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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 Sep 26. 2018

세련된 디자인, 짙어진 사운드

ifi xDSD

  오디오에 깊이 빠져들수록 하나둘 본인의 시스템에서 아쉬운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 시스템을 갈아엎지 않고 소리를 개선시킬 요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다양한 액세서리이다. 가령 PC파이에서 신호 전달 과정의 노이즈를 억제한다든지 혹은 아예 소스기로 유입되는 전원의 질을 높인다든지 등 일반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을 만한 부분까지 손을 대는 순간이 올 텐데, 그런 이들에게 ifi는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줄 존재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ifi는 오디오계의 다이소이다. 마치 너희가 어떠한 생각을 하든지 우리는 이미 해당 제품을 갖추고 있거나 혹은 개발 중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정말 다양한 종류의 액세서리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출시된다. 그리고 액세서리들의 가격 또한 나름 합리적이다. 효과 역시 상당해서 이미 많은 이들이 ifi의 액세서리를 자신의 시스템에 활용하는 중이다. 


  ifi의 성능 좋은 액세서리들이 갑자기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기술들을 자사의 기기들에 먼저 적용시켜 선보인 뒤, 이를 기능 별로 쪼개서 제품화시킨다. 반대로 말하자면 ifi의 기기들 속에는 가성비 훌륭한 기능들이 잔뜩 들어있다는 소리이다. 2012년 브랜드 런칭 이후 지금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ifi는 굉장히 많은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리고 새롭게 선보인 x 시리즈는 디자인부터 사운드 성향까지 일신되었다. ifi의 뉴페이스, xDSD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Generation X 



  x 시리즈의 출현으로 ifi사는 여러모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수의 제품들이 출시되었지만 대형급 거치형 제품들을 제외한 ifi 제품들은 한결같은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솔직한 심정으로 ifi 제품의 디자인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오히려 외관보다 내부의 빨간색 기판에 더 눈이 간다. xDSD를 공개했을 때 필자는 이게 정말 ifi가 만든 제품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화장은 미술이 아닌 마술이라지만 이건 화장 수준의 변화로는 설명 불가다. 멋스러운 크롬 도금에 물결치는 굴곡으로 포인트를 준 외관은 ifi 홈페이지에 적힌 것처럼 ‘seXy’하다. 


  전원 및 볼륨 조절은 전면 중앙의 휠 버튼이 담당한다. 해당 버튼은 블루투스-유선 전환, 볼륨 뮤트 역할도 겸한다. 한 단계씩 노브를 돌릴 때마다 딸깍하고 걸리는 느낌은 아날로그 어테뉴에이터가 연상되지만 실상은 디지털 볼륨 제어 방식이다. 전원 버튼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는 각각 3.5mm 헤드폰 단자와 3D+/XBass+ 설정 버튼이 자리했다.  


  하나의 헤드폰단이 언밸런스, 밸런스 출력을 모두 지원한다. xDSD의 밸런스 방식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밸런스 출력과는 다르다. 보통 밸런스 출력은 구조적인 특성상 언밸런스 대비 두 배의 출력을 가지는데, 사실 포터블 오디오에서 그 만한 출력은 불필요하다. 특히나 ifi는 언밸런스만으로도 이미 괴물급 출력치를 자랑해왔다. 이에 xDSD는 ‘S-밸런스’라는 이름으로 출력과는 상관없이 좌우 그라운드를 분리시켜 노이즈 저감 효과를 노렸다. 다만 3.5 밸런스단은 과거 코원 플레뉴 S에서만 잠시 쓰였을 뿐,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규격이라는 점에서 해당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ifi에 의하면 굳이 밸런스 연결을 하지 않더라도 언밸런스 출력만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이 정도로 만족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후면에는 좌측부터 광/동축, USB A 디지털 인풋 단자와 필터 설정 스위치, 마이크로 USB 충전 단자가 배치되었다. USB 디지털 인풋단과 충전단이 분리되어서 기기를 사용함과 동시에 충전이 가능한 점이 반갑다. ‘measure/listen’으로 구분되는 필터 스위치는 DAC 내장 필터 선택으로 보이는데 필자가 청음했을 때에는 둘 사이의 소리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포터블 DAC/AMP는 별도의 소스기와 함께 들고다녀야 한다. 보통 스마트폰과 함께 사용할 텐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특성상 포터블 DAC의 크기는 제품을 선택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 중에서도 제품의 두께는 얇을수록 좋다. xDSD는 이전에 출시한 자사의 포터블 DAC보다 훨씬 얇아진 19mm의 두께를 자랑한다. 참고로 Nano iDSD의 두께는 28mm, 동일한 기능의 스테디셀러 코드 모조의 두께는 22mm이다.  


