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k Mar 08. 2018

SIMGOT EN700 PRO

웰메이드 싱글 드라이버 이어폰 등장

  세상 어느 것이든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이 없는 시대입니다.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바뀌어 가는 유행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대의 유행에 맞추어 행동하고 향유하는 그룹에 포함되지요. 그리고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쳐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오디오 분야도 다양한 유행이 존재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유행에 맞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요즘은 제품 제작에 투입된 기술력조차도 사람들의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새로운 기술, 보다 선호하는 기술을 활용해서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어폰 분야에 불어닥친 유행은 ‘다중 드라이버’의 사용이 아닌가 합니다. 그 이전에는 주로 하나의 드라이버를 사용한 풀레인지 방식 이어폰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단지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를 사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정도뿐이었지요. 오픈형 이어폰에서 커널형 이어폰으로 추세가 바뀌어감에 따라 다이나믹 드라이버보다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 방식의 이어폰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다중 드라이버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각기 장단점이 있을 텐데 그 중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의 단점으로는 좁은 대역폭이 주로 언급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다중 드라이버 방식입니다. 주파수 대역을 임의로 구분하여 각각의 대역을 서로 다른 드라이버가 담당하는, 이어폰에도 스피커의 멀티 웨이 구조가 도입된 것이죠. 이후 대역별 드라이버의 수가 점점 많아지더니 이어폰 한 쪽에 무려 10개 이상의 드라이버가 사용되는 경우도 이제는 흔히 보입니다. 


출처 : https://empireears.com/product/custom-zeus-xr/ 


  요즘에는 다중 드라이버 이어폰도 한 단계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유형의 드라이버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이어폰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보통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저역에 배치하고 중고역을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담당하여 각 드라이버의 장점만 취하고자 하는 방식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서로의 장점을 취하니 소리가 더 좋을 수 있겠지만 이어폰의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그에 따른 문제점도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어폰 가격입니다. 브랜드의 플래그십 제품일수록 사용되는 드라이버의 개수가 늘어나고 새롭게 개발한 기술력을 투입합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유저들이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어마어마한 가격이 매겨지게 됩니다. 소리만 놓고 보아도 사실 많은 수의 드라이버가 꼭 좋은 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해당 대역을 기점으로 왜곡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이브리드 이어폰의 경우 서로 다른 방식의 드라이버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자연스럽게 융화되지 못해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이버의 수가 늘어남과 함께 이어폰의 감도 역시 높아지면서 노이즈에 불필요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골칫거리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제품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번에 소개할 제품이 싱글 다이나믹 드라이버 방식의 이어폰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오랜만에 다이나믹 드라이버 이어폰을 리뷰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부터 듭니다. 요즘 다이나믹 드라이버 이어폰은 주로 저가 제품에만 사용되는, 상대적으로 음질이 떨어지는 이어폰이라는 선입관을 보기 좋게 깨주길 기대하면서 차분히 제품들 들어 봤습니다. 그리고 리뷰로 소개합니다. Simgot EN700 Pro입니다. 




SIMGOT EN700 시리즈의 스펙 및 구성품 


  저는 Simgot이라는 브랜드를 이번 리뷰를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Simgot은 2015년에 만들어진 신생 브랜드입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2016년에 첫 번째 EN700이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더군요. 이후 몇 가지 부분을 개선하여 최근 EN700 Bass와 EN700 Pro 두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EN700 시리즈는 하나의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사용되었습니다. 이어폰 분야에서는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헤드폰에서는 여전히 다이나믹 드라이버 방식이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중입니다. 시대에 맞추어 다이나믹 드라이버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보통 다이나믹 드라이버 방식의 문제점으로 고역의 재생 능력을 지적합니다.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진동판의 진동 운동이 빨라지는데, 다이나믹 드라이버 구조상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데 불리한 면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동판의 두께와 재질, 마그넷의 자력 등 여러 부분의 개선이 이루어져서 이제는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고역 재생에 한계가 있다는 소리도 하나의 선입관에 지나지 않는 듯합니다. 


