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사용 설명서 63편_브랜드 커뮤니케이션 14
우리나라 속담 중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 방법마다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 속담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속담입니다. 특히 상품을 사고팔 때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물건을 팔 수도, 못 팔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이처럼 같은 내용이라도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냐에 따라 상대방의 판단이나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라고 합니다. 어떤 사안이 제시되는 방법에 따라 동일한 내용이라고 해도 그에 관한 사람들의 해석이나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인식의 왜곡(cognitive bias)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긍정적 틀을 적용할 경우 긍정적인 결론이, 부정적 틀을 적용할 경우 부정적인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에게 각각 돈 100만 원이 주어져 사업을 하라고 하면, A라는 사람은 '난 돈이 100만 원이나 있으니 이것을 종잣돈 삼아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어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고 B라는 사람은 '난 돈이 100만 원 밖에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이처럼 긍정적 인식 틀과 부정적 인식 틀은 동일한 사실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프레이밍 효과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 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1981년 발표한 'The Framing of Decisions and the Psychology of Choice'이라는 논문에서 나온 효과입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프레이밍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두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응답하도록 했습니다.
'600명의 주민이 있는 마을에서 높은 치사율의 전염병이 발생했다고 할 때 당신이 선택할 방역 대책은?'
[제1그룹]
A를 택하면 200명이 살 수 있다
B를 택하면 600명 살릴 확률은 33%, 아무도 살지 못할 확률은 67%
실험 결과 A를 선택한 사람이 72%, B를 선택한 사람은 28%로 나타났습니다. 즉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 줄 경우 사람들은 불확실한 이득(probabilistic gain) 보다 확실한 이득(sure gain)을 선호하는 결과였죠. 이번에는 다른 그룹을 통해 질문을 합니다.
[제2그룹]
C를 택하면 400명이 죽는다
D를 택하면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 33%, 600명이 죽을 확률 67%
실험 결과, C를 선택한 사람이 22%, D를 선택한 사람이 78%로 나타납니다. 즉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 줄 경우, 확실한 손실(sure loss) 보다 불확실한 손실(probabilistic loss)을 선호한 것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위 실험에서 A와 C, B와 D는 서로 같은 명제입니다. 즉, 600명 중 200명이 사는 것은 400명이 죽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프레임에 따라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엇갈림을 보여주죠. 생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틀에서는 위험 회피형(risk averse) 선택을, 생존할 수 없다는 부정적 틀 하에서는 위험 추구형(risk seeking)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동일한 사안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민간치료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정받은 환자가 부작용을 무릅쓰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 치료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기도원에 가서 안수기도를 받기도 하죠. 이것도 일종의 프레이밍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프레이밍 효과
동일한 사건이나 상황에서도 어떤 표현이나 방식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과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사례로 수술을 앞둔 환자가 의사에게 생존 가능성을 묻는 장면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의사가 ‘지금까지 이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 100명 중에서 90명이 수술 후 5년을 더 살았습니다.’라고 얘기하면 환자는 비교적 안도하면서 수술을 받습니다. 반면에 ‘100명 중에서 10명은 5년 이내에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면 불안에 떨면서 수술대에 올라간다고 합니다. 사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환자의 반응이 제각각인 거죠.
얼마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옵니다. 위암에 걸린 파트너 변호사의 병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기고 긍정적인 말로 표현하는데 극 중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는 직설적으로 말해서 웃음을 주는 장면입니다. 극 중 우영우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위암 수술이 한국이 세계 최고일지 몰라도 위암 3기라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서 위암 3기의 위험성을 나열하면서 수술하더라도 재발의 위험성이 높다고 이야기하죠. 거기다가 한마디 더해 5년 생존율이 30~40% 밖에 안된다고 말을 하죠. 우영우 변호사가 프레이밍 효과를 알았다면 생존율이 30~40%나 된다고 이야기했을 텐데 말입니다.
학창 시절, 시험 기간에 친구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A라는 친구는 시험이 일주일이나 남았다고 표현을 하고 B라는 친구는 시험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고 표현합니다. 같은 일주일을 바라보더라도 A친구는 여유로워 보이고, B친구는 불안해 보입니다.
