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강의를 보고 느낀 짧은 소감
To. "나란 무엇인가?"에 관해 진지까지는 아니고 흥미롭게 생각하는 나와 누군가에게
유튜브에서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강의를 종종 보곤 한다. 뇌과학, 종교, 심리학, 문학, 철학 분야에서 다양한 예를 들어 인간에 관해 설명해준다. 말씀도 재미있게 잘하셔서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있는 주제 중 하나는 "나란 무엇인가?"이다.
몸을 이루는 세포는 주기적으로 생성되고 소멸한다. 간세포는 5개월마다, 허파 세포는 2~3주마다 창자 세포들은 2~3일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고 한다. 피부 세포들은 시간당 3만~4만 개씩, 일 년에 3.6kg이나 되는 세포가 소멸한다. 세포 관점에서 봐도 내 몸은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몸과 과거의 몸이 같지 않을 텐데 우리는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내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포 단위가 바뀌는 것이고 겉보기엔 크게 다르지 않으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이보그의 예는 어떨까? 기술의 발달로 진화된 의족, 의수, 인공 눈, 인공 심장 등이 나오고 있다. 내가 의족, 의수로 시작해 몸의 대부분을 인공 몸으로 바꾼다고 해도 내 기억 등은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뇌와 신경세포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인공 신체로 교체한다고 했을 때 그건 나일까, 아닐까?
더 극단적인 생각을 해보자. 나의 뇌와 신경세포에 담긴 정보와 생각 등을 고스란히 컴퓨터에 옮겨 놓을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컴퓨터를 통해서 나는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나일까? 내가 아닐까?
문학 속에서의 예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게 읽었던 카프카의 단편소설 <변신>의 예이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영업사원으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아들이자 오빠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악몽을 꾸다 깨어난 그레고르는 커다란 벌레로 변한다. 자아는 그레고르였지만 생김새는 괴물 같은 벌레로 변해버린 것이다. 가족들의 충격과 걱정은 불만과 혐오로 바뀐다. 가족들은 결국 그레고르를 더는 아들이나 오빠가 아닌 벌레로 규정해 버린다. 자아는 그대로인데 생김새가 바뀌었던 사실만으로 더 이상 그레고르는 그레고르가 아니게 된 것이다.
강의 속에 나온 다양한 예는 내 몸이 나를 규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에 관해 여러 가지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특히 카프카의 <변신>은 몸보다 내면의 자아가 나를 규정하는데 더 중요하다는 내 생각과 배치되는 내용이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철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규정하기 힘든 "나란 무엇인가?"는 생각해볼수록 흥미로운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