  EN700 시리즈는 10mm 사이즈의 고분자 복합 티타늄 도금 진동판을 N50 등급의 네오디뮴 자석으로 구동시킵니다. 높은 강도와 낮은 밀도를 가지는 티타늄을 활용하여 분할 진동은 억제하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높은 자력으로 구동시켜 저역부터 고역까지 안정적인 주파수 응답 성능을 확보했습니다. 사실 성능만 뒷받침해준다면 풀레인지 방식이 좋은 소리를 내기가 더 쉽습니다. 위상차를 비롯하여 멀티 웨이 방식이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애초부터 배재되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멀티 웨이 방식이든 풀레인지 방식이든 결국 제작자가 원하는 목표는 같을 겁니다. 전 대역에 걸쳐 왜곡 없는 소리를 재생하는 것. 이를 위해 각자의 방식이 가지는 단점을 보완해 나아가다보면 결국 방식의 차이는 무색해집니다. 


출처 : https://www.pinterest.co.uk/pin/553379872936293084/?autologin=true

 

 드라이버만큼 중요한 것이 소리의 울림통 역할을 하는 인클로저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클로저의 재질과 내구 공간 구조에 따라 소리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얼마 전 한 글에서 탄노이 오토그라프 스피커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큰 궤짝처럼 보이는데 내부를 살펴보니 마치 미로 같더군요. 그래서 미로형 설계라고도 불립니다. 워낙 유명한 스피커여서 여기저기 많은 곳에서 복각이 이루어지는데 소리가 제각각이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자연스러운 통울림 소리를 들려주는지가 관건인데 이게 쉽지가 않답니다. 


  이어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인클로저 속에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쉽게도 EN700 시리즈는 제품에 대한 설명을 그리 자세하게 기술해 놓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내부 구조 사진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지만 육안으로 공간 구조에 대한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클로저의 재질은 스펙에 명시가 되어 있는데요. 진동 제어에 효과적인 알루미늄 절삭 방식으로 인클로저를 가공했습니다. 인클로저의 재질로 경도가 높은 금속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나무 재질보다는 울림이 적어지는 대신 깨끗한 해상력의 소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소리뿐 아니라 유닛의 전체적인 마감이나 착용감 역시 매우 우수한 편입니다.  


  EN700 시리즈는 투 가지 타입의 실리콘 이어팁이 사이즈별로 동봉됩니다. 보통 폼팁과 실리콘팁처럼 재질이 다른 팁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어팁을 통한 사운드 튜닝을 제조사에서 직접 제시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설명서에 따르면 이어팁1은 중고역 강조형, 이어팁2는 저역 강조형인데, 자세히 보면 두 이어팁의 생김새가 다릅니다. 노즐이 귓속 깊숙히 삽입될수록 저역이 살아나지요. 이어팁2가 보다 동그란 모양으로 깊게 삽입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반면 이어팁1은 상대적으로 넓게 펼쳐진 형태로 덜 깊게 삽입되면서 노즐의 구경도 살짝 넓어 보입니다. 두 이어팁의 소리 차이는 뒤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김새부터 구성품까지 EN700 PRO와 EN700 BASS는 거의 모든 부분이 동일합니다. 다만 한 가지 튼 차이라면 PRO는 케이블 탈착형이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2핀 방식이어서 추후 커스텀 케이블을 활용하는 데에도 편리합니다. 케이블 고정식인 BASS 버전은 무산소 동선(OFC) 케이블이 사용됐고 PRO 버전은 6N 단결정 은도금 동선이 사용돼서 케이블이 두 기기의 등급을 구분하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기기의 소리 차이가 케이블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밸런스 잘 잡힌 부드러운 소리 


 

 이번 리뷰에서는 다양한 조건에 따른 소리를 하나하나 살펴나가면서 EN700의 소리를 파악해 나갈 생각입니다. EN700 PRO와 함께 사용된 DAP는 아스텔앤컨의 SP1000 Copper입니다. 먼저 두 가지 이어팁에 의한 소리 차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제가 사용할 이어폰 및 헤드폰을 찾을 때 가장 먼저 토널 밸런스를 눈여겨봅니다. 토널 밸런스가 밝거나 어두운 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면 잠시 듣는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오랫동안 듣기 어렵습니다. EN700 PRO의 리뷰 제의를 받고 제품을 테스트할 당시 평소 제가 듣던 소리와 별다른 위화감이 없는 EN700 PRO의 토널 밸런스가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서 제품의 리뷰를 작성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듣는 이에 따라 기준이 다르겠지만 제 기준에 EN700 PRO는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균형 잡힌 음색의 제품입니다.  


