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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 May 02. 2018

2018 일본 봄철 헤드폰 페스티벌

직접 참관하지 못하니, 간접적으로나마 구경하자 - (3) 디지털 부문

  2018 일본 헤드폰 페스티벌을 정리하는 마지막 분야는 디지털 부문입니다. 포터블 플레이어와 DAC/앰프 몇 개를 추렸습니다. 오디오 분야 중 가장 빠르게, 그리고 급변하는 분야가 바로 디지털 분야입니다. 매해마다 새로운 DAC이 출시되고 오디오 브랜드들은 또 최신 칩을 사용한 기기를 만들어냅니다. 24개월 할부로 구입했다가는 할부가 채 끝나기도 전에 구닥다리 기기가 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신제품을 소개하는 이번 글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디지털 분야도 꼭 신제품이라고 해서 지난 제품보다 월등히 뛰어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같은 가격이면 출시된 지 몇 년이 지난 상위 등급의 제품을 중고로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오디오숍이 주관하는 중고 거래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잘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국내는 중고 시장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유독 신제품에만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의 성격도 문제지만,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품을 소위 후려치다시피 팔아버리는 판매자의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자신의 배만 불리려 하는 소수의 판매자들은 결국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 상처만 입고 떠나버려 시장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점 깊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1. STAX 정전형 DAC/헤드폰 앰프 ‘SRM-D10’ 


 

사진 출처 : av.watch.impress.co.jp


  헤드폰 편에 이어 이번에도 스탁스 제품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포지션이 조금 특이한데, 스탁스의 정전형 헤드폰(스탁스 앰프와 호환되는 다른 정전형 헤드폰)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DAC/앰프인 ‘SRM-D10’입니다. 이전에는 애초에 포터블 용도의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정전형 제품들이 전용 앰프를 달고 출시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기존의 정전형 헤드폰을 휴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DAC/앰프를 내놓은 제품이 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SRM-D10에는 PCM 384kHz, DSD 5.6MHz까지 지원하는 DAC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입력과 디지털 입력을 모두 지원해서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아날로그 입력시 4.5시간, 디지털 입력시 3.5시간의 구동 시간으로 배터리 타임이 그리 길지 않은 것이 흠입니다. 엄청난 전압을 필요로 하는 스탁스 헤드폰을 구동시켜야 하니 한정된 사이즈에 넉넉한 양의 배터리를 담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겁니다. 저는 배터리 타임에 앞서 과연 저 만한 사이즈의 앰프가 스탁스 헤드폰들을 충분히 구동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갑니다. 


 

  사실 휴대용 앰프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스탁스 헤드폰을 바깥에서 사용할 만한 용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아무래도 이번 SRM-D10의 등장은 추우 스탁스에서 아웃도어 용도의 정전형 헤드폰을 내놓기 위한 포석이 아닐까 조심스래 예상해 봅니다. 작년부터 최상위 앰프와 헤드폰을 내놓는 등 최근 활발하게 제품을 개발 중인 스탁스이기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도에 새로운 제품 소식을 가져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 듯합니다. 


 

  SRM-D10의 가격은 약 9만 엔입니다. 


 


 


 

2. Lotoo ‘Paw Gold Touch’ 


 

사진 출처: phileweb.com


  이번 헤드폰 페스티벌 포스터에 메인 제품으로 등장한 제품, 로투 ‘Paw Gold Touch’도 기대되는 제품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도 몇 년 전 포골드가 소개된 이후 많은 유저들이 힘이 넘치는 특유의 음색에 좋은 평가를 내렸었는데, 이번에는 로투 최초로 액정 터치를 지원하는 포골드 터치가 소개되었습니다. 최초로 액정 터치를 지원한다는 게.. 절대로 요즘 시대에 자랑거리가 될 순 없겠지요. 다만 기존 포골드가 소리나 외적인 마감에 비해 시대에 뒤쳐진 UI로 균형이 맞지 않았다면, 이제야 그 균형을 맞추어 편의성 면에서도 뒤떨어지지 않게 되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겠습니다.  


 

  포골드 터치는 AKM의 AK4137 DAC를 사용하여 PCM 768kHz, DSD 22.4MHz의 현존하는 모든 고음질 음원 재생을 지원합니다. 참고로 포골드 시절부터 DSD 재생의 경우 로투만의 처리 기술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밖에 FPGA 칩을 활용한 AK8142 듀얼 클럭 시스템도 포골드 터치의 주요 기능입니다. 듀얼 클럭은 각각 음악 재생과 DSD-PCM 변환 용도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밸런스단으로 4.4mm 일본 표준 규격을 채택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제는 젠하이저를 비롯하여 일본 외 다른 국가 제품들도 4.4단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추세입니다. 아직까지는 아스텔앤컨을 필두로 한 2.5 밸런스단과 4.4 밸런스단이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4.4 밸런스단이 2.5 밸런스단을 앞지를 수도 있겠습니다.  


