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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 Oct 06. 2018

코드 폴리(Poly) 활용기(1)

폴리 개발 배경


  코드 일렉트로닉스사는 영국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터블 유저들에겐 생소한 브랜드였던 코드는 2014년 휴고(Hugo) 발매와 함께 단숨에 포터블 DAC/AMP의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휴고의 가치는 단순히 코드가 개발한 첫 번째 포터블 기기라는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휴고의 대성공으로 당시 어려웠던 회사의 재정 상황이 일순간 정상화되었고, 이후 출시된 여러 기기들이 소위 ‘휴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현재 코드의 플래그십 DAC인 데이브(DAVE) 역시 어찌 보면 그 연장선에 서 있는 기기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는 폴리의 활용법을 쉽게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자그마한 기기인 폴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휴고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왜 폴리가 만들어졌는지, 왜 이러한 모양새로 출시될 수밖에 없었는지, 나아가 다른 코드 제품들과는 달리 정상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량이 길어질 듯해서 내용 별로 쪼갠 연재 방식을 택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첫 시간인 이번 글에서는 먼저 폴리의 개발 배경에 대해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폴리를 100% 활용하는 방법, 활용하기 위한 세팅법을 각각 나누어 총 세 편으로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휴고 플랫폼, 스테디셀러 모조(Mojo)의 등장



  휴고 발매 당시 포터블 시장의 분위기부터 짚어야겠습니다. 2014년은 한참 DAP 시장이 과열되던 시기였습니다. 아스텔앤컨 AK100의 출시 이후 여러 브랜드들이 고음질 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기의 성능과 가격이 쉴 새 없이 상승했습니다. 당시 출시된 DAP 중 하나가 아스텔앤컨 AK240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포터블 유저들의 열정은 지금보다 그때가 더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DAP 단독 음질로는 성에 차지 않던 유저들이 탑쌓기 신공을 보여줬고 다양한 조합으로 서로의 매칭 결과를 공유하곤 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만 해도 감도가 낮은 헤드폰을 단독으로 구동시킬 만한 DAP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헤비 유저들의 눈은 별도의 앰프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등장한 것이 바로 코드 휴고입니다.


  휴고의 인기는 작은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선풍적이었습니다. 코드라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명성도 한 몫 했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하이앤드 성향의 사운드를, 그것도 포터블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다만 포터블로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사이즈 때문에 어지간한 열정이 아니고서는 이동 중에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휴고는 DAC/AMP이므로 별도의 소스기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휴고와 소스기를 들고 다닐 전용 가방이 등장하기까지 했지요.



  부담스러운 크기에도 불구하고 휴고가 큰 인기를 얻자 포터블 시장의 잠재성을 파악한 코드는 휴대성을 강화한 모조를 선보였고, 모조 역시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누립니다. 2015년 말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16, 2017 DAC/AMP 분야 EISA AWARD를 수상하는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을 쌓았고, 작디 작은 국내 시장에서도 자그마치 2천 대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올렸다고 합니다. 조약돌을 닮은 귀여운 생김새, 단단한 만듦새, 그리고 이동 중에도 충분히 활용할 만한 사이즈까지 모조의 흥행 비결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본이 되는 음질이 매우 훌륭합니다.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해당 분야, 해당 가격대의 기기가 출시될 때마다 항상 비교되는 제품이 바로 모조입니다. 


           (저는 총 두 번, 모조의 공식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위의 링크는 두 번째 리뷰글입니다.)


  하지만 모조 역시도 DAC/AMP가 가진 최대의 단점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별도의 소스기를 연결해야 한다는 점은 휴대성 면에서는 치명적인 부분입니다. 보통의 경우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사용하거나 혹은 모조와 비슷한 크기의 DAP를 구입해서 함께 묶어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이 경우 두께도 두께지만 매번 걸리적거리는 케이블이 더 문제가 되지요. 특히 아이폰을 비롯한 iOS의 경우 ‘라이트닝-USB 어댑터’를 사용해야만 해서 불편함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 



모조 전용 네트워크 모듈, 폴리(Poly)