  액세서리는 감초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미료로 본연의 맛을 확 바꿔버리려다간 이도저도 아닌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EN700 PRO의 두 가지 이어팁은 균형 잡힌 음색 중 특정 부분에 살짝 포인트를 줍니다. 처음에는 주로 이어팁2를 사용했습니다. 두 이어팁의 형태가 다름으로 인해 착용감도 서로 다른데 귓속 깊숙히 자리잡는 이어팁2가 더 편안한 느낌을 주더군요. 저역을 강조해준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역의 양이 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러 곡들을 듣다 보니 저역 중 직접 탁격음보다 저역의 울림이 강조되는 곡들의 경우 울림이 커지면서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Adele의 <25>에 수록된 ‘Send My Love’나 Tove Lo의 <Lady Wood>에 수록된 ‘Influence’같은 곡들입니다. 



  이어팁1로 바꿔 끼운다고 해서 갑자기 전혀 다른 이어폰으로 환골탈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약간의 뉘앙스 변화가 해당 곡들에선 제법 큰 차이로 드러납니다. 우선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가 살짝 화사해집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저역의 타격감은 큰 차이가 없지만 맺고 끊음이 보다 빨라지면서 울림으로 인한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어느 이어팁을 사용하든 저역으로 인해 중고역이 간섭받지 않으니 본인의 평소 취향에 맞게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한 가지 더 실험해 봤습니다. 저는 이어팁2의 토널 밸런스가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거기서 저역의 울림만 잡아줄 수 없을까 하다가 가지고 있던 파이널사의 E타입 이어팁을 끼웠습니다. 듣자마자 바로 전체적인 소리가 탄탄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만 동시에 EN700 PRO의 시원한 무대 공간은 사라지고 대신 닫힌 공간이 형성됩니다. 스튜디오 레코딩처럼 보다 깨끗한 소리를 원한다면 괜찮은 선택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입니다. 이외에 폼팁과 함께 사용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동봉된 두 가지 이어팁은 제조사의 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진 걸로 보입니다. 



  EN700 Pro는 저역부터 고역에 이르기까지 날이 서지 않은 편안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역의 양 조절이 중요합니다. 여기에서 저역이 강조되면 자칫 답답한 소리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저역만큼 중요한 것이 소리를 표현하는 공간의 크기일 겁니다. 이런 유형의 이어폰은 공간을 넓게 활용하면서 과하지 않을 정도의 울림 소리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EN700 PRO의 장점이 이 부분입니다. 미녀 색소포니스트 에이미 딕슨(Amy Dickson)의 <Glass>의 4번 트랙 ‘Morning Passages’는 필립 글래스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디 아워스’의 OST에 수록된 곡입니다. 색소폰과 피아노 이중주 구성의 곡은 미묘한 선율로 듣는 이에게 신비한 우울감을 전달합니다. 이 곡을 EN700 PRO로 들으면 제가 평소 들었을 때보다 한층 물러선 곳에서 연주를 감상하게 됩니다. 그만큼 악기의 직접적인 소리의 에너지감은 줄어들지만 대신 홀을 타고 흐르는 소리의 여운은 늘어납니다. 원래 제가 듣던 곡의 느낌이 격정적인 우울함이라면 EN700 PRO는 조금은 차분한 감정의 우울함으로 곡을 표현했습니다. 



