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루비콘 8 (Dali Rubicon 8)
올 여름을 시작으로 덴마크의 스피커 브랜드 달리(Dali)가 한국내 수입원을 새롭게 교체하고 본격적인 시장 재구축에 나섰다. 새로운 변화의 시작은 스피커 라인업의 선택과 집중이다. 현재 달리의 스피커 라인업에는 많은 시리즈와 제품들이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비슷한 가격대에 얼기설기 엮여져 있는 상태인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들 중 몇몇 모델을 중심으로 제품군의 시장 진입이 새롭게 바뀔 전망이다. 가장 큰 특징은 하이파이 모델인 패시브 스피커군과 라이프스타일형 액티브 스피커군으로 제품군을 나누고, 각 제품군의 가격대에 따라 2~3 단계로 제품 등급을 나누어 가격별로 맞는 시리즈를 집중 소개할 예정이다.
하반기부터 새로 재편되는 달리의 하이파이 패시브 스피커 라인업은 ‘-ON' 으로 끝나는 ‘-콘‘ 시리즈 모델들이 하이파이 스피커의 메인 시리즈가 된다. 이미 상위 모델들은 에피콘과 루비콘으로 지난 2~3년 동안 제품 교체가 이루어졌고, ’-OR'로 끝나는 ‘-터’ 시리즈들은 서서히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주 발표된 오베론(OberON)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가을에 공식 론칭될 오베론 시리즈는 아직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젠서(ZensOR) 시리즈를 대체하는 신규 라인업으로, 젠서는 점차 시장에서 정리가 될 예정이다. 젠서의 대체자로 신작 오베론이 등장한 것처럼 몇 년 전부터 시리즈 교체 작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대표적인 또 하나의 사례가 바로 루비콘이다. 루비콘은 과거 헬리콘 시리즈의 아랫 라인업이었던 멘터(MentOR) 시리즈의 대체 모델로 지난 2015년 1월부터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리뷰에 등장하는 루비콘(RubicON)은 달리 하이파이 스피커의 플래그십 시리즈인 에피콘(EpicON) 아래에 위치하는 달리 서열 2위 라인업이며, 리뷰 모델인 루비콘 8은 루비콘 시리즈 중 가장 큰, 탑 엔드 모델이다.
루비콘 8은 가격은 에피콘보다 저렴하지만 달리의 첨단 기술이 투입된 기술적 쇼케이스인 플래그십 모델 에피콘의 모든 기술들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드라이브 유닛을 시작으로 인클로저 설계나 네트워크 회로 등 모든 부분들이 플래그십 시리즈의 그것과 동일하다. 다만, 루비콘을 위해 별도의 유닛과 부품을 트위킹하여 좀 더 저렴하고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일종의 하위 호환형 기술로 설계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에피콘과 마찬가지로 루비콘 또한 기술적 특징을 간단히 정리할 수 있는데, 루비콘의 기술적 장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SMC 마그넷 시스템으로 설계된 드라이버 유닛들
하이브리드 트위터
대역별 분리 설계된 두꺼운 MDF 소재의 인클로저
SMC는 Soft Magnet Compound 라 불리우는 자성체를 만들 수 있는 가루 같은 소재이다. SMC로 가공한 자성체는 재생 신호의 주파수에 따른 자속 밀도의 변화로 발생되는 디스토션이 비약적으로 줄어든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텐데, 흐르는 전류 신호의 일반 자석 주변에 형성되는 자속 밀도는 주파수에 따라 세기가 달라진다. 이에 반해 SMC를 이용하여 디자인은 마그넷은 주파수에 상관없이 언제나 일정한 자속 밀도를 보여준다.
즉, 위 그림처럼 자속 밀도가 주파수에 상관없이 일정하다면 스피커의 우퍼나 미드레인지의 콘지가 앞 뒤로 움직일 때 항상 똑같이 전후 움직임의 동일한 위상 재생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저음이든 고음이든 주파수에 따른 음상의 변화, 위상의 지연이 사라지므로 SMC 소재의 마그넷으로 구현된 우퍼나 미드레인지는 일반 자석의 유닛들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깨끗한 음을 재생하게 된다. 게다가 이러한 균일 자속 밀도의 유지는 보이스 코일에 흐르는 전류로 인해 생기는 보이스 코일과 마그넷 갭 사이의 발열, 디스토션 문제도 낮춰주어 리니어한 전류 흐름을 이끌어내며 주파수나 전류량(음의 크기)에 상관없이 일정한 동작 특성을 가져다 주어, 역시 결과적으로는 정확하고 디스토션이 없는 음을 들려준다는 것이 SMC 소재로 설계한 스피커 유닛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에피콘에서 큰 성과물은 거둔 뒤, 이를 훨씬 저렴한 아랫 모델로 기술을 전이시켜 놓은 것이 루비콘의 SMC 소재의 우퍼와 미드레인지들이다.
