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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May 13. 2024

아버님 전상서. (1화)

(중환자실의 아버지를 뵙고)

아버지 2024년 5월의 하늘은 서럽도록 맑고 쾌청합니다. 

배려도 없이 푸르른 하늘을 보노라니 야속한 마음조차 밀려옵니다. 

큰 소리로 날씨를 나무라는 나는 눈물이 쏟아질까 고개를 젖히며 마음을 달래어 봅니다. 


괜찮다. 

괜찮다. 

이게 마지막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소식 저런 소식을 전하는

가족톡방에서 문득 아버지의 얼굴을 봅니다.

사진 속의 아버지는 큰언니와 손을 어긋맞고 참 다정하게 앉아 계십니다.

내가 어린 날에는 볼 수 없던 정겨운 그런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육 남매 맏언니와 아버지의 나들이 모습 


나에게

아버지의 청춘은 우람하고 그리고 힘이 넘치는 장정의 모습이었습니다.

온 가족의 짐을 지고 아픈 엄마를 건사하는 그 고단한 아버지가 왜 그렇게 불편하고 무섭던지....


나이가 들고야 이제는 알게 됩니다.

그런 시절을 건너오신 아버지의 삶이 얼마나 혹독했을지 그래서 어느 날! 좀 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아버지는 유머와 위트가 있는 엄마 같은 모습으로 다시금 빚어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햇살이 가득한 벤치에 앉으신 멋을 부릴 줄 아시던 아버지

하얀 중절모에 새하얀 점퍼를 입으시고 거리에 나서면

나는 내 팔순의 아버지의 인물을 자랑하곤 했습니다.

오늘 사진 속의 아버지는 또 유난히 참 잘 생기셨습니다.


일찍 엄마를 여의고 친정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오늘까지 친정이 되어 주어 고맙습니다.

오늘은 더 없는 걱정과 불안으로 이 글을 아버지께 올립니다.


인생이 어렵고 사는 게 숨이 찰 때 언제든지 찾아가면 밥상을 차려 주던 아버지가 없어질까!

그런 걱정이 아닙니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이제는 어디서 모일까! 염려하는 그런 이유도 아닙니다.


내가 조금씩 아버지의 나이를 따라가다 보니

쉰에도 아버지가 절실함을 알았습니다. 

아이 같이 철없는 자식의 인생엔 

환갑이 되어도 아버지가 우리의 버팀목 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버지가 혹여 이 일로 우리의 곁을 떠난다면

내 기댈 곳이  사라질까 한없는 염려와 후회가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 오늘은 주일 예배를 다 마치고 텅 빈 예배당 강대상 바닥에 앉아서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하나님 이번 고비만 넘기게 해 주세요


홀로 계시다가 넘어져 머리를 다치고

구급차에 실리고

그리고 닥터헬기에서 생사를 오가다 이렇게 작별 인사도 없이 가시면 

그러시면 안 된다고 통곡을 하였습니다. 


하나님

돈도, 명예도 구한 적 없는데 이 기도를 들어 달라고 때를 쓰며 펑펑 울었습니다.

어느 잘 나가는 자식들처럼 무성한 자랑이 된 적 없는

세상에서 그저 아무것도 아닌 자식의 마음에 멍을 남기시지 않기를

나는 그렇게 기도를 드리고 밤에도 흐느껴 울었습니다.


아홉의 어린 딸이

엄마 그러다 우울증 온다 그만 울어라!! 며 눈물을 닦아 줍니다.


오십의 아들 딸을

환갑의 아들 딸들을 이토록 무너지게 하는

당신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내 아버지이십니다.

(2024년 설날 가족사진 속 아버지가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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