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파이어 오디오 '아틀라스', 64오디오 '티아 트리오'
날이 슬슬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당분간 헤드폰은 고이 봉인해두고 이어폰을 사용하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예전에 비해 고가 이어폰의 출시 소식이 뜸한 대신 훌륭한 가성비를 갖춘 중급형 이어폰들이 대거 등장하는 요즘, 관심이 가는 백만 원 이상 고급형 이어폰들이 있어서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캠프파이어 오디오(Campfire Audio) 아틀라스(Atlas)
캠프파이어 오디오에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이어폰이 출시되었습니다. 두 가지 종류인데 각각 다이나믹 드라이버와 BA 드라이버가 사용된 단일 드라이버 구조의 이어폰입니다. 그 중 아틀라스는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사용된 이어폰입니다. 아틀라스에 사용된 드라이브는 이전에 자사의 VEGA 이어폰에도 사용된 적이 있는 ‘ADLC’ 드라이버인데, VEGA에 사용된 드라이버의 직경이 8.5mm였다면 이번 아틀라스는 10mm로 드라이버의 직경이 커진 것이 특징입니다. VEGA 역시 단일 드라이버 구조였던 만큼 아틀라스 출시 이후 두 이어폰의 소리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듯합니다.
캠프파이어 오디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ADLC는 ‘Amorphous Diamond-Like Carbon’의 약자라 하더군요. 다이어프램을 다이아몬드와 카본 그라파이트를 혼합한 소재로 제작했나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재질의 다이어프램인지라 소리가 어떨지 예상이 되지 않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높은 강도와 낮은 밀도를 얻기 위한 선택이라고 하는데,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고 고주파수의 빠른 움직임에서 분할 진동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볍고 단단한 소재를 개발한 결과 ADLC 드라이버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드라이버의 크기가 VEGA에 비해 커짐으로 인해 저역의 타격감이 강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역의 양감이야 사운드 튜닝으로 조절하는 부분이니 단순히 직경만으로 추측할 일은 아니지만 질감, 즉 타격감을 비롯한 저역의 풍성함은 아무래도 드라이버의 크기가 클수록 유리합니다. 다만 드라이버가 크면 클수록 고음역의 구동 능력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적절한 타협점이 필요한데, 캠프파이어 오디오의 대표인 Ken Ball은 10mm가 전 음역대를 재생하기 가장 적절한 크기라고 생각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새로 발표한 두 제품, 아틀라스와 코멧(Comet)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이 사용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기존 제품의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인 것도 눈길이 가는데, 이전 모델들이 각진 하우징 디자인으로 인해 착용감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포를 연상시키는(?) 이번 디자인 변화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듯합니다. 그나저나 반짝거리는 하우징을 보고 있으니 사용자 분들은 구입 이후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자칫 긁히기라도 하면...
사진 상으로는 하우징 후면에 에어벤트가 위치했습니다. 단일 다이나믹 드라이버 구조인 만큼 하우징 내부 설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3D 프린터를 활용했다고 하네요. 과거 오리온 시절 이어폰 내부 사진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아틀라스의 내부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었을지 매우 궁금합니다만... 언젠가 과감하게 반으로 쪼개서 사진을 올려주는 용자가 또 나타나겠지요.
아틀라스의 기본 케이블은 은선 재질의 케이블이 동봉됩니다. 아무래도 중저역에 비해 약점이 있을 만한 제품인 만큼 케이블 매칭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입니다. 케이블이야 캠프파이어 오디오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알로 오디오가 있으니 품질은 이미 검증이 되었다고 이야기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웨스톤의 W80에도 알로 케이블의 동, 은 하이브리드 케이블이 제공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W80이 과거 웨스톤의 다크한 소리 성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한 장치 중 하나가 저 알로 케이블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케이블이 아틀라스의 고역을 살리기 위한 감초 같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틀라스의 가격은 1,299$입니다. 이번에도 변동 사항이 없다면 국내에서는 강사연에서 청음이 가능할 예정입니다.
64오디오(64Audio) 티아 트리오(tia Trio)
지금까지 제가 청음한 이어폰들 중 인상 깊은 이어폰 몇 가지를 고르라면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것이 64오디오의 티아 포르테입니다. 굉장히 소리적인 개성이 뚜렷한 이어폰이일 뿐만 아니라 그 개성적인 소리가 중독성이 매우 강합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가격 역시 잊혀질 수가 없는 부분이지요.
이번에 출시된 티아 트리오 역시 제품명에서 드러나듯 오픈형 BA 드라이버인 tia 드라이버가 사용된 하이브리드 이어폰입니다. 드라이버 구성을 살펴보면 저역부터 중저역까지의 음역대를 담당하는 다이나믹 드라이버 1개, 중역부터 중고역까지를 담당하는 BA 드라이버 1개, 그리고 고역을 담당하는 tia 드라이버 1개로 총 3개의 드라이버가 사용된 제품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트리오인가봅니다.
64오디오는 매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뭔가 한 가지씩을 눈길을 끌 만한 기술을 선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번 티아 포르테에서 그 정점을 찍었지요. 당시 처음으로 적용된 기술이 tia 드라이버와 ‘tia 어쿠스틱 챔버’입니다. 앞서 아틀라스에서도 언급한 대로 하우징 내부 설계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티아 포르테에 사용된 4개의 드라이버를 위상차 없이 들려주기 위해 각각의 드라이버를 별도로 구획한 공간에 배치시킨 것이 tia 어쿠스틱 챔버입니다.
티아 트리오에서는 드라이버 구성이 바뀐 만큼 또 새로운 내부 구조를 개발하여 적용했는데 64오디오는 이를 ‘FXC(FrequencyeXtension Chamber)’라 명명했습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주파수 대역을 확장시키기 위한 공간 설계를 적용했을 법한데, 다이나믹 드라이버의 원활한 구동에 초점을 맞춘 내부 설계라고 합니다. 실제 내부 구조 사진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아마 기본적인 틀은 티아 포르테의 구조와 유사할 것으로 짐작합니다.
싱글 보어 설계, apex 기술 적용 등의 나머지 부분들은 대체로 티아 포르테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 역시 티아 포르테와 유사합니다. 티아 포르테를 참 좋게 들었던 저로서는 티아 트리오가 기대될 수밖에 없네요. 중요한 가격은 티아 포트테보다 많이 저렴해진(?) 2,299$입니다. 하하하.. 국내 청음은 아마 64오디오의 수입사인 사운드캣에서 가능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