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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Aug 04. 2022

(지친 그대를 위한 노래) 7. 청춘을 함께한 사람들

(하나된 교회 임직식을 치르며)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22년 7월 3일 임직식을 준비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시구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예식이 그저 종교적 행사 같이 지루한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뜨겁던 그 해에 우리는 낡고 허름한 건물을 구해서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30대의 패기로 가득한 젊은 남녀였다. 지금 돌아보니 젊다기보다는 어린 사람들이었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얼기설기 그렇게 전등을 달고 의자를 들여놓았다. 월세를 아끼려고 얻은 낡고 좁은 건물은 구석구석이 묵은 먼지로 가득했다. 그렇게 하나된 교회가 시작되었다.


어쩌면 아직도 벌건 불이 남아서 버려진 연탄처럼 뜨겁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20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해 준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임직식이 있다. 돌아보면 참 긴 세월이다. 그토록 푸릇푸릇한 젊은 부부와 신혼의 부부가 이제는 중년을 넘어서게 되었으니 감회가 남다르다. 개척교회라 말하면 그저 보잘것없는 건물과 낡은 의자들을 놓고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작하는 가난한 교회쯤으로 알 것 같다. 목사는 실력이 뒤떨어지고 성도수가 적어서 기가 죽은 볼품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고 그래서 뭔가 결핍으로 가득한 교회를 떠올릴 것이다. 나는 그런 통념에 공감한다. 사실 우리의 처음은 딱 그런 모습이었다. 아직도 풋내 가득한 전도사가 시작한 교회는 불완전한 것으로 가득했다. 열정이 있었다면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울어진 시작이었다ㆍ

 그러하였다ㆍ

함께한 성도들의 삶도 목회자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어린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분주한 일상과 그리고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의 그 현장에서 바쁘게 살아온 날들.. 돌아보면 사고 없이 그럭저럭 여기까지 온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철이없고 경험도 부족하고  멘토가 없던 시절이다. 이리저리 균형을 잃어버린 삶은 연속되고 그 속에서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않았다ㆍ


그렇게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고 눈물 어린 시간들을 보내며 성장했다. 교회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자녀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기쁨을 공유했다. 그 작은 공동체에서 교통사고로 젊은 청년을 앞세우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어린 소녀를 백혈병으로 보내며 슬픔의 깊이를 체감한 적이 있었다.


막 시작한 일터에 불이 나고 그리고 실업의 고통에 쌓인 불경기를 넘어서면서 교회는  요동쳤다. 부도와 함께 쓰나미 같이 밀려오는 교회의 어려움은 개척이 이런 것이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아니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구나. 그런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탁한 가슴을 심호흡으로 달래던 시간이 몇 날인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우리에게 한 가지 남아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참는 것이었다. 눈물을 참고 아픔도 견디고 그리고 우리에게 주신 어린아이들을 돌보며 아동센터와 더불어 교회를 지키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통곡하며 밤을 지새울 때 나는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알 수도 없는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다고 목청껏 외치며 그렇게 인내의 시간은 겨울날 눈처럼 소복이 쌓여가고 있었다. 거기에 오늘 임직을 받는 그 듬직한 신앙의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그 땀과 눈물의 수고를 어떻게 다 써 내려갈 수 있을까?  




가끔 목회자보다 훌륭한 성도가 있음을 보는데 나는 늘 그렇다고 여기고 지내왔다.

동고동락 살 부비며 일구어온 결실이 있다면 어린아이들 그리고 청년들. 이 작은 교회에서 다음 세대들이 콩나물시루의 노란 싹이 솟아오르듯이  그렇게 일어나고 있다. 그들을 위한 책임 있는 일군의 사명을 알기에 그 부름심으로 인해 임직식을 결정했다고 하고 싶다.


젊음을 함께한 동역자 들이다. 이제 함께 붉고 아름다운 인생의 노을을 맞고자 한다. 하나님의 거룩한 직임을 마지못해 허락하고 신앙의 역사를 이어가고자 하는 그 자리가.. 오늘 임직의 자리이다. 그렇다. 그래서 인사를 나누는 장로님과 권사님 그리고 안수집사님의 눈에는 그런 많은 의미를 담은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여러 사람이 울었다. 우리가 20년간 길러낸 아주 어렸던 아이들이 이제는 그 속을 이해하고 함께 울었다. 그래서 눈물로 가득한 임직식이었다. 더도 덜도 아닌 바로 그런 역사가 연속되는 자리였다.

(네팔 아동센터 모습)

이제 이 임직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우리는 새로운 사명으로 살아갈 것이다. 네팔과 감비아의 아동들을 섬기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이다. 아직도 식지 않은 뜨거운 연탄불 처럼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새로운 꿈을 꿀 것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청춘을 함께 한 것이 그리고 그 청춘이 저무는 것이 그다지 슬프지 만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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