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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Jan 11. 2021

나만 혼자 머물고 있는 어제일까

아홉 번째 편지

잠이 안 와.

추울 때는 방 따뜻하게 해놓고 웅크리면 잠이 드는데, 이렇게 선선하고도 따뜻한 날은 괜히 생각이 많아지거든.

요즘은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을 해. 새삼스럽게 지쳐서 부쩍 그래.

다들 힘든 삶을 산다는데 그래도 나 말고는 잠이 들었는지

내 방도 바깥 세상도 고요하기만 하다.

괜히 시간만 죽이는 이 느낌이 싫어서 벌떡 일어나면 그건 또 그거대로 싫어.

도로 누우면 내 하루가 다시 계속 돼. 끝나지 않는 하루가 계속 흘러가.

이건 내일인가? 잠들지 않았으니까 오늘 아닌가? 아니면 나만 혼자 머물고 있는 어제일까?

현실감이 느껴지는 거라곤 이불 뿐이네.

오늘도 이불 하나 겨우 붙들고 언제인지도 모르는 시간의 언저리를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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