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텝어웨이: 횡단보도

변수의 매력

by 안녕그린

이경준 사진전에 다녀왔다.

제목은 '원스텝어웨이'


내가 좋아하는 도시의 모습을 시간대별로 가득 담아둔 공간이었기에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던 사진전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유독 인상 깊게 남은 사진의 주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횡단보도'이다.


사진전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작가가 통제할 수 없고 오직 그 찰나에만 담을 수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은 왜인지 모르게 오래도록 시선을 끌었다.


인종이 다양한 뉴욕의 모습이기에 그랬던 걸까?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재미있는 상상이 마구 솟아올랐다.

KakaoTalk_20240221_232010581_04.jpg 공원 사진도 마찬가지! 다들 저 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사람은 어딜 저리 급하게 가는 걸까?'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려는 거지?'

본인이 누군가의 작품이 되고 있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

등등..


차가 다니는 길 위에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준 횡단보도가

마치 한 명의 세상과, 또 다른 한 명의 세상을 연결해 주는 통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없는 횡단보도의 모습은 마치 자로 잰듯한 정확함을 가진 직선의 나열에 불과하겠지만

그 위에 사람이라는 존재가 덧대어지자, 전혀 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횡단보도에게 사람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새로운 의미 혹은 공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수의 매력에 이끌려 나는 횡단보도 영상을 한참이고 바라봤던 것일지 모르겠다.

KakaoTalk_20240221_232010581_01.jpg 날씨도 늘 예측불가. 세상은 변수 투성이

나는 스스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가끔 주변에서 내가 '돌발상황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한 편으로는 맞기도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말이지만

적어도 내가 계획했던 하루 일과가 갑자기 틀어지는 것을 썩 내키지 않아 한다는 점에서만큼은 동의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식사메뉴 변경이나 돌발스런 여행은 나도 좋아하는걸?)


아무튼 나는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 썩 편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오히려 횡단보도 위의 사람과 같은 변수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보다.


나의 삶, 그리고 나의 계획에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내가 원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모순적인 것이니까.


변수야 말로 인생의 진정한 재미라는 것을 인정하고, 또 다양한 변수가 내 삶에 펼쳐져 있기를 기대하지만

동시에 오늘 당장 나의 하루는 내 예상과 같이 흘러가기를 원하니

나에게 변수란 모순적이고도 매력적인 것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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