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편지
이렇게 될 줄 알고 연락했어요.
감히 어떤 마음을 짐작한, 또 어떤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조금 미안해요. 내 마음이 당신의 마음보다 투명하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해요.
그치만 나쁜 마음은 아니에요.
단지 용기가 부족하고 스스로 확신이 없었을 뿐이에요.
가끔 생각이 나고 그럴 때면 안부가 궁금해지고 그러다 연락을 하려고 손가락까지 움직이고 나면
그 위로 자꾸 뭐가 덮이던걸요.
그러니 내 마음이 조금 덜 투명한 건 누구의 탓도 아니에요.
무조건 내 뜻대로 하려 하고 뭐든 좋다고 하는 당신의 마음도 점점 투명해지면 좋겠어요.
어디서든 제 색깔을 내는 마음이면 좋겠어요.
가끔은 그것 때문에 토라지고, 서로 입술도 삐죽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옆 사람이 열심히 닦고 또 닦을 때, 가만히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