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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 May 02. 2018

완성형 S-Logic이 들려주는 입체감

울트라손 에디션 15

금과 티타늄을 사용한 GTC 드라이버, 사진 출처 : head-fi.org

금과 티타늄을 사용한 GTC 드라이버, 사진 출처 : head-fi.org

   울트라손은 과거부터 고급 아웃도어 헤드폰의 대명사였다. 지금처럼 포터블 시장이 고급화되기 이전 시기부터 울트라손은 에디션 시리즈를 필두로 하이엔드 헤드폰 시장을 주도해왔다. 사실 해당 가격대에 그 만한 디자인, 그리고 고유의 자극적인 사운드를 대체할 만한 다른 제품이 그리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포터블 시장은 급변했다. 신규 브랜드 및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의 포터블 시장 진출과 더불어 고가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블루오션이었던 해당 분야는 빠르게 레드오션화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울트라손이 취한 정책은 변함이 없었다. 한정 생산 정책을 기반으로 한 고가 정책을 고수했지만 시장의 반응을 보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모양새이다. 과거 포터블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던 울트라손 관련 글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생각할 부분이 있다. 과연 문제의 원인이 마케팅 방식에만 있었을까?  


  알다시피 울트라손은 초창기부터 S-Logic이라는 원천 기술을 가진 브랜드이다. 울트라손의 헤드폰에는 출시 시기에 따른 개발 단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S-Logic을 적용시켜 생산되었다. 초창기 S-Logic은 2010년 유럽미디어협회 주관의 Plus X Award를 수상할 만큼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혁신만 가지고는 뭔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반사음을 기반으로 한 S-Logic 특유의 묘한 울림은 듣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점차 왜곡을 줄인, 소위 ‘원음’에 가까운 사운드를 지향하는 분위기에서 너무나 강한 개성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것은 비단 필자의 생각뿐만은 아닐 것이다. 

사진 출처 : ultrasone.com


  작년 말 새로운 울트라손 시리즈가 출시되었다.  역시나 S-Logic 기반의 헤드폰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좀 다르다. 처음으로 S-Logic 기술을 개방형 헤드폰에 담아냈다. 혹시나 에디션5 이후 꾸준히 사용된 S-Logic EX인데 단지 개방형 방식에 사용되었다고 해서 뭐가 그리 달라지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들어보기를 권하겠다. 에디션 15는 지금까지의 에디션 시리즈와는 별개의 제품이다. 




하나의 제품에 사용된 다양한 소재. 


금과 티타늄을 사용한 GTC 드라이버, 사진 출처 : head-fi.org


  에디션 15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다양성’ 혹은 ‘하이브리드’가 어울릴 듯하다. 헤드폰의 주요 부품인 진동판과 이어컵 모두 서로 다른 두 가지 소재를 함께 사용했기 때문이다. 먼저 진동판은 금과 티타늄 소재를 혼합하여 새롭게 제작한 GTC(Gold Titanium Compound) 드라이버를 채택했다. 진동판 구조에서 주변부인 멤브래인(membrane)은 금으로, 중앙부 돔(dome)은 티타늄으로 제작되었는데, 티타늄이야 높은 강도 특성으로 인하여 진동판 소재에 자주 사용되는 소재지만 이와 함께 금을 사용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금은 강도로만 따진다면 티타늄과는 정반대의 속성을 가지는 무른 소재여서, 단순하게 예상하자면 보다 부드럽게 소리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따라서 울트라손이 GTC 드라이버를 사용함으로써 얻고자 한 것은 티타늄 돔에서 생성하는 선예도 높은 소리에 이은 골드 멤브래인의 부드러운 울림은 아니었을지 추측된다. 이는 뒤에서 언급할 S-Logic의 특징에 부합하는 사운드 튜닝이기도 하다.  


