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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 May 01. 2018

2018 일본 봄철 헤드폰 페스티벌

직접 참관하지 못하니, 간접적으로나마 구경하자 - (2) 이어폰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주목할 만한 이어폰들을 뽑아봤습니다. 애플을 필두로 스마트폰 업계에서 이어폰 단자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 맞추어 블루투스 이어폰들이 다수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다만 블루투스 이어폰의 경우 아직까지는 음질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고, 사용 목적상 음질보다는 편의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블루투스 이어폰들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미리 말씀 드리고 시작합니다. 


 


 


 

1.슈어 KSE1200 


 

사진 출처 : av.watch.impress.co.jp


  슈어에서 포터블이 가능한 정전형 이어폰 KSE1500이 출시된 지 약 2년이 지났습니다. 저도 KSE1500 발매 직후 구입해서 한동안 만족하며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소리로만 따진다면 지금도 전 음역대에 걸친 섬세한 표현력은 최상급 이어폰임이 틀림 없는 좋은 이어폰입니다. 


 

  한 가지, 정전형 방식이기 때문에 전용 앰프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포터블 유저들에게 큰 불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KSE1500의 전용 앰프는 제법 무겁고 두꺼워서 여기에 소스기를 붙이면 손에 들고 다니는 건 어지간한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전용 앰프에 DAC가 탑재되었다고 해도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단과는 달리 디지털단은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릅니다. 이어폰 자체로서 훌륭한 성능을 갖춘 KSE1500이 DAC 때문에 시간이 지나 구닥다리 신세로 전락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제가 사용하면서도 굳이 앰프에 DAC 파트를 포함시켰어야 했을까 의문이 들었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는 DAC 파트를 제외하면서 가격을 낮춘 파생 모델이 출시되었군요.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KSE1200은 전용 앰프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는 KSE1500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디지털 입력부를 생략하면서 앰프의 크기를 줄이고, 회로 간섭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아날로그단의 성능은 향상되었습니다. 배터리 지속 시간도 늘어났는데, 그러면서 가격 역시 저렴해졌고요. 제가 느끼기엔 ‘하극상’이라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슈어측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기존 KSE1500 유저들이 새롭게 출시된 KSE1200 전용 앰프만 구매할 수도 있을 텐데, 아직 이러한 판매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기존 유저들의 꾸준한 요구가 이어진다면 생각이 바뀔 순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초기에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유저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별도 판매를 진행하는 것이 옳바른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KSE1200의 가격은 약 20만 엔입니다. 


 


 


 

2. JH오디오 ‘Billie jean’ 


 

사진 출처 : av.watch.impress.co.jp


  JH오디오는 아스텔앤컨과 꾸준히 컬래버레이션 이어폰을 발표 중인데요. 세이렌 시리즈라 불리는 이 제품들은 모두 유명 팝송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여성을 제품명으로 사용한다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역사상 최고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인 ‘빌리진’을 따온 제품이 출시됐습니다. 


 

  빌리진은 듀얼 BA 드라이버가 사용된 이어폰으로 세이렌 시리즈에서 막내 라인업에 해당합니다. 최근 고가의 제품들과는 별개로 중저가 이어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 불릴 만큼 성능 좋은 제품들이 다수 등장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빌리진은 해당 가격대 제품들이 긴장해야할 만한 제품이 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JH오디오는 이어폰 업계에서 이미 인정을 받은 브랜드입니다. 다중 드라이버 이어폰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리 하비가 직접 지휘하는 브랜드이기에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고, 다중 드라이버에서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위상차’ 문제를 ‘freqphase’라 불리는 튜브의 길이 조절 기술로 깔끔하게 해결한 기술력을 가진 곳입니다. 작년에 출시한 자사의 첫 하이브리드 이어폰 ‘Lola’가 플래그십 라인업을 이끌 제품이라면, 빌리진은 새로운 유저층을 유입시킬 엔트리 라인업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단(?) 두 개의 BA 드라이버가 사용된 제품이라 그런지 빌리진의 케이블 단자는 기존 저음 조절 4핀 단자가 아니라 일반적인 2핀 단자가 사용되었습니다. 커스텀 케이블을 활용하는 유저들에게는 이것 또한 반가운 소식입니다. 선명한 빨간색 유닛으로 탄생한 빌리진이 과연 어떤 소리로 매력을 어필할지 두고봐야겠습니다. 


 

  빌리진의 가격은 약 4만 엔입니다. 


 


 


 

3. 파이널 ‘E4000, E5000’ 


 

사진 출처 : av.watch.impress.co.jp


  저는 파이널 브랜드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피아노 포르테의 독특한 사운드입니다. 이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이어폰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정 장르 혹은 특정 소리에 특화된 이어폰을 만들던 브랜드가 파이널이었습니다.  


