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치유하기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by 안녕그린

어머니께서 최근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


그전에도 몇 권의 전자책을 내신 경험이 있으시지만 진짜 당신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머니는 누구보다 강인해 보이지만 사실 많이 여리신 분이다. 겉으로 당신의 힘든 점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리시는데 나는 한편으로 과거의 아픔을 그대로 품고 사는 듯한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를 글로 세상에 알린다는 것은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번에 어머니가 그 결심을 하셨을 때 나는 진심으로 놀랐고 또 기뻤다.


어머니께서는 글을 쓰시며 정말 많이 우셨다.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나의 어머니는 평생 그 아픔을, 상처를 오롯이 안고 가야 하셨겠지. 글을 쓰는 과정이 어머니께 치유의 과정이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아서 남몰래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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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심리학 대학원 수업에서 고치고 싶은 과거의 상황을 떠올린 뒤 상황극으로 과거의 아픔을 재구성해보는 수업을 했더란다. 처음에는 나도 친구도 ‘그게 무슨 효과가 있어? 부끄럽기만 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수업의 결과는 상상 밖이었다.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본인이 상처받았던 순간을 다시금 재구성하여봄으로써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울었고 치유되었다.


실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부모님께서 싸우시는 모습이 충격이었던 과거의 상황을 다시 재구성하여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을 조금씩 바꾸어보기도 하고, 나의 말을 바꿔보기도 하면서 그저 밴드만 대충 붙여놓고 방치했던 상처에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발라주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 분은 이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시겠지?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를 받고 아픔을 안고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그 상처를 이겨내고 새살을 틔우는 반면, 누군가는 평생 끔찍한 흉터를 안고 살아가니 말이다. 어쩌면 내 상처를 치료하는 법은 현재의 내가 다시 그 상황을 인지하고 말할 용기를 갖는 것에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7살의 꼬마가 받은 당시의 충격을 24살의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치유해 주기를 바라면서.


P.S. 꾸준함이 생명인 글쓰기에 나태해진 나를 반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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