  기기의 크기만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바로 스마트폰과 DAC을 연결하는 케이블의 존재이다. 특히 iOS 기기는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MFi 인증을 받지 않은 기기는 카메라 어댑터라는 별도의 젠더를 필요로 한다. 어느 누가 치렁치렁 케이블을 연결해서 들고 다니고 싶을까. 이에 ifi는 영리하게도 USB A 단자를 사용하여 애플 카메라킷 혹은 오디오퀘스트 드래곤테일과 직접 연결을 지원한다. 단순히 연결 과정의 한 단계가 생략될 뿐 아니라 결합시 안정성 면에서도 단연 뛰어나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xDSD를 아이폰X와 함께 사용했다. 스마트폰에 별도의 DAC을 결합해서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상황이라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휴대성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aptX 코덱을 지원하는 xDSD의 블루투스 연결 기능을 활용하여 한층 가볍게 들고 다니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무래도 블루투스 연결과 유선 연결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음질차가 존재하므로 블루투스 기능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포터블 DAC의 용도, 스트리밍 서비스 


  포터블 DAC/AMP는 포터블 오디오 분야에서 애매한 위치에 서있다. 단순 휴대성만 따지자면 스마트폰만으로 충분하다. 보다 좋은 음질에 관심을 가진다면 DAP 구입을 고려할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DAP 대비 포터블 DAC/AMP가 가지는 음질적인 이점이 있었다. 적어도 동급 가격대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DAP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제는 그러한 이점도 사라졌다. 


현대 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출처 : RIAA Report


  그럼에도 포터블 DAC/AMP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부분은 바로 스트리밍이다. 몇몇 DAP가 어플 설치를 통한 스트리밍 음감을 지원한다고 해도 아직까지 스마트폰 수준의 자유로운 활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사용하는 포터블 DAC/AMP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본인이 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여 음악을 감상한다면 DAP보다는 스마트폰+포터블 DAC/AMP 조합이 보다 적절하다. 


  xDSD 정도의 기기를 사용할 만한 유저라면 고음질 음원에 대한 관심도 높을 것이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의 고음질화가 진행 중인데 대표적인 예가 타이달(Tidal)의 MQA 포맷 지원이다. 최신 기술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ifi인 만큼 당연히 xDSD는 MQA 포맷의 디코딩을 지원한다. MQA 포맷은 오디오 포맷의 특허 괴물 메리디안(Meridian)에서 개발한 고음질 포맷으로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지원되지 못한 고음질 음원을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오디오 포맷이다. 아직까지 MQA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타이달뿐이지만 최근 출시되는 여러 브랜드 기기들이 MQA 포맷을 지원하고 있어 앞으로 점차 활용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날카로운 ifi 사운드, 한 단계 진화하다 


  xDSD를 사용할 유저들의 제품 활용 방식에 맞추어 이번 리뷰는 순전히 스트리밍 서비스만으로 진행했다. 함께 사용된 소스기는 아이폰X, 이어폰은 비전이어스 VE6이다. 현재 필자는 스포티파이만 사용 중이어서 아쉽지만 MQA 음원은 들어보지 못했다. 앞으로 언급할 음원들은 모두 스포티파이 스트리밍을 통한 것이다. 


  ifi 제품은 초기 제품부터 비교적 최근 제품에 이르기까지 ifi만의 사운드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편이었다.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서슬 퍼런 해상력이라 이름 붙이고 싶을 만큼 날카롭고 또 시원했다. 때문에 첫인상이 강렬하다. 사진으로 치자면 칼 같이 날카로운 선예도를 자랑하는 고해상도 디지털 사진에 가깝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그러한 차가움과 날카로움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하게 다가와 어느 순간부터 ifi사의 DAC/AMP와는 도통 친해지지 못했다. 



  한 단계 변화, 개인적으로는 진화라 평하고 싶은 순간이 작년 초 블랙 라벨(BL)이라는 이름을 붙여 리뉴얼한 제품을 선보였을 때부터이다. 본래 디지털단의 스펙은 언제나 여타 기기들을 압도하는 수준이었기에 크게 바뀌지 않은 채, 대신 아날로그단을 집중적으로 보강했다. ifi 브랜드의 수준을 다시금 느꼈던 것이 앰프단에 사용하는 부품을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특주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업그레이드를 꾀했다는 점이다. 대량 생산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특주품은 단가가 많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소규모 브랜드는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결과는 한 단계 성숙한 소리로 보답했다. 특유의 해상력은 유지한 채 이전의 부담스러운 날카로움만 보다 자연스럽게 다듬어졌다. 브랜드의 개성은 유지하면서 분명 이전보다는 한 발짝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만한 소리로 진화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던 마이크로 iDSD BL에 이어 나노 iDSD BL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유지되었다. 



