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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Aug 29. 2022

(유학 일기) 1. 기숙사에서 첫날밤

(이국의 밤 풍경은 그리움이다.)

메릴랜드 주립대학 기숙사..

첫날밤을 자고 나니 뭔가 휑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어제까지 북적이던 가족들이 떠난 자리가 크게 다가온다.

덩그러니 누운 침대는 이유 없는 피로감이 가득하다.


입주가 늦어진 룸메이트의 침대와  먼지 냄새 짙은 텅 빈 공간. 내성적인 아주 내성적인 나는 이 분위기가 좋으면서 몸서리나게 싫은 상황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의 자유로움과 더불어 그 적막함 그런 두 마음의 공존이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는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기숙사 정말 작은 싱글침대와 서랍장 책상 옷장이 전부다)


돌아보면 1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게 흘러왔다. 한국의 고등학교의 그 치열한 입시 전쟁과 달리 미국은 입시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아니 정보보다는 관심의 부족이다. 학생도 학교도 진학에 관심이 적다. 특히 명문대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거의 전멸 수준에 가까웠다. 이유는 차츰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그랬다. 그런 틈에서 나 홀로 대학을 결정하고 입시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에 겨웠다.


거기에 유학생에게 부과되는 등록금은 거의 천문학적이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은 입시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등록금이 년간 1억에 육박한다. 마음이 있어도 조용히 접어야 하는 상황. 한국에서 알아주는 유명 사립대학의 기본 등록금은 우리 돈으로 2022년 환율 기준 8천 - 1억이다. (미국 북동부 지역의 8개 사립대학 즉, 하버드(Harvard, 1636년 설립), 예일(Yale, 1701년),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1740년), 프린스턴(Princeton, 1746년), 컬럼비아(Columbia, 1754년), 브라운(Brown, 1764년), 다트머스(Dartmouth, 1769년), 코넬(Cornell, 1865년) 대학교)  

거기에 명문대가 주로 밀집된 미 북동부의 물가를 생각하면 등록금만큼의 생활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미국의 시민권을 가진 학생들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약 20년간 상환하는 방식이니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집을 사고 평생 대출을 갚는 그런 구조다.


그렇게 차 떼고 포 떼고 나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은 주립대학. 그 가운데 컴퓨터 공학으로 유명한 주립대학이 메릴랜드라 그렇게 선택하고 결정하게 되었다. 워싱턴 D.C와 약 20분 거리의 도시 메릴랜드주 칼리지 파크(Collge park) 소재의 주립대학. 퍼블릭 아이비리그라 불릴 만큼 인정받는 명문 주립대학이다.

총 36,000의 학생이 등록이 된 메릴랜드주와 워싱턴 D.C 일대의 가장 큰 대학이다. 범죄학 전공은 전미 1위를 차지하고 특별히 컴퓨터 과학은 전미 14위에 랭크된 사실에 마음이 기울어 최종 학교로 선택하게 되었다. 아참! 또 하나를 들자면 워싱턴 D.C근교라는 덕분에 수많은 정부 기관과 국방 관련 업체들과 협력관계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이 대학 컴퓨터 과학도 라는 사실도 한몫했다.



그러면 뭐 하겠는가?

시작부터 솟구치는 환율에 대한 압박감으로 매일 검색을 일삼으며 등록금 아끼기 전쟁을 해야 했다. 등록금과 더불어 기숙사비 그리고 식비를 더하니 주립대학이라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2022년 정말 운 없게도 유례없이 높아지는 환율에 등록 마감일이 다가왔고 가만히 앉아서 몇백만 원의 손실을 보게 되었다. 그뿐 아니다. 코로나19 후반의 분위기로 비행기 티켓 값이 2021년에 비하면 150만 원가량이 높아졌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주립대는 동일주에(in state)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타주 또는 유학생의(out state) 1/3에 해당하는 학비를 받는다)

(2022년 9월 메릴랜드 대학의 out state 한 학기 등록금 여기에는 기숙사 및 식비 미포함)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이 낭만을 자랑하고 있을 때 속에서는 치열한 유학의 현실이 온몸으로 다가왔다. 두리번거리며 어디를 둘러보아도 적막한 캠퍼스는 이런 무거운 마음을 알아줄 리 없었다. 그래서 형과 나 엄마는 함께 이 유학의 얼굴을 스케치하기로 결정했다.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하고 몰랐던 현실의 디테일 앞에 가슴 철렁했던 그 일을 나누기로 했다. 아주 작은 사소한 것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유학원을 대신해 경험의 차원에서 기록해 보기로 했다. 아들의 관점과 엄마의 관점이 무지무지 다를 것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위) 오케스트라 예술관과

(아래) 내가 머무를 기숙사의 저녁 풍경

                                                                                             (written by : Isaac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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