달리의 하이엔드 모델들은 과거 헬리콘 시리즈부터 실크 돔 트위터 위에 초고역 재생을 위한 수퍼 트위터를 추가한, 2웨이 형태의 2개 트위터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트위터를 사용해왔다. 이는 이후 플래그십 지위를 물려받은 에피콘이나 에피콘의 피가 흐르는 루비콘 또한 마찬가지다. 달리의 하이브리드 트위터는 2.5kHz부터 35kHz까지의 대역을 커버한다. 그 중에서 소프트 돔 트위터는 일반 트위터 재생 대역인 20kHz 까지 재생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수퍼 트위터 역할을 담당하는 리본 트위터는 15kHz를 시작으로 최대 35kHz까지를 재생한다. 하지만, 두 트위터 사이에 별도의 크로스오버 회로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아예 하이브리드의 트위터 모듈을 설계하면서 마그넷, 콘지의 소재, 리본 진동판의 갭 등을 면멸히 설계하여 유닛 자체적으로 하나의 유닛처럼 전체 고역을 커버하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고역 재생에서 소리에 층이지거나 특정 악기 소리에서 이상한 성향을 보이는 문제점 같은 것이 전혀 없는, 단 1개의 트위터와 동일한 재생음을 낸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타입의 트위터를 설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넓은 재생 대역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파수 대역과 발음 방식에 따른 음의 분산 특성을 고려한 결과물이다. 돔과 리본은 각기 음의 방사 패턴에 있어서 차이가 있어서, 이 둘을 결합시켜 마치 하나의 트위터처럼 재생하되 공간에 펼쳐지는 음의 분포 영역은 하나의 돔이나 하나의 리본을 썼을 때 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 고음이 펼쳐지도록 해준다.
이처럼 넓은 공간에 훨씬 더 높은 주파수 대역까지 재생된 음은 일반 트위터로 재생한 음에 비해 훨씬 더 진하고 선명하며 유려한 색채감을 들려주게 된다. 수퍼 트위터의 재생음은 소리가 들리거나 안들리거나 하는 음의 재생 유무가 아니라, 전체 사운드의 고주파 하모닉스의 끝을 미묘하게 추가해줌으로써 본래의 악기나 목소리가 갖는 본연의 소리에 훨씬 더 가까운 진하고 선명하며 색채감이 살아있는 음을 들려주게 된다. 마치 영상으로 치면, 256색상의 영상을 보다가 30만 컬러로 재생되는 영상을 보는 것과 같은 음색이 차이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루비콘이 사용하는 인클로저의 소재는 플래그십 모델인 에피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인클로저간의 차이점은 디자인에 있다. 에피콘은 라운드 타입의 물방울 형태의 인클로저로 내부 정재파 제거 및 공진 억제를 구현했고 여기에 훨씬 더 유려하고 비싼 외부 마감 처리를 입혀 놓았다. 당연히 가격에 걸맞은 고급스러움이 뿜어져 나오는 모양새와 사운드를 선사한다. 이에 반해 루비콘은 두께과 소재는 유사하지만, 인클로저 디자인은 일반적인 육각면체의 네모난 구조다. 라운드 형태의 미려하면서도 모서리의 각을 없앤 에피콘의 회절 방지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튼실한 MDF 소재에 충실한 내부 격벽 구조로 에피콘과 유사한 내부 강성 구조를 이끌어냈고, 라운드 형태가 아닌 구조체에서도 내부 공진을 없애는 인클로저 설계를 이끌어냈다.