  혹여 보컬이 연주 뒤로 숨는 소위 ‘보컬 백킹’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런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EN700 PRO의 공간감이 넓다는 의미입니다. EN700 PRO가 보컬을 강조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평소 보컬 중심의 곡을 듣는 분이라면 보컬이 조금 멀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보컬뿐 아니라 여타 악기까지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연주되므로 보컬이 묻히지는 않습니다. 아이유의 <꽃갈피 둘> 앨범에 수록된 ‘가을 아침’은 아이유의 목소리만으로 곡이 시작됩니다. 평소에는 귓가에서 들리는 것처럼 매우 가깝고 또랑또랑하게 들리던 것이 EN700 PRO로 들으니 반 걸음 정도 떨어지고 나긋나긋해집니다. 다이나믹 드라이버의 부드러운 소리 표현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앞서 표현한 소리를 통해 아시겠지만 EN700 PRO는 밀도 높은 짙은 소리를 내는 유형이 아닙니다. 대신 여백을 충분히 활용하여 공간을 은은하게 채워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DAP의 성능에 따라 소리의 질적 차이가 나는 편입니다. 충분한 힘으로 밀어주지 못하면 음선이 얇은 빈약한 소리로 들리기 쉽습니다. EN700 PRO의 자연스러운 여운이 제대로 확산될 만큼의 공간감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 수준에서는 이어폰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제 아이폰에서는 EN700 PRO보다 저역이 강조된 V형 음색의 EN700 BASS가 더 잘 어울리더군요. EV700 BASS의 경우 SP1000 Copper과 연결했을 때 저역 강조로 인해 토널 밸런스가 한쪽으로 치우친 느낌을 받았었는데 말이죠. 다시 한 번 매칭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EN700 PRO의 케이블을 바꿔서 들어봅니다. BASS와는 달리 PRO는 케이블 교체가 가능해서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튜닝할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기본 케이블도 수준급 품질이지만 EN700 PRO 정도의 음질이라면 케이블에 조금 더 투자해서 조금 더 본인의 취향에 맞게 조정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평소 제가 사용 중인 DHC의 심비오트 4심 케이블을 EN700 PRO에 연결해 보았습니다. 심비오트 케이블은 단결정 은선 케이블로 음색의 변화보다는 질감을 다잡아주는 유형의 케이블입니다. EN700 PRO의 넓은 공간감은 유지하면서 지금보다 음상이 단단하고 정확하게 맺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케이블 교체에 따른 결과는 긍정적입니다. 음 하나하나에 힘이 붙고 명확해집니다. 카우보이 비밥 OST 중 ’Tank!’를 두 케이블로 비교하여 들어보면 거의 전반적인 면에서 DHC 케이블의 우세입니다. 사실 가격만 놓고 생각해 보아도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이어폰 가격보다 비싼 케이블이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굳이 리뷰에 비교 결과를 남기는 이유는 둘의 매칭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입니다. 탁 트인 무대에서 고역의 섬세함과 저역의 웅장함이 잘 살아납니다. 기본 케이블이 다소 부드러움만을 강조했다면 DHC 케이블 조합을 통해 음선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보다 정돈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PW오디오의 1960’s 케이블과의 매칭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격을 생각하지 않아도 


  한동안 이어지던 고가 제품들의 강세에 이어 요즘 들어 잘 만들어진 중저가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은 이어폰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들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어폰을 마음껏 추천해주고 싶지만, 사실 이 분야의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니라면 가격을 듣자마자 저에게 욕이 날라올 것이 안 봐도 뻔하기에 섣부르게 추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중저가 이어폰 중 지인의 성향에 맞을 만한 제품을 찾아서 말해주는 편인데, 그때마다 뭔가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제 마음에 드는 이어폰을 추천해줄 수 있을 듯합니다. 


  SIMGOT EN700 PRO는 이제 막 포터블 오디오에 발을 딛는 사람부터 편하게 쓸 세컨드 이어폰을 찾는 사람까지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만한 매력을 충분히 갖추었습니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그리 큰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고요. 가격을 떠나 소리만 놓고 보아도 잘 만들어진 이어폰입니다. 만약 EN700 PRO를 구입해서 사용하게 된다면 본인에게 잘 맞는 커스텀 케이블을 찾아서 매칭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