  울림통 역할을 하는 이어컵에는 나무와 금속을 함께 사용했다. 이 역시 진동판에서와 같이 서로 반대되는 강성의 소재를 혼합한 셈이다. 이어컵의 안쪽 구조와 바깥의 중앙부는 금속으로 처리했고, 전체적인 틀은 미국산 체리나무를 가공하여 입혔다. 체리나무는 밀도가 높은 하드우드에 속하는 고급 목재로 악기를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목재라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색이 익어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서 외적인 멋스러움을 더한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히 디자인만을 위한 선택은 아닐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어컵의 소재에 따라 소리가 확연히 달라지는 부분이나 스피커 스탠드, 심지어 스파이크에 따라서도 소리의 성질이 바뀌는 점을 생각하면 체리목의 부분적인 사용 역시 미세한 튜닝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목재는 금속에 비해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앞서 진동판에 금을 사용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모양새이다. 


  기본 구성품에 포함된 두 가지 길이의 케이블 역시 에디션 15의 하이브리드적 면모를 보여주는 예이다. 동일한 선재의 케이블은 각각 1.2m, 3m의 길이로 이동 중에 사용하거나 혹은 거치형으로 활용할 경우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재의 스펙은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두께가 두꺼운 케이블을 제공하는 여타 헤드폰들과는 달리 이어폰 케이블을 연상시키는 얇고 부드러운 케이블로 편의성을 더했다. 디자인적 요소야 원래부터 아웃도어에 더욱 어울리는 울트라손이지만 개방형 헤드폰이라는 에디션 15의 특성상 아웃도어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개방형답게 어느 정도의 누음은 당연한 것이지만, 최근 출시되는 이어컵 뒷면이 완전히 개방되는 유형이 아닌 진동판의 뒷부분에 흡음재를 덧댄 뒤 이어컵에 수많은 작은 구멍을 기하학적으로 뚫어 놓은 형태이기 때문에 완벽한 차음을 요하는 장소 외에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에디션15는 두 가지 재질의 이어패드와 호환된다. 우측의 가죽 이어패트는 별매. 사진 출처 : head-fi.org


  마지막으로 기본 구성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하는 벨루어 타입 이어패드 대신 메리노 가죽 이어패드를 구입해서 사용이 가능하다. 필자가 예전 울트라손 헤드폰을 사용할 당시 이어패드가 이어컵에 양면 테이프로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에디션 15는 마그넷 방식으로 이어패드의 탈착이 가능해서 원한다면 두 종류의 이어패드를 번갈아가면서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대여받은 품목에는 가죽 이어패드가 포함되지 않아서 비교 청음을 진행하진 못했다. 이어패드의 두께와 쿠션감이 적당하고 겉면의 벨루어 재질 또한 피부와 부드럽게 맞닿아 착용감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헤드폰의 무게도 350g으로 가벼운 편이어서 장시간 착용에도 큰 무리가 없다. 




S-Logic은 개방형 헤드폰에 적용되었어야 했다. 


  본격적으로 에디션 15의 소리를 평가하기 전에 S-Logic에 대해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S-Logic의 장단점을 살펴본다면 결과적으로 필자가 왜 에디션 15를 울트라손의 새로운 시작 지점이라 평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 (울트라손 S-Logic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필자가 기고한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 2016년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소리는 공간을 타고 전달된다. 정확히 말하면 공간에 채워진 기류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지만, 보통의 경우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는 동일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기류의 이동 경로인 공간이다. 보통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이, 그리고 헤드폰보다는 스피커를 통해 듣는 음악이 훨씬 좋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의 차이 때문이다. 스피커와는 달리 귀 양 옆에 각각의 채널을 대고 음악을 듣는 이어폰과 헤드폰은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현장감, 즉 무대 공간을 표현하기에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진다. 


