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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파이 매거진 Aug 06. 2018

새로운 차원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ATC SCM40






ATC,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다.




새로운 차원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ATC SCM40


ATC의 SCM40을 보면 남다른 점이 있다. 같은 가격대의 다른 스피커들과 모양이 비슷하다거나 유사한 특징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스타일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 듯 싶다. 마치 드라이버 3개를 인클로저 박스에 장착만 하면, 집에서 소리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런 평범함이 타사 제품과 다른 이 스피커의 특이점이다. 같은 가격대의 타사 스피커들은 화려한 스타일, 유려한 광택 마감으로 번지르한 외모를 자랑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그와 달리 무성의하게 보이는 올드 스타일의 ATC 디자인은 세월이 변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장점은 있긴 하다. 사실 SCM40은 2013년에 등장한 이 가격대의 ATC 스피커의 새 시리즈에 속하는 신형 모델에 속한다. 같은 제품명을 지닌 그 이전 제품은 2007년에 발매되었던 모델이었고, 2007년 모델 이전의 첫 오리지널 모델은 무려 1988년생 제품이었다. 그런 전례와 역사를 감안하면 ATC는 유행이나 보여주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수 많은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의 설계가 제대로 된 저음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라



만듦새 수준은 생김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가격대 스피커로서 SCM40의 만듦새에 대해서는 흠잡을 것이 하나도 없다. 아마도 이 스피커를 직접 설치해보면 이 말이 무슨 소린지 금방 알 것이다. 드라이브 유닛들은 매우 구식처럼 보이는데 특히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보면 더욱 그렇다. 글로체스터에 있는 이 영국제 스피커 회사의 시작은 애초부터 프로페셔널 모니터 스피커를 위한 드라이브 유닛을 만드는 것이었고, 이를 토대로 차츰 스피커 제작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창립자인 빌리 우드먼(Billy Woodman)은 ATC를 창업했던 40년 전부터 스피커 트랜스듀서에 심취해있던 인물로, 특별한 디자인의 돔형 미드레인지는 ATC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다.


요즘, 미드레인지를 만드는 업체는 거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대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다수 업체들은 미드레인지를 만들기 보다는 콘 형태로 된 베이스 드라이버를 작게 만든, 작은 크기의 우퍼 유닛으로 중역까지 재생하도록 스피커를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콘이 아닌 돔의 장점은 훌륭한 음의 분산 특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돔 트위터와의 재생 대역의 매끄러운 연결을 통해 유기적인 밸런스를 만들어낸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모두 돔의 형태라서 음을 퍼뜨리는 발음 구조나 음파의 분산 결과물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돔형 미드레인지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대역 통합에 훌륭한 통합 특성을 선사한다. 그런 결과는 비슷한 유닛 구성으로 설계된 모든 스피커들에서 귀로 입증이 가능하며, 오래전 야마하의 NS-1000M 모니터 스피커에서 ATC의 SCM40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다.



ATC SCM40의 75mm 구경의 소프트 돔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수작업으로 코팅(또는 도핑) 처리된 아크릴 섬유 소재 진동판과 서스펜션 시스템을 사용하며, 이 드라이브 유닛 제조에는 “ATC만의 비밀 법칙”을 사용된다. 이런 특별한 기술로 만들어진 미드레인지는, 미드레인지와 마찬가지로 ATC만의 비밀 법칙으로 설계, 제작된 트위터와 함께 사용된다. 트위터는 미리 제조된 폴리에스터 섬유 소재에 코팅(또는 도핑)처리한 25mm 돔과 서스펜션 시스템에 웨이브가이드가 덧붙여진 구조를 자랑한다.


베이스 드라이버는 164mm 구경의 유닛으로 역시 수작업 코팅 작업을 거친 페이퍼 펄프 진동판으로 제작된 유닛이다. 펄프를 채택한 이유는 아주 낮은 질량과 댐핑의 견고함이 이상적인 밸런스로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강력한 초대형 모터 어셈블리(자석, 마그넷)가 뒤를 받치고 있다.


