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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Oct 22. 2023

1일 1자아효능감

퇴사 후 열일곱 번째 일요일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 있다면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이오,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 또한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이다. 대개는 후자의 힘이 더 강력하다.


퇴사 초기, 평소에 하고 싶던 이런저런 일을 다 해보고나니 알 수 없는 찝찝함과 불편함이 몰려왔다. 이제 좀 쉬어보리라며 행복해하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건 또 뭘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내가 찾은 답은 자기효능감이다.


한때 열풍아닌 열풍이 불었던 자존감처럼 요즘 많이 눈에 띄는 단어, 자기효능감.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으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판단이다.

잘 생각해보면 여러 직장을 거쳐오는 동안에도 내게는 자아효능감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전 직장 역시, 자아효능감을 발톱만큼도 느끼기 어려워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퇴사자가 되었으니.

그것은 일상에서도 동일하다. 작은 일이라도 일말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 하루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이대로 하루를 끝내선 안된다는 불만족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나는 쉬고 싶었다.

몇 번의 번아웃을 겪고 힘들게 결정한 휴식이었다. 제발 일 좀 그만 벌이고 아무것고 하지 말자, 스스로에게 주문을 그렇게 걸었는데도 자기효능감 어쩌구라니 나 자신은 왜 이렇게 까탈스럽단 말인가.


고민하던 내가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를 적당히 하기'다. 너무 힘을 쏟지 않는 소일거리로 매일을 채워나간다면 까탈스러운 나도 이제는 항복하지 않을까?

'하루를 잘 보냈다'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일찍 일어나 집을 청소하거나 제때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다. 어쩌면 잘 살기 위한 소소한 노력을 내 몸이 원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방심하면 과열하고 그로 인해 금세 식어버리는 나를 위해서.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보면 나와 주변이 청결해지고 조금 가벼워지고, 오버 좀 떨어서 삶이 건강해지는 기분도 든다. 하루를 잘 살아내기위한 별거 아닌 일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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