  사람이 소리를 들을 때 느끼는 거리감각은 머리전달함수와 공간전달함수와 관계가 깊다. 결과적으로는 둘 모두 청자와 발음체와의 위치와 연관되는데, 청자와 발음체가 일직선에 놓이는 이어폰 및 헤드폰의 배치로 인해 공간 표현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는데, 녹음 과정에서의 해결책인 바이노럴 녹음 방식, 디지털 처리(DSP) 과정에서의 해결책인 크로스피드 설정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S-Logic은 울트라손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독특한 기술이다. 바이노럴 녹음 앨범은 그 수가 극히 적어 원하는 곡을 찾기가 불가능한 수준이고 크로스피드를 설정하는 것은 디지털 처리가 가능한 DAC 파트에서나 사용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S-Logic은 소리를 외이도에 반사시키는 순수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헤드폰이 문제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음원의 녹음 방식 또는 DAC의 기능 지원 유무와는 관계없이 청자는 헤드폰으로 어느 정도 입체적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울트라손 S-Logic의 자랑거리이다. 


  그렇지만 실제 S-Logic 기술의 활용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먼저 듣는 이의 귀 모양에 따라 전혀 다른 반사음을 듣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리고 울트라손이 말하는 전방 정위의 부작용으로 중역대에 묘한 착색이 가미되기도 했다. 해당 문제점들은 S-Logic Plus, S-Logic EX로 발전하면서 점차 해결되어 갔지만 필자가 듣기엔 여전히 울트라손만의 착색이 두드러지게 들리곤 했는데 이는 기존 울트라손의 밀폐형 헤드폰들이 S-Logic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방형과 밀폐형 헤드폰은 그려내는 무대의 좌우 폭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편이다. 당연히 개방형이 더 큰 폭으로 활용한다. S-Logic은 머릿속에서 맺히는 음상을 앞쪽으로 끌어내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무대의 규모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좌우의 폭이 좁은 상태에서 무대를 청자 앞으로 밀어내려다보니 무대의 모양이 왜곡되고, 왜곡된 공간에서 재생되는 소리는 착색될 수밖에 없다. 반면 좌우 폭에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무대가 앞으로 밀어내더라도 자연스러운 타원형 무대가 만들어진다. 에디션 15는 공간감뿐 아니라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기존의 것들과 차이를 보이지만 이는 뒤에서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보다 넓어진 공간에서 활용되는 S-Logic EX는 이전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효과를 불러왔다. 그래서였을까. 울트라손의 에디션 15 소개에는 ‘S-Logic EX 기술을 마음껏 발휘하는 개방형 헤드폰의 개발이 숙원이었다’고까지 적혀 있다. 개발자에게 직접 들을 수 없지만 아마도 필자와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지. 에디션 5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S-Logic EX이지만 본 실력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S-Logic은 개방형 헤드폰에 적용되었어야 했다. 




독보적 공간감, 청자 앞에 무대를 그려내다. 


사진 출처 : ultrasone.com

 

 에디션 15는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태어났지만 이제까지의 에디션 시리즈와는 별개의 소리로 보는 것이 적절할 정도로 달라진 소리를 들려준다. 필자의 경우 에디션 시리즈 특유의 묘한 중음역대 표현이 영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에디션 5 이후 모델부터 적용된 S-Logic EX에서는 어색함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개성 강한 음색으로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반면 에디션 15에서는 그러한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고음역대의 찰랑임에서 아주 살짝 기존의 음색이 묻어나지만 이제는 감칠맛을 더하는 조마료같은 역할만을 할 뿐 전반적인 소리 성향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점을 보면 S-Logic 기술이 개방형 구조를 만나면서 드디어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헤드폰이 제공하는 무대의 규모가 커지자 정말 반전이라고 부를 만큼 입체적이고 훌륭한 정위감을 뽐내며 착색이 사라지는 대신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는 최상급 공간감이 만들어졌다. 