또한 에피콘 8이 그러하듯이 사용된 우퍼들의 개수에 맞춰 인클로저 내부를 개별 격실 형태로 만들어 저역의 재생음을 스무드하게 만들었다. 루비콘 8의 대역 분할은 2.5웨이로 크게 나눠보면 2.5kHz의 고역과 그 이하의 중저역으로 재생 대역이 나뉜다. 하지만, 미드레인지부터 최저 주파수의 저역까지를 다시 800Hz와 500Hz로 나눠 각기 그 이하 대역을 커버하는 구조다. 그래서 2웨이가 아닌 2.5웨이라 부르고 그 아래에 0.5웨이, 0.5웨이의 우퍼가 더해져서 2.5+0.5+0.5웨이 구조라 부른다. 인클로저는 이에 맞춰 우퍼마다 내부 격벽이 쳐진 분리된 격실의 우퍼 인클로저 공간을 갖는다.
테스트에는 링돌프의 TDAI-3400과 음원 재생을 위한 일반 NAS 그리고 ROON을 준비했다. 음원은 Tidal 스트리밍 및 FLAC 파일을 사용했다. 스피커 케이블과 파워 코드는 션야타 리서치의 알파 시리즈를 사용했다.
리뷰로 만났던 달리 스피커는 꽤 오래전이며 헬리콘 400mk2이 마지막이었다. 거의 10년 가까이 지난 일이다. 그렇기에 새로 만나는 달리 스피커는 꽤 새롭기도 하고, 새로운 루비콘은 과거 헬리콘과 같은 거함의 이미지보다는 가정 환경에 최적화시킨, 다소 키가 크고 댄디한 톨보이처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사운드 또한 그런 외형적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헬리콘의 경우 육중하고 볼륨감이 있는 몸체 때문인지 소리 또한 다소 풍만하고 기름진, 유려한 사운드였다. 살집에 배어 있는 두툼한 중역의 볼륨감 위에 넉넉한 저음 그리고 따스한 고역 및 디테일로 무게감이 있는 음악의 중후함 등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에 반해 루비콘은 과거의 달리에서 느꼈던 기름기를 싹 뺀, 훨씬 슬림해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생긴 것처럼 말이다. 물론 루비콘이 헬리콘의 대체 모델은 아닌 만큼, 두 스피커 간의 공통점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두 스피커 간의 10년 가까운 세월의 변화에서 소리의 차이, 소리의 변화가 있다는 것을 루비콘 8을 듣는 순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새 스피커인 루비콘 8은 SMC 소재로 설계한 드라이버와 2~3세대 진화했다는 하이브리드 트위터 그리고 다소 달라진 인클로저 설계 방식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신기술들이 들어갔고, 당연히 사운드의 튜닝 방식이나 목표점이 훨씬 요즘 음악 재생 환경에 맞춰진 듯 보였다. 96kHz/24bit 같은 음원 재생의 시대, 스트리밍 하이파이의 시대에 맞춰 고음질 음원과 스트리밍 플레이어 등의 재생에 걸맞은 음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음에 맞춘 느낌이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중역은 과거와 같은 두께감은 덜하지만 훨씬 더 투명하고 세련된, 매끈한 톤을 선사하고 고역의 디테일도 과거처럼 기름진 유려함에서는 덜하지만 훨씬 입자가 곱고 디테일한 세련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우퍼의 저음도 과거 달리 스피커에서는 양감과 힘, 스케일이 앞섰다면, 새로운 루비콘에서는 다이내믹스, 저역 리듬의 정확성, 임팩트, 스피드가 중시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이는 스피커가 음악의 분위기나 온도감 같은 요소 보다는 입체적이고 투명한 스테이징 그리고 정확한 디테일을 그려내는 쪽으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최신예 고해상도 녹음들 및 고음질 음원 재생 시스템에 걸맞은 스피커가 된 셈이다.
에이지 오우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를 들어보면 도입부의 팀파니의 위력이 매우 빠르고 깊게 그리고 탄탄한 탄력감의 에너지가 실린 저음으로 뿜어져 나온다. 관악기들의 고역은 매우 투명하면서도 뻗침이 높은 대역까지 거리낌없이 울려펴진다. 한마디로 낮은 저음과 높은 고음의 대비가 진하게 이루어져 광대역의 다이내믹스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같은 연주자가 녹음한 <Exotic Dances from the Opera> 중 차이코프스키의 ’Hopak' 이나 생상스의 ‘Bacchanale'를 들어보면 굉장히 투명하고 입체적인 무대의 오케스트라를 그려낸다. 각 악기들의 배치나 전후 깊이감 사이에 촘촘히 새겨진 레이어링의 모양새로 꽤나 믿음직하게 제대로 그려낸다. 해상력이나 투명도, 입체감은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다. 좌우로 펼쳐지는 음상의 크기도 스피커 크기에 걸맞게 넓게 좌우로 벌려진다.