지난주에 머리손질을 하러 미용실에 다녀왔습니다. 머리 손질 후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미용실 계산대 앞에 제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가 있더군요. ‘커트 단돈 10,000원. 현금 계산 시 깎아드려요. 신용카드 계산 시 부가세 별도’ 여러분은 어떤 문구를 보았을 때 더 현금을 지불하고 싶으신가요? 전자는 현금 지불에 따른 할 일 혜택을 내세운 것이고, 후자는 신용 카드 지불에 대한 할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표현하는 수사가 다를 뿐, 궁극적으로는 같은 혜택이 주어지는 선택 상황입니다. 결과는 후자(신용카드 계산 시 부가세 별도)를 보았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전자(현금으로)로 지불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온라인 판매를 예로 들어 보면, 한 사이트에서 딸기를 판매한다고 하면 어떻게 문구를 표현하는 게 훨씬 효과적 일가요? A처럼 단순하게 새콤달콤한 딸기가 나을까요? 아니면 B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을까요? A처럼 단순하게 표현하지 않고 B처럼 이미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예약 주문 한 곳이다라고 설명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B문구로 눈길이 가는 건 막을 수 없을 거예요. 맛있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람의 뇌에는 딸기의 맛있음이 존재해 있으니, 맛보다는 구체적인 사실인 예약 건수가 소비자의 머릿속에 깊이 인식되었을 거예요.
이번에는 강의나 스마트 학습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1년 강의료 439,000원이 나을까요? 아니면 월 36,583원으로 표현하는 게 나을까요? 1년 총액을 표시하는 것보다 부담감을 확 줄여 월로 표현하면 훨씬 더 적은 금액으로 인식되어 고객에게 가격 부담이 훨씬 낮아지게 됩니다. 요즘은 ‘하루 한잔 커피값도 안 되는 금액’이라고도 많이 표현합니다. 같은 금액이지만 더 작게 느껴지도록 표현하는 것이죠.
여기서 서울우유가 사용한 프레이밍 전략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유업체의 대부분은 유통기한에만 초점을 두어 판매했었는데 서울우유가 '제조일자 표기'라는 프레임을 내세워서 제조일자를 보여주는 우유와 그렇지 않은 우유를 나눠서 광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제조일자를 표기해야만 좋은 우유인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면서 커뮤니케이션했던 적도 있습니다.
프레이밍 효과를 잘 표현하기 위한 방법
1) 금액을 이야기할 때에는 총액보다 작은 단위로 쪼개면 훨씬 심리적 부담감이 줄어들어 프레이밍 효과를 잘 볼 수 있습니다.
- 한 달 39,000원보다는 하루 1,300원으로
2) 음료수의 함량은 g보다 mg으로 표기하여 숫자를 크게 보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 10g보다는 10,000mg으로
3) 시간은 약간 다릅니다. 분으로 표기할 때 짧게 느껴지죠, 시간으로 표기할 경우 더 길게 느껴집니다.
- 120분보다는 2시간으로
4) 긍정적인 객관적 수치는 숫자(명, 개)로 표기하고 부정적인 것은 확률(%)로 표기하는 것이 프레이밍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실험이 예입니다. 위에 내용 참고 바랍니다.
5) 숫자 프레이밍 기법을 몇 가지 더 소개해 드리면 마법의 숫자 99입니다. 99라는 숫자는 할인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힘이 있죠. 앞의 단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죠.
- 20,000원보다는 19,900원으로
6) 이번에도 숫자 프레이밍, 어떤 제품을 할인할 때 할인된 금액을 제시하는 것보다 할인율을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좋습니다. 소비자에게 체감상 훨씬 더 만족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죠. 이건 프로텍트 이론을 알면 이해하기 편한데....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5000원에서 할인해서 3000원보다는 5000원에서 40% 할인이라고 표현
7) 긍정 프레이밍 기법입니다. 어떠한 단어,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던지 간에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소비자들은 친절한 안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면 불쾌한 기분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어떠한 제지를 하거나 부정적인 안내를 할 경우에는 더욱 중요합니다.
- 흡연 금지보다는 흡연 장소 30M 앞 코너라고 긍정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 3인 이하 착석 불가보다는 4인 이상 착석 가능이 훨씬 듣기에 좋습니다.