Adele - When We Were Young (Live at The Church Studios)


  과거 에디션 시리즈가 중음역대의 음상을 앞쪽으로 빼는 대신 해당 영역을 강조시킨 결과 착색이 발생했다면, 에디션 15는 무대의 완성도도 높아졌지만 특정 영역을 강조시키지 않고 힘을 뺀 표현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음색을 지니게 되었다. 때문에 보컬의 위치가 조금 멀어졌지만 밸런스의 측면에서는 보다 균형이 잘 맞는다. 아델의 <25> 앨범 중 ‘When we were young’을 들어보자. 아델의 목소리 끝지점이 부드럽게 감싸지며 은은하게 들린다. 마치 널찍하게 개방된 공간이 만들어내는 울림과 함께 듣는, 홀톤이 섞인 소리이다. 


  필자는 포칼 유토피아를 주력기로 사용하는 중이다. 유토피아를 구입한 이후 지금까지 몇몇 매력적인 헤드폰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헤드폰에 대한 구매욕이 생기진 않았다. 유토피아가 모든 면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유토피아만큼 입체적인 공간감과 음악적 재미를 동시에 갖춘 헤드폰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디션 15는 음색 면에서 유토피아와는 전혀 다른 위치에 속한다. 기존 에디션 시리즈가 중고역의 자극적인 소리라는 면에서 유토피아와 어느 정도 연관점을 찾을 수 있었다면, 에디션 15는 굉장히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탈바꿈했다. 유토피아가 음선이 선명하고 소리의 콘트라스트가 진한 유형이라면 에디션 15는 마치 그보다 한 발짝 물러선 위치에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보다 부드럽고 고운 입자감으로 소리를 넓게 펼쳐서 들려준다. 


The Carpenters - Yesterday Once More (INCLUDES LYRICS)


  가령 카펜터스의 ‘Yesterday Once More’를 들으면, 유토피아에서는 카렌 카펜터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보다 가깝게, 그리고 피아노를 비롯한 연주 소리를 보컬과 그리 떨어뜨리지 않은 채로 들려주었다. 보컬은 선이 분명한 명징한 소리로 곡의 녹음 자체에 약간의 홀톤이 첨가되어 있지만 이를 그다지 강조시키지 않는다. 반면 에디션 15는 우선 무대 자체가 한 빨짝 물러선 곳에 위치하는데, 마치 커브드 모니터를 보는 것같은 형상이다. 보컬의 음상은 중앙에 맺히지만 나머지 연주들은 상대적으로 좌우를 넓게 활용한다.  


  어떠한 곡을 듣더라도 소리가 강하게 꽂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은 새롭게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보통의 헤드폰들이 청자를 무대 속으로 끌어들여서 음악을 들려준다면 에디션 15는 청자를 무대 밖에 세워둔다. 사실 에디션 15와 같은 객석 위치가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개방형 헤드폰이라 해도 표현 가능한 공간의 태생적 한계가 여전히 분명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실제 공연을 통해 혹은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할 때 귀뿐만 아니라 몸 전체로 음악을 듣는다. 저역을 들었을 때 마치 몸이 울리는 것 같은 두근거림과 강렬함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헤드폰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러한 가운데 머릿속에서 들리던 소리를 앞으로 빼낸다면 어떨까? 마치 내 머리 앞의 작은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광경을 상상해보자.  에디션 15의 공간 표현력은 매우 훌륭하다. 좌우 폭뿐 아니라 전후의 입체감, 특히 무대가 꾸려지는 위치 등 모든 면에서 최상급이다. 하지만 어떤 곡을 들어도 조금 더 볼륨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는 부족한 편이다. 이 부분에서 유토피아와 성향이 극명히 갈린다.  