 

  그런 파이널이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보다 대중적인 사운드로 튜닝된 제품들을 다수 발표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가격까지 착해서 국내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마니아만을 위한 브랜드가 아닌 것이죠. 제가 작년에 작성한 이어폰 추천 목록에도 파이널의 E 시리즈가 포함된 적이 있습니다. 


 

  전작의 인기를 힘입어 이번에는 그보다 상위 라인인 E4000과 E5000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번에도 두 가지 모델을 동시에 출시하더니 이번에도 그러네요. 파이널만의 특징인가봅니다. 두 제품에는 동일한 드라이버가 사용되었고 하우징의 재질에 차이를 두었습니다. E4000은 알루미늄으로 E5000은 스테인레스로 하우징을 제작했습니다. 이밖에 기본 케이블 역시 상위 제품인 E5000에는 OFC 은도금 케이블이 포함되어 차등을 두었지만, MMCX 탈착 방식이므로 커스텀 케이블을 사용하는 유저들에게는 큰 의미는 없을 만한 차이입니다. 


 

  울림통 역할을 하는 하우징의 재질은 소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두 제품의 소리 역시 당연히 큰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통 강성이 좋고 진동 억제가 보다 탁월한 스테인레스 재질이 음질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아스텔앤컨의 SS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아예 반대로 구리 재질을 사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전작에 비해 가격이 비교적 많이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E2000과 E3000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가격임에도 비교적 훌륭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제품은 우선 가격적인 메리트는 크지 않습니다. 


 

  E4000과 E5000은 각각 15,800엔, 29,800엔입니다. 


 


 


 

4. 아즈라 ‘호라이즌’ 


 



  아즈라 호라이즌은 최근 제가 리뷰를 작성한 제품이기도 해서 자세한 설명은 제 리뷰 링크로 대신하겠습니다. 기존 아즈라-01R과는 사용된 드라이버부터 다른 만큼 소리적인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른 성향의 제품입니다. 


 

  리뷰를 작성할 때만 해도 몰랐는데, 관련 기사 중간에 호라이즌 외에 01R의 후속 모델 격인 아즈라 MK2도 출시 예정이더군요. 그제서야 리뷰를 작성하면서 생겼던 의문이 해소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제품의 소리가 바뀌었을까 싶었는데, 서로 다른 소리 성향을 가진 두 개의 라인업을 구축할 심산이었군요.  


 

  전작과는 달리 호라이즌은 정식으로 국내에서 판매될 예정입니다. 얼마 전 출시 전임에도 커뮤니티에서 몇몇 이야기가 오고 간 적이 있었는데요. 이제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많은 분들이 직접 들어보고 다시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아즈라 호라이즌의 가격은 299,000원입니다. 


 


 


 

5. 포스텍스 & 핏이어 ‘TE200 / TE100R’ 


 

사진 출처 : stereosound.co.jp


  일본의 유명 브랜드, 포스텍스와 핏이어의 두 번째 컬래버레이션 제품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제가 전작인 TE100을 리뷰로 다룬 것이 2016년의 일이니 2년 만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군요. 이 중 TE100R은 기존 제품의 마이너 업데이트 제품 격으로 TE100과 동일한 다이나믹 드라이버x1, BA 드라이버x1의 하이브리드 구성입니다.  


 

  반면 TE200은 하이브리드 방식인 점은 같지만 두 개의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직렬 배치한 푸시풀 방식으로 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하우징이야 TE100부터 3D 프린터를 사용하여 내부 공간을 절묘하게 튜닝하여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사용되었음에도 덕트 없이 내부 음압 문제를 해결했으니, 그 구조적인 이점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TE200의 직렬 배치 듀얼 드라이버가 이러한 하우징과 만나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참고로 순수한 핏이어 제품은 아니지만 TE 시리즈는 국내에서 공식적인 루트로 핏이어 이어폰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이어폰입니다. 과거 셰에라자드에서 핏이어사의 커스텀 이어폰을 판매한 적 있지만 제작 기간 및 몇몇 문제로 인해 얼마 되지 않아 판매를 중지했습니다. 현재 핏이어사는 일본 자국 내 판매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오랜만에 TE100을 다시 청음한 적이 있습니다. 부드러우면서 풍성한 중저역의 울림은 지금 들어도 좋더군요. 한 가지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은 다소 답답하게 마무리되는 고역 표현인데, 이번 TE200에선 어떻게 바뀌었을지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TE200과 TE100R의 가격은 각각 약 17만 엔, 약 15만 엔입니다. 


 


 


 

  눈여겨 볼 만한 제품이 많아서 간략하게 정리만 하는데도 생각보다 분량이 많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DAP 및 앰프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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