- 화단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보다는 예쁜 꽃을 위해 쓰레기는 휴지통에
8) 우리의 고객이 한번 왔다 안 오는 단발성 고객이기를 바라나요? 아니면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오는 고객을 원하나요? 우리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고객도 만족하고 저희 마케팅 실무자들도 원하는 결과일 텐데요. 얼마나 진정성 있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겠지만 프레이밍 기법을 통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선택 프레이밍 기법입니다.
-네일 샾의 회원가와 비회원가가 나눠져 있는 것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기준 가격이 마련되어 있고 비교를 하게 해서 고객이 가질 혜택을 더욱 강조한다면 정기적으로 고객을 유치할 확률이 커지겠죠.
- 골프장에서도 멤버십 제도를 통해 프레이밍 전략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선불카드라고도 하고 예전에는 예치금이라고도 했는데요. 사전에 1천만 원에서 5천만 원을 미리 선불해두면 라운딩 할 때마다 할인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몇 번만 라운딩을 해도 본전을 찾을 수 있고 골프장에 따라서 다르지만 미리 선불해 놓았던 곳에서 돌려받을 수도 있죠. 골프장은 많지만 나만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골프장이 있다면 계속 재방문하겠죠.
-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코스 요리를 먹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코스 요리는 매번 가는 곳이기보다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가죠. 모처럼 갔는데 메뉴판에 코스가 A코스 10만원와 B코스 8만 원 밖에 없다면 아쉬울 거예요. 그리고 코스가 2개밖에 없으면 B코스로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만약 메뉴가 특별 코스 12만 원, A코스 10만 원, B코스 8만 원이 있다면 고객들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A코스인 10만 원짜리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너무 비싸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너무 싸서 특별한 날의 가치를 낮추는 그리고 개인적으로 폼이 안나는 것보다 중간의 A코스를 선택해서 합리적 소비를 했다고 고객은 인식하는 거죠. 이럴 경우 점주 입장에서는 없는 메뉴라도 특별 코스를 만들어서 메뉴판에 넣는 것이 좋겠죠.
- 이것은 쇼핑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만약 30만 원짜리 제품을 판매하고 싶다면 50만 원짜리와 10만 원짜리 제품을 고객에게 추천하고 장단점을 비교해서 설명을 해주면 30만 원짜리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모두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이렇게 선택에 대한 비교 기준을 마련하시거나 3가지 선택 사양으로 비교할 수 있게 마련한다면 훨씬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실 시기적절하게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유리한 프레임을 꺼내야 합니다. 돈을 잘 쓰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서 ‘절약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긍정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을 ‘구두쇠’라고 표현하면 부정적으로 들리죠. 즉 어떤 프레임에 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긍정적 프레이밍이냐 부정적 프레이밍이냐에 따라서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핸드워시의 판매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정적 프레이밍이 더 효과적입니다. '핸드워시를 사용하면 손의 청결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와 '핸드워시를 사용하지 않으면 손에 몇십억 마리의 세균이 살아있고, 우리는 그 손으로 음식을 먹게 됩니다'라는 광고 메시지 중에서 소비자는 어느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까요? 생각해보나 마나 후자일 것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햄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다르게 반응합니다. '이 햄은 살코기 함량이 90%입니다'라는 긍정적 메시지와 '이 햄은 지방이 10% 들어있습니다'의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살코기 함량이 90% 들어 있는 햄을 선택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소비자에게 살코기는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지방은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동일한 상황과 제품을 가지고도 표현하는 방식과 내용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다르게 반응하죠. 그렇기 때문에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시 프레이밍 효과가 중요시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마케팅이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실무자는 상대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없으면 키워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천양희 시인의 ‘물음’이란 시의 일부를 음미하면서 프레이밍 효과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물음/천양희
세 번이나 이혼한 마거릿 미드에게
기자들이 왜 또 이혼했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녀가 되물었다
"당신들은 그것만 기억하나
내가 세 번이나 뜨겁게 사랑했다는 것은
묻지 않고"
발행일: 2022년 12월 13일
최종 수정일: 2022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