재즈 연주로 노라 존스의 최신작인 <Live at Ronnie Scott's> 중 ‘Don't Know Why'를 들어보면 아주 진하고 선명한 보컬의 밀당음들을 깨끗하고 선명히 그리고 거침없이 재현해낸다. 베이스와 피아노 그리고 드럼으로 연주되는 트리오 구성의 이 녹음은 재즈 카페의 따스한 어쿠스틱의 분위기와 울림이 잘 살아있고, 공간의 중심에 자리 잡은 피아노 위의 보컬이 핵심인데, 보컬의 선명도와 보컬 좌우 그리고 뒤에 배치된 베이스와 드럼의 정위감도 또렷하게 그려낸다. 악기가 많거나 해상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오케스트라 녹음은 아니지만 현대 고해상도 음원이나 녹음에 걸맞게 루비콘 8은 이러한 공간감의 분위기와 현장감 그리고 선도감 높은 보컬의 변화를 하나도 흐트러지거나 흐릿해지는 현상없이 깨끗한 음으로 그대로 눈 앞에 그려내 보여준다.
달리의 루비콘 8은 ‘-ON' 접미사로 이루어진 새로운 시리즈의 서열 2위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로 달리의 플래그십 스피커들에 담긴 기술적 결정체만을 골라서 만든 가성비를 극도 높은 달리의 중핵이 되는 모델이다. 에피콘은 성능도 성능이지만 플래그십으로서 사치스러움까지 겸비된 간판 얼굴의 상징적 이미지 모델인데 비해 루비콘은 실제 성능과 가정 환경에서의 사용을 고려한 실질적인 판매의 핵심이 되는 모델이다. 특히 루비콘 8은 이 시리즈의 최상의 모델로 스케일이나 다이내믹스 그리고 스테이징, 투명도, 해상력 등 모든 면에서 플래그십의 모든 부분을 그대로 닮아있는, 거의 같은 성능을 구현했음에도 가격적인 장점과 다양한 기기들과의 연동을 감안한 올라운드적 기질이 갖춰져 있다.
스펙면에서도 넓은 광대역 재생과 90dB라는 감도 그리고 40-250w 정도 출력 앰프로 구동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스피커가 지닌 또 다른 강점이다. 앰프 매칭이 까다롭지 않고, 높은 감도 덕분에 소출력 앰프로도 안정적인 재생음을 얻을 수 있다. 과거 달리 스피커들이 보여준 양감있는 풍만한 저음의 모습과 달리 훨씬 임팩트하고 선명한 저음 재생으로 저음에 대한 부담에서도 한 발 벗어났다.
과거의 달리가 아닌, 가장 현대적인 성향의 새로운 달리 사운드를 지닌 덴마크 스피커 회사의 최신예 모델 루비콘 8은 어느 음악, 어느 음원을 재생해도 듣는 이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하이엔드로 가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가격 대비 성능과 디자인까지 모두 갖춘 고급 올라운더를 놓치지 마시라.
주파수 대역 (+/-3 dB) : 38 - 34.000 Hz
감도 (2,83 V/1 m) : 90.5dB
임피던스 : 4ohms
Maximum SPL : 112dB
권장 앰프출력 : 40 - 250W
크로스오버 : 500 / 800 / 2.500 / 14.000Hz
크로스오버 방식 : : 2½ + ½ + ½ way
트위터1 : Super high freq. driverRibbon , 1 x 17 x 45 mm
트위터2 : High frequency driverSoft Textile Dome, 1 x 29 mm
우퍼 : Wood Fibre Cone , 3 x 6½
인클로저 타입 : 베이스 리플렉스
제원 (HxWxD) : 1,100 x 220 x 445mm
무게 : 27.3kg
수입원 : ODE 02-512-4091 / www.ode-a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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