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혼자 가는 것

등 밀어주세요

by 안녕그린

엄마와 나의 취미는 목욕탕에 가는 것이다.

우리는 겨울이 되면 거의 일주일에 1번씩은 목욕탕에 가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한 때는 엄마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었던 목욕탕 가기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나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내 키는 지금까지 동일하다.

163cm


초등학교 6학년이던 나는 목욕탕 탕 안에서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기가 힘들었다.

물이 금세 코를 덮어버릴 것 같았고

숨을 쉬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25살이 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초등학교 6학년때와 키는 동일하지만 이제는 목욕탕 탕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물이 너무 기분이 좋은 게 문제라면 문제지.

왠지 조금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으로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어느순간 나는 목욕을 혼자 다니게 되었고,

탕 안 바닥에도 손쉽게 앉아있으니 말이다.


가끔 목욕탕에 엄마와 함께 목욕을 오는 사람을 보면 약간의 부러움과 함께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엄마와 목욕탕에서 재잘재잘 떠들던 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 계셨던 어른들의 마음이 이런 거였겠지?


왠지 오늘은 엄마한테 등을 밀어달라고 조르고 싶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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