3개 대역으로 소리를 나눠주는 크로스오버는 저역 통과 필터, 중역 통과 필터 그리고 고역 통과 필터로 된 3개 필터 구성을 기본으로 한다. 전체 스피커 시스템의 효율성은 우퍼에서 중역과 고역을 차단하는 정도에 따라 그 효과가 결정나기 때문에,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ATC의 주장이다. 그런 방식의 설계와 제작이 가능한 이유는 ATC가 직접 만든 드라이버들이 그에 부합되도록 제작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드라이버 제조사가 갖는 강점이다. 다른 모든 ATC의 3웨이 스피커들처럼, SCM40도 380Hz, 3.5kHz에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갖고 있다.



이 스피커의 유일한 문제라면 구동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는 점이다. ATC에 따르면, 임피던스 커브가 플랫해서 앰프가 엄청나게 전류를 뿜어내는 헤라클레스 같은 앰프는 필요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제대로 된 구동을 위해서는 충분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명시된 감도는 플로어스탠딩치고는 상당히 낮은 85dB/1W/1m로, 제대로 들으려면 60W 이상의 앰프는 기본이다. 몇몇 반도체 앰프들로 테스트해보면 전부 앰프들이 뜨거워지는 것은 기본이고, 대음량에서는 다소 버거워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요인은 ATC가 무한 배플 캐비닛 원리에 가까운 모델이라서 스펙이 제시하는 기본 구동 요구 수치보다 훨씬 더 여유있는 구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운드 퀄리티


시장에는 자칭 ‘스튜디오 모니터’라는 스피커라는 제품들이 수두룩하게 많다. 하지만 그런 대다수 스피커들보다 훨씬 더 이상에 근접한 ‘진짜 스튜디오 모니터’가 바로 이 스피커 SCM40 이다. 덩치 큰 ATC의 이 모니터는 한 치도 틀리지 않고, 스피커에 집어넣은 음악들에 설탕이나 소금을 치지 않고 본래 그대로를 귀까지 배달해준다. 하지만 이 소리가 너무 지적이고, 분석적이며 냉랭하고, 법의학적인 보고서처럼 들린다면 이 스피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이 퀄리티의 소스 기기와 스무드하고 펀치력을 갖춘 반도체 앰프를 연결하면 SCM40으로부터 세련되고 빛나는 멋진 사운드를 되돌려 받게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 스피커는 내가 들어본 이 가격대의 그 어떤 스피커들보다도 훨씬 더 개방감이 살아있으면서 아무런 장식이나 색을 더 하지 않은, 아주 넓은 와이드레인지의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특히 훌륭한 저음은 이런 사실을 보다 명확히 해준다. 물론 무한 배플형 박스들의 상대적 장점에는 논쟁의 여지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도 ATC는 그런 장점들을 멋지게 살아있는 결과물로 만들어냈다. 오직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힘이 떨어지는 앰프들을 물리면 콘크리트로 된 운동화를 신고 조깅하는 느낌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Tour de France 사운드트랙에서 저음을 들어보면 숨이 멎을 정도로, 다른 스피커에서는 거의 들어보지 못한 샤프한, 정확도 높은 저음을 들을 수 있었다. 재생 당시, 뒷벽에서는 30cm 떨어뜨리고 살짝 리스닝 자리를 향해 토우-인을 주었는데 스피드, 파워 그리고 그립감은 단연 최고였다. 스펜더의 D7이나 소너스 파베르의 올림피아2 처럼 좀 더 비싼 대형 스피커들을 간단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신디사이저 저음의 어택 트랜지언트는 놀라운데 음의 시작과 멈춤의 속도가 LED의 On/Off 수준이다. 4hero의 ‘Cosmic Tree'에서 Moog의 베이스 같은 방대한 저음을 추출해낼 때도 밑바닥의 끝까지 단단하고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엄청났으며 울트라급의 타이트함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REM의 'Map and Legends' 같은 인디 기타 녹음을 들으면 조심스럽고 신중한 느낌이다. 즉, 기본적으로 이 스피커는 뭔가 움직이는 것이 있으면 움직이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뭔가 들어있는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와이드밴드 모니터 스피커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대다수 위상 반전형 포트를 장착한 스피커들이 제대로 된 저음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통상적인 구멍이 뚫린 스피커 인클로저들은 실용적인 스펙과 구동이 쉽다는 특징들을 자랑하지만 전체 주파수 대역에 걸처 위상이 일치된 대역 통합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점을 만들 수 있다는 문제를 껴안고 있다. 이를 소리로 설명하면, 저음이 늘 다른 소리들보다 한 발 뒤늦게 재생된다는 뜻이다.


