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닐 때는 늘 흐트러진 생활을 꿈꿨다.
알람이 아니라 저절로 눈이 떠져 일어나는 아침, 느즈막한 식사, 어떤 압박도 계획도 없는 하루.
자유인으로 살아 온 지난 3주를 돌이켜본다.
그중에서도 2주 가량은 수업을 들었으니 마냥 자유로웠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루틴을 만들기 위해 나도 모르게 애써왔던 것 같다.
늘어지는 느낌이 싫어 되도록 출근을 준비할 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려했고, 버릇이 되거나 밤에 숙면하지 못할까봐 낮잠을 참으려 했고, 매일 비슷한 시간에 식사하려고 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든 되는대로 지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는데 이상하다. 그럴수록 기분이 좋지 않고 피로가 쌓이는 듯하니.
초짜 백수는 혼란스럽다.
태어난 이후로 줄곧 시간에 따라, 정해진 일과를 수행하며 살아왔으니 그 모든 것을 속박이라 여겼다. 속박의 굴레를 벗어나면 찬란한 기쁨만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영 그렇지 않다.
처음엔 단지 익숙하지 않아 그런가 했다. 쉼에 익숙하지 않아서 온전히 주어진 24시간이 버거운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쉽다. 생활 패턴이란 만들긴 어려워도 무너뜨리긴 한순간이니까. 아무 일 없는 하루에 익숙해지자 차츰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이 물 흐르듯 엉켰다. 원하던 일상이었음에도 며칠 지나지 않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엉망이 된 생활리듬은 나를 건강하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완벽한 쉼은 규칙적인 일상에서 비롯된다.
직접 겪어봐야만 삶을 영위하는 기본적인 활동-기상, 식사, 약간의 운동, 청소, 샤워, 취침-을 온 세상이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강박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정해진 시간에 뭔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해내야만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규칙적인 생활이나 루틴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과업과 그로 인한 피로에 둘러싸여, 진짜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은 주말로 미루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니 그럴 만하다.
결국 휴식 또한 탄탄한 삶의 토대 위에서 맛보아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아직은 학교에서 직장으로 이어지며 쉴새없이 강요받은 규칙적인 삶과, 건강한 일상을 위한 규칙적인 삶을 별개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일상을 되찾자. 이때의 루틴은 속박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삶을 위한 바탕이 될 것이다. 그 다음에야 압박감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루틴을 구성하는 주체적인 일상이 가능할 것 같다.
부지런히,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도 그 속엔 내가 없었던 것 같아 미안하다. 일정을 따라가느라 급급하고 늘 아슬아슬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삶'이 아닌 '나'였음을 미처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