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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 Jul 19. 2018

USB 케이블에 관한 잡설(1)

USB 케이블이 음질에 영향을 주나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게 디지털 케이블의 효용성 이야기입니다. 디지털 케이블도 종류가 다양하니 여기서는 범위를 조금 줄여 USB 케이블의 효용성이라 합시다. 다시 말해,


USB 케이블이 음질에 영향을 주나요?


가 되겠습니다. 오디오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들어보거나 혹은 스스로궁금해했을 법한 질문이죠. 흔한 질문이지만 항상 해당 질문글의 댓글은 피흘리는 전투가 벌어집니다. 답변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면 디지털 케이블 무용론과 유용론으로 나뉩니다. 양측 모두 나름의 근거를 드는데 문제는 그렇게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또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제가 읽은 몇 가지 의견들을 정리하고, 제 나름의 해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는 개인적인 목적은 추후 USB 케이블을 구매할 때 나름의 근거를 따른 최적의 케이블을 손에 넣기 위함입니다.


  "미리 말씀 드리지만, 해당 글은 주제의 성격 상 논쟁의 여지가 다분합니다. 또한 글을 통해 드러나는 제 생각은 주관적인 것일 뿐 어느 누구에게도 강요하거나 제 주장이 맞다고 강하게 어필할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


 먼저 USB 케이블 무용론의 대표적인 주장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용론의 입장에서 제일 먼저 근거로 드는 것이 '0과 1' 이야기입니다. 아날로그 케이블과는 달리 이진법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케이블이기에 '0'이 '1'로 전송되는 오류가 범해지거나 데이터 자체가 누락되지 않는 이상 음질 차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논리입니다. 따라서 주변 노이즈의 영향을 받아 신호가 왜곡될 수 있는 아날로그 케이블과는 달리 디지털 케이블은 노이즈의 영향에 무관하다는 것이죠.


  관련해서 예전에 어느 분이 적어놓은 글이 있어 링크로 가져왔습니다. 몇 부분만 추스리자면,


  USB 2.0 방식은 비동기 방식이므로 클럭 지터의 영향은 무의미하다. 
  USB 오디오의 전송 방식은 데이터 검증을 통한 재전송을 수행하지 않는 Isochronous Transfer 방식으로 전송 에러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비트 에러율을 계산했을 때 USB 2.0에서 손실되는 데이터는 0.0001초 미만이다. 또한 에러가 발생할 경우 DAC에서 복원을 시도하기 때문에 그 손실률은 더욱 줄어든다. (예를 들어 2시간 30분짜리 음악을 들었을 때 0.0001초의 노이즈가 1회 발생한다.)
 
  따라서 USB 케이블은 음질 열화를 발생시킬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저는 문과 출신이라서 관련 전공 지식을 쌓지 못해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 글을 읽은 (관련 전공 출신) 많은 분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보아 적절한 근거 아래 쓰인 글로 판단됩니다.

  무용론 입장에서는 USB 케이블로 인한 음질 차이를 단순 플라시보로 취급합니다. 그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검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USB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를 경험한 적이 있고, 실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유의미한 차이를 도출한 결과물을 확인한 적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보통 어떤 연구를 검증할 때 중요한 것은 검증 과정을 통해 올바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올바른 결과란 제 기준에서는 USB 케이블에 따라 음질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저뿐만 아니라 경험적으로 음질 차이를 체감한 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본인들이 설정한 과정만을 통해서 무의미하다는 결과만을 주장하는 것은 그리 적절한 실험 혹은 논증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물론 어떠한 객관적 근거 없이 청감상 차이가 있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논쟁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하다가 재미있는 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위 링크는 USB 케이블에 의한 디스토션 차이를 살펴본 글입니다. 편의를 위해 링크 속 글에서 그래프만 가져와서 살펴보겠습니다.

  좌측 그래프의 노란색 그래프와 빨간색 그래프는 USB 케이블의 길이에 따른 디스토션 차이를 보여줍니다. 실험자는 USB 케이블의 길이가 길수록 많은 디스토션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우측 그래프는 DAC을 바꾸어 동일한 실험을 진행한 것인데, 이 경우에는 앞과는 달리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기기에 따라 케이블의 영향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험자는 케이블의 길이를 변인으로 설정하고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변인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를 밝혔습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USB 케이블에 따라 음질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입니다. 만약 앞선 무용론 입장의 논의대로라면 올바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길이 내에서라면 길이 차이로 인한음질차가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DAC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달라지는 부분 역시 케이블이 음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기기에 따라 케이블이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것은 기기 USB단의 노이즈 처리 정도에 따라 음질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USB 케이블이 디지털 신호 외 주변 노이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하여 과거 헤드파이 코드 쓰레드에서 코드 개발자인 롭 와츠 씨가 직접 답글을 단 적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과거 USB단에 갈바닉 아이솔레이션(Galvanic Isolation)을 적용시키지 않은 코드 기기에서는 USB 케이블에 의한 음질 차이가 발생했지만, 최근에 출시된 코드 기기들은 갈바닉 아이솔레이션이 적용되었으므로 음질 차이가 없다(혹은 극도로 적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글이 길어져 1부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정리하면, USB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는 단순 심리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실제 실험 결과도로 확인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신호를 전송받는 기기의 노이즈 문제 해결 정도에 따라 그 차이는 상쇄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 글에서는 이에 대한 부분들을 집중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슬쩍 예고를 하자면, 디지털 케이블은 정말 '0과 1'인가를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제가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니고.. 관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정리한다는 말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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