Jax Jones - Breathe (Official Video) ft. Ina Wroldsen


  단순히 무대의 깊이감만을 따지자면 유토피아쪽이 더 깊다. 거기에 스케일이 큰 웅장한 저역이 선명한 중고역을 잘 뒷받침해주어 음질과 재미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춘 것이 유토피아의 매력이다. 반면 에디션 15는 유토피아에 비해 깊이감은 조금 모자란 대신 넓은 좌우 폭을 가지고, 무대를 앞으로 끌고 나옴으로써 그려내는 독특한 입체감이 인상적이다. 다만 저역까지도 다른 음역대와 같이 다소 거리를 두고 재생되기 때문에 듣는 재미를 강조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몸으로 직접 느껴지는 강렬한 소리를 원한다면 에디션 15는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에디션 15의 리듬감이 무딘 것은 아니다. 비트가 강조되는 장르의 곡을 들을 때에도 에디션 15는 통통 튀는 듯한 질감으로 무난하게 소화해 내었다. Jax Jones의 ‘Breathe’는 전형적인 일렉트로닉 장르의 곡이다. 이 곡을 에디션 15로 들었을 때 뛰어난 정위감으로 비트를 하나하나 응집시켜 마치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장난스럽게 비유하자면 춤을 추기 위해 클럽에 가는 사람이라면 그리 성에 차지 않을 테지만, 음악을 들으러 가는 사람이라면 에디션 15의 곡 표현력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에디션 15의 소리 성향은 최근 발매한 오디오가이 레이블의 <모차르트 : 레퀴엠> 앨범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이번 앨범은 인천의 갈산동성당에서 레코딩되어 천고가 높은 성당의 공간적 특성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앨범을 들어보면 여타 레퀴엠 앨범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데, 다른 파트에 비해 합창부에 중점을 두면서 무대의 좌우보다는 상하 공간의 개방감이 잘 살아난다. 오디오가이 레이블은 오디오가이만의 사운드가 확실히 묻어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간접음을 그대로 살려 녹음이 이루어진 장소의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때문에 연주와 조금은 거리를 둔 상태로 레코딩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러한 특징은 헤드폰보다는 스피커로 들었을 때 보다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 앨범은 헤드폰으로 들었을 때 곡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상당히 어려운 앨범에 속한다. 중역이 강조되면 합창부가 너무 도드라지면서 소리의 울림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반대로 V자 성향에서는 가뜩이나 조금 거리를 둔 채 녹음된 합창부가 너무 먼 곳에 자리를 잡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곡이 담고 있는 공간감을 어떻게 살려내느냐인데, 이 부분 때문에 스피커로 들었을 때와 헤드폰으로 들었을 때의 차이가 심한 편이다. 그런데 에디션 15로 들은 레퀴엠은 이 부분을 완벽하게 커버했다. 합창 파트와 남성, 여성부 솔로 파트 모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자리를 잡았고, 그 덕에 울림이 살아나며 직접음과 간접음의 조화가 훌륭하다. 리뷰를 진행하는 동안 들었던 많은 앨범들 중 에디션 15와 베스트 매칭인 앨범을 꼽으라면 이 앨범을 꼽겠다. 




리뷰를 마치며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기기와 에디션 15를 물려볼 기회가 있었다. 포터블 플레이어로는 어쿠스틱리서치의 ar-m20을, 휴대용 DAC/AMP로는 그레이스디자인의 m900을, 거치형 시스템으로는 KTS오디오 Air4를 함께 사용했다. 기기에 따라 에디션 15의 실력차가 꽤나 많았는데, 소스 및 앰프단의 공간 형성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리뷰의 소리평은 주로 Air4와 매칭했을 때의 결과이며 m900에서도 어느 정도 에디션 15의 실력이 드러났지만 ar-m20과의 매칭에서는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필자의 짐작으론 포터블 플레이어 중 공간감이 넓은 편에 속하는 A&K 시리즈 제품과 잘 어울릴 듯하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소리는 상대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필자가 유토피아를 좋아하는 이유가 헤드폰임에도 스피커 느낌을 풍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디션 15와 비교하며 들으니 오히려 이번에는 유토피아가 보다 헤드폰적인 소리에 가깝다게 느껴졌다. 만약 다른 헤드폰과 비교했다면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에디션 15를 기점으로 울트라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S-Logic은 이제부터가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그 만큼 에디션 15는 인상깊었다. 울트라손, Well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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