP1000과 유사합니다. 5인치 터치 스크린, 옥타 코어 CPU 등 소리 외적인 스펙은 두 기기가 동일하고, 출력 역시 언밸런스 기준 2.0Vrms, 밸런스 기준 4.1Vrms로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AK 3 시리즈부터 SP1000에 이르기까지 최상위 라인업에는 AKM사의 DAC을 사용해오던 아스텔앤컨이 이번 SE100에서는 ESS사의 DAC를 선택함으로써 오디오적 스펙만 놓고 보면 SP1000과 SE100이 큰 차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SR15에는 Ciruss Logic사의 DAC이 사용되어서 결과적으로 세 가지 라인업은 각기 다른 제조사의 DAC을 채택했습니다. 각기 다른 제조사의 DAC을 사용함으로써 라인업을 구분하는 모습은 마치 더비트의 OPUS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SE100은 아스텔앤컨에서 처음으로 ESS사의 DAC을 사용한 기기라는 점에서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소리를 손보았을지 상당히 기대됩니다.
이번에 SE100에 사용된 SABRE ES9038PRO DAC은 ESS사의 최상위 8채널 DAC으로 거치형 기기가 아닌 포터블 플레이어로는 SE100이 최초로 이 DAC을 탑재하고 등장했습니다. 따라서 사용된 부품의 스펙만으로는 상급 기기인 SP1000과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해당 DAC이 포터블 기기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많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아스텔앤컨이 발표한 스펙을 따르면 SE100의 재생 시간은 11시간으로 SP1000의 12시간에 그리 많이 뒤떨어지지 않는수준입니다.
지금까지의 아스텔앤컨은 절대로 하극상을 일으키지 않는 브랜드였습니다. 이번에도 SE100의 내장 저장 용량은 128G로 SP1000보다 한 단계 적은 모습으로 어느 정도 서열을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소리만 놓고 따졌을 때 과연 SP1000과 SE100이 가격만큼의 음질 차이를 보일지 점점 궁금해집니다. SE100의 출시가는 약 1,700$라고 하니 국내 출시가 역시 200만원대 초반 정도로 책정될 듯합니다. 그렇다면 SP1000의 절반 정도의 가격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설 듯합니다.
한 가지 빼놓은 점이 있다면 바로 케이즈 재질에 관한 부분입니다. 아시다시피 SP1000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코퍼 재질의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얼마 전 출시된 오닉스 블랙도 스테인리스 스틸을 검정색으로 도색한 것이니 재질만 놓고 본다면 이전 SS 모델과 다르지 않습니다. 두 재질은 지금까지 아스텔앤컨에서 한정판 성격을 강하게 지녔던 것들입니다. 어찌 보면 SP1000은 모두 한정판으로만 제작된 셈입니다. 반면 SE100은 우선 아스텔앤컨에서 일반적으로 기기 제작에 사용했던 알루미늄 케이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이 부분이 두 라인업의 등급을 구분짓는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futura 라인업의 존재로 인해 앞으로 아스텔앤컨 제품 라인업의 발전 방향은 굉장히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모습대로라면 가격적으로 각각 플래그십, 중상급, 보급형 라인업으로 구분되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각각 독립적인 라인업으로 발전해나갈 여지도 있습니다. 특히 ultima와 futura는 지금처럼 서로 다른 제조사의 DAC을 활용한다면 밸런스적 성향의 소리를 추구하는 사용자와 음악적재미를 추구하는 사용자를 나누어서 각각을 타겟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괜찮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럴 경우 추후 SE100SS 혹은 COPPER 모델이 등장할 수도 있겠네요.
이번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아스텔앤컨은 프랑스 그래피티 아티스트 또마 뷔에의 작품인 무슈 샤와 합작하여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1997년 스트릿 아트로 처음 등장한 노란색 고양이 무슈 샤는 2007년이 되어서야 또마 뷔에라는 아티스트의 작품이라는 게 밝혀졌다고 합니다. 국내에도 ‘위대한 낙서’라는 전시회를 통해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는 무슈 샤가 이번에는 아스텔앤컨 기기 뒷면에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뮌헨 쇼에 전시된 아스텔앤컨&무슈 샤 컬레버래이션 기기는 신제품인 SE100, SR15 외에 SP1000과 AK70 MK2도 포함되었는데, 이 제품들이 실제로 판매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출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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