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성 디오니시오스성당에서

정교회 성당

by 높은구름


범칙금 6만 원에 벌점 15점짜리 신호 위반을 했다. 낮은 목소리의 젊은 교통경찰에게 걸렸다.

나는 바쁜 것도 없는데 불법 좌회전을 했다.

뭔가를 빨리 보고 싶었나 보다.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예쁘다.

학창 시절 낯선 곳으로만 여겨졌던 동유럽 공산국가의 동방정교회(Ανατολική Ορθόδοξη Εκκλησία, Eastern Orthodox Church)가 여기 있었다.
늦은 토요일 오후 호기심에 성당문을 들어가니 사무를 보시는 넉넉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반갑다고 맞아주신다.

차가운 커피도 함께.

그래 여기는 정교회 성디오니시오스(St. Dionysios)성당이다

작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늘색으로 칠해진 지붕이 너무 예뻐서 차를 멈추었다.

포카리스웨트 컬러의 그 순수함에 끌러 나도 모르게 들어오게 되었다.
몇 번 이 앞을 지나가면서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늘 바쁘게 지나가다가 늦은 토요일 오후 느긋하게 시간 내어서 오게 되었다.

그래도 뭐가 그리 급한지 신호 위반까지 하면서 말이다. 범칙금 딱지를 끊던 냉정한 교통경찰의 모습이 이 성당 이콘(ikon) 속 투박하게 그려진 성 베드로 모습과 그대로 닮아있어 혼자 한참을 웃다가 또 속상했다가....

그 사무를 보시는 분에게 지붕 컬러가 너무 예뻐서 들어왔다고 하니 사람 좋은 웃음으로 껄껄 웃으신다.

그러면서 진짜 포카리스웨트 한잔도 또 주신다.

나도 따라 한참을 껄껄거리며 웃었다.

신부님은 가족과 함께 출타 중이시란다.

미국인 신부님이시고, 정교회 사제는 결혼도 가능하다고 해서 흥미로웠다.

끝내 뵙지 못하고 와서 아쉽지만 다음에 또 언젠가 뵐 기회가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성당 내부는 가톨릭 성당과 달리 ikon이라는 그림(성화)으로 채워져 있어 외부 컬러처럼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우리가 쓰는 앱 아이콘의 어원이 여기 정교회 ikon이라고 해서 신기했다.

여기 ikon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으로 알려주기 위해 그려놓았다고 한다. 그 마음이 참 예쁘다. 내 폰 배경화면의 아이콘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단지 하늘색 지붕이 너무 예뻐 들어온 아주 작고 조용한 정교회 성 디오니시오스 성당, 한여름 어둠이 살짝 올 때까지 한참을 앉아 있었다.

좋았다, 그 깨끗한 느낌이. 종교는 달라도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집으로 왔다.

물론 교통신호를 잘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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