  모조 사용자 수가 많은 만큼 헤드파이.org 등의 쓰레드를 통해 이러한 불편함을 코드에게 호소했고, 코드가 제시한 첫 번째 해결책이 ‘모조 액세서리 팩’입니다. 모조와 소스기를 연결할 다양한 규격의 케이블과 고무링, 그리고 애플 유저들을 위한 어댑터 모듈이 들어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아마도 코드는 애플 어댑터 모듈의 개발 과정에서부터 폴리에 대한 생각을 염두에 두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딱 봐도 애플 어댑터 모듈은 너무나 비효율적입니다. 나름 아이폰의 사이즈에 맞추려고 했겠지만 기능에 비해 쓸데없이 부피가 큽니다. 아마 코드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후속 조치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폴리(Poly)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제품 개발 순서와 개발 동기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폴리는 모조 개발 당시부터 계획된 제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그렇게 짐작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모조와 폴리의 채결 방식이 견고하지 못합니다. 폴리는 모조의 측면 양 사이드에 위치한 광, 동축 연결단에 의존해서 고정되기 때문에 자칫 사용 도중 모조와 폴리가 쉽게 분리될 수 있습니다. 폴리 사용시 케이스가 필수인 이유입니다. 이후 코드에서 출시한 휴고2는 미리 모듈 연결을 위한 두 개의 암나사를 배치시켜두었죠. 이 또한 폴리를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일 것입니다.


  모조의 사이즈 때문에 발생한 에피소드도 코드가 뒤늦게 폴리 개발을 생각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코드 개발자 롭 와츠는 모조와 함께 사용할 네트워크 모듈을 기획했고,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외주 업체를 물색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작은 사이즈에 다수의 부품을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가는 곳마다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과거 BBC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당시부터 코드와 연을 맺었던 엔지니어와 연락이 닿았고 어렵게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폴리라는 것입니다.



  저는 폴리 개발 소식이 들리던 순간부터 많은 기대를 해왔습니다. 폴리는 모조 전용으로 제작된 초소형 네트워크 모듈입니다. 모조에 폴리가 더해지는 순간 그 자체로 다재다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변모합니다. 저 작은 기기 속에 네트워크 플레이 및 자체 플레이어 기능까지 모두 포함시키기 위해 폴리 기판 중 일부는 무려 10겹의 레이어 구조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일전에 코드 개발자 롭 와츠는 모조를 두고 판매가 대비 제작비용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DAC/AMP라고 불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조의 내부에는 자일링스 7세대 아트릭스 FPGA 칩이 투입되었고, 코드 전매특허인 WTA 필터를 앞세운 자체 개발 DAC 과정이 그대로 활용되었습니다. 사용된 기술 분야는 다르지만 폴리 역시 내부 기술력 자체만큼은 모조 혹은 그 이상의 것을 담아냈습니다. 그 결과 모조+폴리 조합은 다른 기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포지션의 기기로 탄생했습니다.



뒤늦게 출시된 전용 어플리케이션, Gofigure



  하드웨어만 놓고 본다면 외계인을 납치한 수준의 기기임에도 폴리는 비교적 최근까지 사용기보다는 사용 방법에 대한 문의 혹은 문제점 제기가 더 많은 기기였습니다. 글을 쓰는 현재 헤드파이.org 폴리 쓰레드는 약 730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 가운데 앞의 대부분은 폴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혹은 폴리 사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 글입니다. 2017년 발매된 기기의 어플리케이션이 올 6월에야, 그것도 iOS 용으로만 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폴리는 다재다능한 네트워크 스트리머입니다. 그리고 기기 자체로는 어떠한 조작도 불가능합니다. 오로지 스마트폰을 비롯한 외부 연결 기기를 통해서 세팅 및 조작할 수 있는데 정작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이 너무나 늦어진 탓입니다. 그 결과 모조 유저들이 보다 편리하게 음악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폴리가 졸지에 사용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사실 코드 역시 이러한 상황에 속이 타들어갔을 듯합니다. 모조로 대박을 친 상황에서 한 번 더 매출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기기가 오히려 악수가 된 꼴이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어플 역시 폴리 제조사측에 맡긴 상태였기 때문에 본인들의 마음처럼 일이 빠르게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올 중순 들어 폴리 전용 어플인 ‘Gofigure’가 애플 아이튠즈 스토어에 등록되었습니다. 이후 몇 번의 업데이트를 거쳐 현재 폴리는 완벽하게 작동 중입니다. 저 역시 이 글을 쓰기 위해 반 년 넘게 기다린 셈입니다. 제게 모조는 여러모로 다른 포터블 기기보다 각별한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모조에 날개를 달아줄 폴리가 이제야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완벽하게 구동되는 모습을 보니 반갑습니다.


  폴리 덕분에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모조는 다시금 새로운 기기로 탄생했습니다. 다음 화에서 모조+폴리가 얼마나 다재다능한지, 왜 모조+폴리가 다른 기기들에 비해 특별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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