 

  포골드 시절부터 워낙 개성이 강한 소리를 들려줬기 때문에 이번 포골드 터치 역시 로투만의 색깔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알기로 이미 국내에서 공구 형식으로 포골드 터치를 구매한 분들도 계신 듯한데, 과연 어떠한 평을 받게 될지 궁금합니다. 


 

  포골드 터치의 가격은 일본 발표에서는 미정이었습니다. 


 


 

3. 오리올루스 ‘DP150’ 


 

사진 출처: phileweb.com


  국내에는 이어폰으로 유명한 오리올루스가 개발 중인 DP150의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 기기 전에도 1910샵에 황동 버전의 DP100이 청음용으로 잠시 비치된 적이 있지만 정작 실제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아 전설 속으로만 남아버리기도 했습니다. 


 

  판매도 되지 않은 기기임에도 불구하도 훌륭한 소리 때문에 청음해본 몇몇 유저들 사이에선 오리올루스의 DAP 발매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분들도 있으실 만큼, DP100 황동 버전의 소리는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도 몇 번 청음해봤지만 해당 가격대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완성도의 소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DP150만의 특이점이라면 모듈 형식으로 앰프와 DAC을 교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피오나 아이바소 등에서 앰프 모듈 교체형 DAP를 출시한 사례가 있으나 DAC 파트까지 모듈에 포함시킨 것은 아마 DP150이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DAC과 앰프 모듈이라니.. 사실상 기본적인 작동을 위한 파트를 제외하고 소리적인 요소는 매번 모듈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점은 모듈의 가격과 얼마나 다양한 모듈을 지원할 수 있는가인데, 아무래도 앰프 모듈보다는 가격이 조금 올라가긴 하겠지요. 하지만 교체 후 소리 변화를 생각한다면 마치 새 기기를 구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모듈과 관련한 정보를 개인 및 기업에게 무료로 오픈해두었기 때문에 서드파티 모듈의 출시도 가능합니다. 항상 새로운 소리에 목마른 유저들에게 이 만한 장난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과연 이 녀석은 언제쯤 출시가 가능할른지.. 출시하기는 하는 건지...ㅎㅎ 가격과 출시 예정일은 아직 미정입니다. 


 


 

4. iFi ‘xDSD’ 


 

사진 출처: phileweb.com


  정말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iFi에서 새로운 포터블 DAC/앰프인 ‘xDSD’를 선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이제까지의 iFi 제품들과는 전혀 다른 크롬 수통 디자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본 어느 제품보다 디자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제품입니다. 


 

  iFi하면 떠오르는 것이 브랜드 초기부터 현존하는 모든 샘플링레이트의 음원을 재생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는 매우 강력한 출력입니다. xDSD는 iFi의 라인업 중 마이크로와 나노 중간의 새로운 위치에 설 것으로 보입니다. iFi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이미 ‘X 시리즈’라는 카테고리가 신설되었더군요. 아마 추후 xDSD 외에 비슷한 디자인의 다른 제품들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xDSD는 USB, 광, 동축 디지털 입력을 지원하는 것 외에 블루투스 연결도 지원합니다. USB 연결의 경우 이전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USB A 타입 단자를 사용 중이기 때문에 iOS 유저들은 카메라킷만으로 간단하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MQA 포맷도 지원하기 때문에 타이달을 사용 중인 유저들에게 스마트폰+xDSD 조합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듯싶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iFi 제품들의 소리는 깨끗하고 직선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경질의, 피곤하게 느껴질 만한 소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출시됐던 블랙 라벨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많이 부드러워졌더군요. 또랑또랑하지만 조금은 색다른 울림을 가진, 다른 기기들에선 좀처럼 듣기 어려운 소리였습니다. 이런한 소리가 앞으로의 iFi 사운드로 확립되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x 시리즈는 또다른 소리를 들려줄 것인지 궁금합니다.  


 

  iFi xDSD의 가격은 약 54,000엔입니다. 


 



  지금까지 2018 일본 봄철 헤드폰 페스티벌을 나름대로 간략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이밖에도 거치형 헤드파이 분야, 무선 이어폰 분야, 케이블 등 액세서리 분야와 같이 재미있는 볼거리가 풍성했던 축제였습니다. (이렇게 쓰니 마치 제가 직접 참관한 것 같습니다..ㅠ) 다시금 국내 헤드폰 페스티벌도 언젠가는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서길 바랍니다.  


 

  올해에도 벅스와 프헤가가 함께 하는 헤드파이 쇼가 10월 27~28일 코엑스에서 개최됩니다.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헤드파이 오디오쇼이니만큼, 저도 시간이 된다면 꼭 참관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분기에 한 번은 힘들더라도 반기에 한 번 정도는 열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보다 많은 기업들이 쇼에 참여해서 보다 풍성한 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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