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잃은 준희를 보고 와서 )
욥기 42장
4 내가 말하겠사오니 주는 들으시고 내가 주께 묻겠사오니 주여 내게 알게 하옵소서
5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한 여름 폭풍이 지나 가면 세상은 새롭게 태어났다.
하늘은 청명하고 산과 들은 진초록의 새 옷을 입었다.
처마에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조차 예쁘게 들렸다.
허나 아버지는 분 초를 달리 하며 돋아나는
잡초를 바라보셨다.
누워 쉴 시간이 없다시며 호미와 낫으로
캐고 베어 구슬땀을 흘리셨다.
그 여름 아버지의 몸은 땀내로 가득했다.
이래야 곡식이 산다고 그리고 우리가 산다고
누가 대신 밥 먹여 주지 않는다고.
몸보다 빠른 잔소리를 달고 사시 었다.
한여름 폭우보다 더한 일을 당한
준희의 얼굴을 보면서
울어야 살겠지만
울지를 말아라 말했다.
남편을 잃은 상실감과 홀로의 짐을 지게 된
눈물에서 나는 아버지의 땀내를 맡는 듯했다.
젊고 건강한 남편이 일순간의 사고로
사라진 지금 그녀는 풀어야 할 숙제가 가득했다.
내가 말하겠사오니 주는 들으시고 내가 주께 묻겠사오니 주여 내게 알게 하옵소서
그녀는 욥이 하나님께 물음 한 것처럼
이 불행의 원인을 알고 싶어 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에게 설명할 말 한마디쯤ᆢ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쯤은 가져야 했다.
서른에 남편을 잃고 청상의 과부 시어머니가
시퍼런 아들을 또 먼저 보내고 ᆢ일어 설
지팡이 그런 거 하나쯤은 절실히 필요했다.
한동안 부부간에 다툼이 있어 평소와 다르게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그녀 또한
그 불쌍한 남편을 보내줄 이유가 필요했다.
죄책감은 숨을 조여 오고 이러다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그녀를 괴롭혔다.
그 모든 질문은 자꾸 대답도 듣기 전
눈물이 되어서 그녀를 괴롭힌다.
산더미 같이 쌓인 현실의 문제들
멍하니로 시작해서 터벅터벅 집으로
또 하루가 지나버린다.
왜 그 시간에 그이가 거기에 서 있었을까?
평소와 달리 왜 길에서 담배를 태웠을까?
달리는 찻소리 ᆢ불빛은??
자신의 박복함이 슬픔이ᆢ
앞으로 인생이 절름발이가 되었음이ᆢ
주여! 내가 전에는 귀로만 듣던 주님을
이제는 눈으로 보듯 선명하게 뵈옵게 하옵소서
딱하게 막혀버린 이숨을ᆢ
하나님의 숨으로 채워야만 트일 듯 합니다.
허락하시면 전보다 더 똑바로 걸어 가야만 그래야만 합니다.
내 그러면 견디려 하옵니다
이 한여름 폭우로 휩쓸린 내 삶을 ᆢ
귀로만 듣던 그 신랑.. 주님께 기대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