SCM40은 그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놀라운 저역의 주파수 재생음들이 중역과 혼연일체를 이루는 통합을 들려준다. 사운드는 한마디로 기쁨 그 자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다른 스피커들보다 훨씬 더 차별화된 소리를 내준다. 특히 소스나 녹음 자체가 지나치게 밝거나 강하지만 않다면 절대 거칠고 귀를 쏘는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마치 스피커와 리스너 사이에 커튼 하나는 걷어낸 듯한 사운드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소리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명쾌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토마스 달비의 Airwaves에서 얼마나 깊게 녹음 속을 파내려가던지 이 스피커에 능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마치 녹음이라는 길에 깊게 통로를 파내고, 그 길에서 끊임없이 정보라는 것을 캐내는 것 같았다. 정확한 스테레오 사운드스테이지의 골격을 잡아 놓고 필요한 때는 이미지를 안쪽 깊숙이 걸어 놓고 필요할 때는 앞쪽으로 끄집어내기도 한다. 이는 위상의 처리가 대단히 매끄럽게 통합되어 있고, 포커스에 모든 모습들이 정확히 사진처럼 찍혀있어서 제때 제 위치에 제 소리가 딱 맞춰 도착한다.


웅장하고 엄청난 저음에도 불구하고 ATC의 이 스피커가 따뜻한 소리의 스피커라고 생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꽤 호소력있는 밸런스로 밝은 컬러로 제작된 녹음이라던가 또는 고음 위주의 재생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도 밝은 사운드를 쏟아내는 것에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역은 에어리하며 공간감이 풍부하며 꽤나 예리함을 자랑한다. 비트마스터스의 Who's In The House?에서 반복되는 하이햇은 치밀하고 까슬거리는데 이는 이 사운드가 당연 그래야 하는 본래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증거이다. SCM40에서는 꽃들의 산들거림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연출이 없다는 뜻이다. 모든 것은 원래의 소리 그대로 정확하게, 일체의 착색없이 재현된다. 일부 사람들은 이 소리를 밝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스피커는 연결된 앰프나 소스 기기의 실체를 하나도 감추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SCM 40을 쓰고 싶은데 스피커 보다 저렴한 분리형 앰프나 비슷한 기기를 사용중이라면 이 스피커의 성능을 한껏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스피커에 비견될 만한 앰프나 소스 기기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 여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점이 이 스피커의 가장 큰 난제이다. 확실히 이 가격대의 스피커치고는 연결된 앰프나 플레이어의 성능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정도 스피커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대부분의 유저들이라면 녹음의 장단점을 그렇게 까놓고 들려주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루 도날드슨의 Alligator Bogaloo 같은 블루노트의 클래식 재즈를 들으면 훌륭한 통찰력과 시야 그리고 낭랑한 사운드를 지닌 스윙으로 아마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녹음된 버드의 Eight Miles High에서는 아주 실망스러운 깡마르고 메마른, 빈약한 사운드를 듣게 된다. 음악적으로는 즐거운 그리고 즐길만한 부분이 많지만 음질적으로는 질이 떨어지는 녹음 외에는 얻을 것이 없다.







결론


충분히 좋은 소스 기기로 좋은 녹음의 음악을 듣는다면, ATC SCM40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 정도 수준의 정확도, 스피드 그리고 통찰력을 지닌 스피커는 이 가격대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녹음에 담긴 리드믹한 요소들을 낭랑히 울려주면서 미묘한 다이내믹스의 출렁거림들도 정확하게 두들겨내는데 이 부분에서 만큼은 정말 놀라울 수준의 만족감 그리고 타고난 차별화된 능력을 몸소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다시 같은 이야기의 반복인데, 어떻게 이 스피커의 그런 놀라운 최고 성능을 제대로 끄집어 낼 수 있도록 구동하느냐가 관건이다. 분명 이 스피커를 구입할 때는 SCM40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녹음을 그대로 재현해내는지를 잘 알고 구입했을 것이고, 그 정도 수준의 성능은 적어도 스피커 가격의 3~4배 수준의 제품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구입했을 테니 말이다. 확실히 대단한 스피커임에 틀림이 없고 그런 수준을 즐기려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스피커와 함께 쓸 앰프나 플레이어 그리고 음반의 녹음 퀄리티에 상관없이 제대로 된 소리와 음악을 즐기겠다면 스피커를 한껏 울려줄 수 있는 적절한 파트너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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