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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생활 Mar 11. 2016

칼의 기원 - 갈아서 만든 칼, 상처를 입히는 칼


 칼과 활은 돌과 나무에서 시작되었다. 인류가 생긴 이후 돌과 나무는 가장 쉽고 편하게 구할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 돌, 청동, 철의 이용에 따라 시대를 구분할 만큼 돌은 도구의 시초가 되었다. 돌덩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망치, 도끼, 칼 등 용도에 따라 다른 모양을 가진 도구로 발전했다.

돌로 만든 도구에서 출발한 돌칼


 가장 오래된 돌 도구는 에티오피아 카다고나 강가에서 발견되었다. 260만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발견된 협곡의 이름을 따서 올두바이 석기라고 한다. 동물의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끍어내는 용도였다.

 150~200만년 전에는 주먹도끼가 만들어졌다. 자갈 같은 것이 간단한 망치 역할을 했는데, 사냥은 물론 자르고 두들기고 썰고 깎는 다양한 기능으로 유용한 도구였다. 다음으로 등장한 돌칼은 돌을 문지르고 갈아서 날카롭게 만든 것이었다. 이때 사냥 이외에 부족 간의 전투에도 무기가 사용되었으며, 신석기시대 전체 인구의 10~20%는 사람 간의 전투 때문에 죽었다고 한다. 돌칼도 칼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칼은 돌보다 더 강력한 금속으로 만든 청동검이 시초다.

주먹 도끼(경기도 연천 전곡리 발견, 국립중앙박물관)


최초의 청동 금속칼, 만곡도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인이 청동을 활용한 최초의 금속 검인 만곡도를 만들었다. 만곡(彎曲)은 활처럼 굽어져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걸 뜻하는데, 칼 끝이 굽어진 곡선형태라 그렇게 부른다.


 수메르인은 청동검인 만곡도 외에도 최초의 청동 갑옷, 투구, 바퀴, 전차를 만들고 주변을 정복하며 강대국으로 번성했다. 만곡도는 도끼와 낫의 장점을 살렸는데 칼날이 S자처럼 구부러진 형태로 50~80cm 의 길이에 2kg 내외였다.

 메소포타미아와 인접한 청동기 시대의 이집트에서 이 칼은 코피스(Khopesh)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찌르는 용도보다 적을 내려치거나 베는 형태로 사용되었다. 청동으로 만든 만곡도는 돌칼보다 강력했지만, 청동의 주요 재료인 주석이 귀한 광석이라 값도 비싸서 대량 생산하기가 힘들었다.

기원전 18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나블루스에서 발견된 코피스(출처: 위키피디아)


 철은 주석보다 훨씬 풍부했으나 녹는점이 1,535도나 되고, 주석은 녹는점이 232도로 철보다 가공하기 쉬웠다. 당시 철을 가공하기 힘든 기술적 한계 때문에 수메르인들의 청동 야금술이 여러 곳에 전파되면서 청동기 문화가 꽃을 피웠다. 청동기 시대에 철은 금보다 6~8배 가까이 값이 더 나갈 정도였고 본격적인 철기 시대 진입까지는 수천 년이 걸린다.

최초의 철제 칼과 히타이트


 철을 가공해 만든 최초의 칼은 터키에서 발견되었다. 터키 카만 카레육(Kaman Kalehoyuk) 유적지에서 철제 단검의 일부로 보이는 철기 유물과 철 파편, 찌꺼기가 나왔는데 연구 결과 기원전 약 2000년경으로 추정된다.

 최초는 아니지만 철제 무기를 대중화시킨 건 기원전 1400~1500년경 메소포타미아를 점령하며 강성한 히타이트족이다. 히타이트는 목탄을 활용해 철의 탄소 함량을 높여 강한 철을 만드는 철야금술을 활용했다. 이렇게 대량의 철제 무기를 만들어 군사적 우위로 이집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제국을 건설한다. 히타이트는 철제련술을 철저히 비밀로 붙여 인접 국가이자 경쟁 국가였던 이집트는 여전히 청동 무기를 사용했다.

 기원전 1200년 크레타, 그리스 남부 지역 출신의 이주민(해양민)들이 터키, 팔레스타인, 이집트로 이주해 오며 히타이트는 침략당해 멸망한다. 이후 히타이트의 철제련술은 유목민족인 키메르족과 스키타이족을 통해서 약 200년에 걸쳐 유럽, 서아시아, 인도 등 전 세계로 전파된다. 최초의 금속검인 청동검에서 시작해 철제검이 전세계에 퍼지기까지 약 2500년이 넘는 긴 세월이 걸렸다.

한국의 칼


 우리나라 역시 칼의 기원은 돌에서 시작되었다. 석기시대에 자르개, 밀개, 찌르개 같은 뗀석기와 주먹도끼, 돌망치가 있었고, 이후 깨진 돌을 날카롭게 갈아 돌칼을 만들어 사용했다. 충북 충주 수양개, 경기도 연천 전곡리, 충남 공주 석장리 유적이 대표적이다.

 고조선시대는 청동기와 철기 문화 모두가 나타나는데 고인돌에서 주로 청동검이 발견된다. 부여 송국리, 여수 적량동, 대전 비래동, 춘천 우두동 등 여러 곳에서 30cm 내외의 검이 발견되는데 기원전 10~7세기로 추정된다. 기원전 4세기부터는 철기시대가 시작되며, 삼국시대에 본격적인 철기 시대로 들어선다.


충남 부여 송국리에서 발견된 청동검과 돌검(국립중앙박물관),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로 딱 나눠지는 게 아니라 함께 쓰는 과도기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칼 중 특이하고 주목할만한 칼은 삼국시대인 369~480년 사이에 만들어진 걸로 추정되는 칠지도이다. 백제에서 만든 칼로 74.9cm의 몸통에 나뭇가지처럼 7개의 칼날이 달려 있어 보통의 검과는 매우 다르게 생겼다.


 칼에는 61개 글자가 있는데, 한 낮에 백번 담금질 한 철로 칠지도를 만들었으니 전장에서 많은 병사를 물리칠 수 있도록 백제의 왕세자가 만들어 왜왕에게 보낸다는 내용이다. '백제가 일본에 칼을 바친 것이다, 일본왕에게 신하에게 주는 것처럼 하사한 것이다, 동맹 관계를 위해 선물로 준 것이다' 등 여러 학설이 있는데 아직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말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칼 위에 61자의 글씨가 기록 된 칠지도 복제품(용산 전쟁기념관)


칼이라는 말의 기원


 우리말에서 칼은 옛날에 ‘갈’이라 불렀는데, 이는 동사 ‘갈다’에서 기인했다. 영어의 칼 'sword'는‘상처를 입히다, 곪다’는 의미를 가진 고대 영어 'sweord'에서 유래했다. 같은 도구를 가리키지만 한국어는 칼을 만드는 방법에, 영어는 칼을 사용한 결과에서 온 어원이라 말의 기원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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