짙어진 사운드로 변화를 꾀하다 



  라인업을 분화시킨다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되는 일이다. 우선 라인업 사이에 확실한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특히 등급의 차등이 아닌 별개의 라인업을 등장시킬 때에는 더욱 그렇다. xDSD의 출시로 인해 ifi는 기존 마이크로, 나노 라인, 거치형인 프로 라인에 이어 또하나으, 포터블 라인을 운용하게 되었다. 청음 결과 xDSD의 소리는 기존 포터블 라인의 지향점과는 방향을 확실히 다르게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xDSD의 소리는 진득하다. 이전까지 ifi 제품에서 들어보지 못한 두툼한 음선이다. 밀도감까지 더해져 저역이 듬직하기까지 하니 실로 큰 변화라 하겠다. 칼같이 날카로운 음선이 BL을 거치면서 완숙하게 다듬어졌다면 xDSD는 애초에 근육질 남성처럼 묵직한 음으로 무장하고 태어난 듯하다. 



  리뷰를 작성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며칠 뒤 다니엘 호프의 내한 공연이 열린다. 다니엘 호프의 <Journey To Mozart>는 고역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는 바이올린 현이 무대 앞쪽에 자리잡고 연주되기 때문에 평소의 ifi 기기였다면 볼륨을 조금만 높여도 귀가 굉장히 피곤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xDSD로 듣는 다니엘 호프의 바이올린은 그리 거세게 다가오지 않는다. 되려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바이올린을 부드럽게 보듬는 형상이 그려진다. 아마도 음역대 밸런스가 조금은 저역쪽에 치우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역이 살아나고 음의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비트감 있는 팝이나 EDM 장르는 듣는 맛이 있다. Poo Bear로 활동하는 재이슨 보이드는 어셔, 크리스 브라운을 비롯하여 저스틴 비버와의 많은 곡작업들로 유명세에 오른 스타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이다. 그런 그가 최근 <Poo Bear Presents Bearthday Music>이라는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그 중 제니퍼 로페즈가 피처링한 ‘Put Your Lovin Where Your Mouth Is’는 경쾌한 힙합 비트가 돋보이는 곡이다. 단순한 멜로디라인에 통통 튀는 비트와 제니퍼 로페즈의 보컬이 주를 이루는데 개개 비트의 질감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다만 저역의 묵직한 타격감이 상당히 센 편이어서 저역이 강조된 이어폰과 듣는다면 과도한 진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XBass+ 기능은 사실상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기능을 켜면 서서히 저역에 힘이 붙지만 대부분의 곡에서 다소 막이 낀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반면 3D+ 기능은 악기들의 앞뒤 간격을 벌리면서 상대적으로 개방감을 더해줘서 경우에 따라 입체감을 한층 살려준다. 다만 VE6로 들었을 때에는 무대 배치가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두 기능 모두 사용했을 때 소리 변화의 폭이 큰 편이어서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기능들이다. 사용하는 이어폰에 따라 혹은 곡의 녹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듯하다. 실제로 지난 오리올루스 핀치의 경우 3D+를 켰을 때 궁합이 좋았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비주류 브랜드 


  ifi 제품이 국내에 소개된 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유저들에게 ifi는 오디오 액세서리 브랜드로 더욱 이름이 알려져 있는 듯하다. 최근 들어 ifi의 국내 공식 수입원이 정해졌다. 앞으로 ifi의 국내 입지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되는 이유이다. 알다시피 제품의 인지도는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홍보 방식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독일에서 열린 이번 EISA(Expert Imaging and Sound Association) 2018-2019에서 xDSD는 포터블 DAC/AMP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림으로써 국제적으로 실력기임을 인정받았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수상이다. 주로 포터블 용도로 활용하겠지만 간편한 PC파이를 구성할 때에도 구매 목록에 올려둘 만한 기기이다. 다만 ifi 기기들이 그렇듯 소리에 개성이 듬뿍 묻어나는 스타일이므로 취향에 따른 호불호는 분명히 갈릴 듯하다. 남성적인 강렬함의 실력기를 찾는다면 xDSD에 주목해보는 것을 어떨까. 


* 이 글은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 10월호에 기고한 글의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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