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열 번째 화요일
폭우와 폭염으로 뒤덮인 두 달이 지나고 9월이 왔다.
시간의 흐름을 알아채지 못한 건 나뿐만이 아닌지, 창밖으로는 아직도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문득, 짧은 여름방학을 보낸 것과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에게도 필요한 것 아니냐며 늘 염원해왔던 여름방학을.
나의 여름방학은 늘 비슷한 모습이었다.
처음 하루이틀은 느릿하다가 갈수록 빠르게 흐른다. 초기 계획은 야물딱지지만 내내 늘어져있느라 반이라도 달성하면 훌륭하다. 어느 순간 경각심이 들고 나면 뒤늦게 해야할 일을 챙기느라 바쁘다.
새해의 열정은 서서히 녹아 흐물해지고, 제법 단단해져가던 일상은 눅눅해진다.
여름은 청량하고 가벼운 이미지와 즐거운 휴가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살아남아야 하는 고통의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일년의 중간 즈음에서 맞이하는 이 계절은 어딘가 조바심을 가지게 한다.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가을의 풍년은 없어, 너의 하반기도 이대로 망가뜨리고 싶니? 라고 추궁하는 것만 같다.
다 큰 성인의 자발적인 방학에는 숙제가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마땅히 할 일이, 꼭 해야할 일이 없다. 애써 마무리 지은 일도 잘해냈는지 자꾸 자문하게 된다.
개학도 없다. 9월이 되니 동네도 온라인 세상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 것 같은데 나만 여기 그대로 있다.
모두가 제 할 일에 매달리는 이 시간, 나의 세계는 고요하다.
끝이 없어 가능성이 무한한, 그래서 더없이 불안한 여름방학.
마음 저편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찾고 있는 걸까.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한참 먼, 성인의 배부른 푸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