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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Oct 22. 2023

백수가 굳이굳이 글을 쓰는 이유

아직 열일곱 번째 일요일

문득 생각이 든다.

하는 일이 없어서 그런지 문득 생각이 스치는 때가 잦다. 아무튼, 나는 왜 굳이 글을 남기고 있는걸까?


어릴 때 별다른 꿈이 없었다. 잘하는 일도 없었다.

다만 학교에서 유일하게 들었던 칭찬이 '글 잘 쓴다'는 것이어서, 그런 줄 알고 지냈다.

좀 더 자란 후에 어쩌다보니 글을 써야만하는 직업을 좇게 되었고, 그걸 이뤄버리는 바람에 성인이 된 내도록 글을 썼다. 그러면서도 늘 생각했다. 아, 글 쓰기 싫다. 나는 글을 더럽게 못쓴다.


두 번 다시 콘텐츠는 안한다고, 전혀 다른 일을 할 거라고 다짐한 적도 많고 실행으로 옮겨본 적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성공한 적은 없어서 지금도 이렇게 브런치스토리에 하소연 중이다.

무언가를 많이 좋아하고 큰 열정을 느꼈던 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돌고 돌아 다시 이곳으로 오는 마음, 꼴도 보기 싫은데 완벽하게 잘해내고 싶은 마음. 표현하자면 애증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욕하는 순간마저도 거짓이었던 적이 없다. 내가 적은 것은 문구 하나 조차 나 자신이 담겨 있었다. 글이 곧 나였다.


결국 구천을 떠도는마냥 일을 관두자마자 브런치스토리와 블로그를 헤매고 있다. 이승에 한이 남아있기 때문에 도저히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황천길이든 요단강이든 레테의 강이든, 무사히 어딘가로 닿을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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