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밤잠을 설치다 적어보는 편지)
— 세상 속의 믿음, 밤잠을 설치며 흔들리다.
세상은 지금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시장과 정치, 문화와 사회가 흔들리고,
가정의 울타리마저 그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다.
코로나라는 공포의 쓰나미가 남기고 간 것은 단지 바이러스의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불안의 문화이자 신뢰의 붕괴였다.
더 빠르고 신속한 온라인 세상으로 블랙홀처럼 흡수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 여파는 교회 안에도 깊숙이 스며들었다.
굳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각자도생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어디에 서야 하는가?
어디까지 세상에 참여해야 하며,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이 외줄 타기 세상에서 균형감을 가지고 살아갈까?
나는 밤마다 이 질문 앞에서 잠 못 이루는 목회자의 한 사람이다.
어쩌면 나 역시 두려움에 사로 잡혀 있음이 분명하다.
뿌리는 신앙이다. 그러나
신앙의 언어로만 이 시대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고, 너무 복잡해졌다.
그래서 다시 펜을 들었다.
이 책은 내 안의 질문에 대한, 나 자신과의 조용하고 깊은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 부모 세대,
믿음과 현실 사이 외줄 위에서 파르르 떨며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길고 긴 '믿음'이라는 장대를 들고 균형을 잡되,
여기 이곳이 아닌 저기 먼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고.
길고 긴 역사의 여정 속에서 중심을 지켜온 복음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기며 쌓아온 그 진실한 말씀을 믿어보자고 권하고 싶다.
그러니 우리의 복음이 교회 안에서만 머물러 선 안될 일이다.
시장 속에서
정치의 언어 속에서,
삶의 선택과 인간관계 속에서 빛나게 드러나야 될 일이다.
그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라." (마 5:14–16)
오늘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진리와 거짓이 뒤섞이고, 신앙과 세속의 경계가 흐려졌다.
이 책은 영혼의 내면에서 시작된 변화가
시장과 정치, 문화와 가정, 그리고 일상으로 확장되는 여정을 담았다.
믿음은 도피가 아니다.
억척스러운 실천이다.
복음은 관념적 철학이 아니라, 삶을 빚어내는 능력이다.
그리스도인은 혼탁한 세상의 끝을 붙들고 세상을 따르는 사람들이 아니니,
새로운 시작을 여는 사람들이다.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요한계시록 21:5)
머리가 뜨거워질 만큼 복잡한 세상 속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믿음을 부여안고 지치고 무너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먼저는 목사라는 이름으로
다음은 아동센터를 섬기는 대표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며 내가 배운 것들을 기록해 내는 것이다.
일상과 씨름하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끝까지 단정히 살아 내고자 하는 마음이다.
조급하여 불안에 휘둘리는 한국 교회 공동체와 동역자들의 회복을 기대하며..
2025년 10월 13일
권문연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