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매번,

대갚음을 정의하는 법

by 에디터 Rii


지루한 하품으로 연신 입을 쩍쩍 벌렸다. 혀가 건조해질 때쯤 다 식은 커피를 들이킨다. 밥 먹고 커피 마시면 미리 맞춘 리허설처럼 지겨운 오후 근무 시간이 돼 버린다. 원두 향이 찬 기운에 기가 죽어간다. 뜨거운 건 잘 먹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식어버린 커피는 선호하지 않는다. 적당히 아무거나 시키려고 다짐해도 항상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매번 이런 식이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하는 말이었다. 정말이지 매번 그런 식이었던 건 당신이었다. 아직도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다는 걸 자각할 때면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이곤 했다.


"물 좀 더 받을 수 있을까요?" 식은 커피잔에 뜨거운 물을 받아왔다.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가 됐다. 나는 뜨거운 수증기 같았고 당신은 차갑게 식어 가라앉는 중이었다. 적당한 온도가 된 커피를 바라봤다. 에스프레소 맛까지 희석이 된 커피를 마셨다.

어쩌라는 건지. 매번, 매번 어려웠다. 매번 마주해도 쉽지 않았다. 다툼이 잦았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누가 잘못했는지 명확하지 않아도 서로를 탓했다. 끊임없이 질타했다. 그러다 또 당신은 잔인한 말을 하고야 만다. “매번 이런 식이지 넌.”


식후에 먹는 영양제를 주머니에서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물과 마시는 게 좋겠지만 커피와 함께 삼켜버린다. 커피와 영양제를 먹는 짓을 하는 것처럼 충동적으로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전혀 궁금하지 않은 내 이야기를 숙취에 찌든 구토처럼 뱉어내고 싶다. 상대의 얼굴이 일그러져도 계속 떠든다. 머릿속에 윙윙댄다. 매번 이런 식이지 넌.


대갚음해 주려 했었다. 참고 있다간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처럼 미친 짓을 벌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당신은 발효하는 효소처럼 조용히 부글대는 나를 배려하지 않았다. 술을 마신 날은 꼭 전화했다. 수화기 너머로 광분했고 나는 묵묵히 들었다. 내일 후회하라지. 그런 다음 꼭 며칠은 쥐 죽은 듯했다.

당신은 술을 이기지 못했다. 늘 내게 그런 꼴을 보여주었다. 미련을 표현했던 것인지 사랑을 말하려 했던 것인지, 둘 다 아니라면 연락할 여자가 나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러나 바보처럼 전화를 받은 것도 술기운에 쓰러질 때까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것도 나다.


언젠가 받지 않겠다 마음먹었다. 오늘이었다. 끊어지지 않는 통화연결음을 듣던 당신은 어느 정도 술이 깨버릴 것이다. 연락하지 말 걸, 생각한 순간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한다는 음성이 들린다. 시계는 자정에 가까웠다. 어둠과 함께 내려앉은 공기가 떨렸다.

낮에 마신 커피 때문인지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감은 눈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듯했다. 당신 때문에 울던 나를 본다. 눈물이 마르지 않던 나를 본다. 내게 눈물을 주었던 당신에게 자격을 건넨 나를 본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어항에서 헤엄치는 나를 그만 잊어주길.

매일, 매 순간, 매시간마다 당신을 기다리던 탁한 어항 속 나를 놓아주길.

당신의 마지막 연락이 평생토록 후회로 사무치길.

추위에 떨며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않길.

당신의 매번에 속아주던 순간을 떠올리길.

가슴 아파하길.





*대갚음 : 남에게 입은 은혜나 원한을 잊지 않고 더 크게 갚음.

(단순히 되돌려주는 것이 아닌 더 강한 방식으로 갚는다는 의미가 내포)


비슷하지만 의미가 조금 다른 단어 *되갚음 : 남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으로 돌려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