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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Nov 02. 2022

시드니, 눈치 볼 것 없이 '나' 그대로

몇 년 간 운동화 서너 켤레로 버틸 줄이야

예전에 시드니 여행을 하며 만나 뵌 나이가 지긋하신 가이드님이 종종 떠오른다.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SKY를 다니셨고, 호주로 건너와 또 다른 학업을 해나가셨다고 했다.

본인의 학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신 이셨다.

그러나 시드니에 오랫동안 살았는데도 '아무도 어떤 대학을 나왔냐고 물어보않더라'라고 말씀하셨다.


맞아, 공감한다, 다르다. 

초등 아이 학교 앞 풍경만 보아도.


늘 같은 옷, 러닝셔츠 같은  즐겨 입으시는 

선생님이셨다는 아빠,

아빠와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등하교하던 5학년 사춘기 아이,

명품백 대신 흔한 에코백을 든 엄마들,

개와 강아지와 부비부비 함께 걷는 가족들,

대부분 핸드폰을 손에 들지 않은 아이들,


시드니의 지역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내가 본 우리 아이 학교 앞 풍경은 나를 편안하게 했다. 


내가 아는 초등학교 앞 풍경은,

초등 3학년만 되어도 엄마나 아빠가 와서 친구들을 뒤로하고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아빠와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깔깔거리며 등하교하는

학년은 찾아보기도 힘들거니와,

아이 학교 앞에 가기에 체면을 차리기 위한 차림을 하기도 하고, 학원버스를 기다리거나 학원을 가기 위해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드니에서의 학교 앞 풍경은  머릿속을 뒤집어 놓을 만큼 꽤 프렌들리하고 편안했다.


이민자의 나라인 호주에서는 너무 다른 서로의 개성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고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당연하므로 그 누가 어떤 모습을 하건 어떻게 살던

크게 이슈 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패셔너블한 사람들도 있고, 간소하게 입는 사람도 있고,

때와 장소의 필요성에 맞게만 갖추어 입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아 늘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 화려한 소매를 가진 옷을 입은 줄 알았던 사람이 화려하게 타투(Tattoo)를 새긴 것이었던  또한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포인트는 내가 이러한들 저러한들 내가 어느 축에 속하던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패딩을 입을 날씨에 나시를 입더라도 그것은 각기 너무 다른 이들의 취향이요, 그들의 체질에 맞춘 것일 뿐이니 신기하게 바라볼 일도 없다.


유행이 꽤 지나 한국에서 쓰기 민망하던 명품 크로스백이 여기서는 유행과 상관없이 질 좋은 브랜드의 실용 백으로 사용되면서 가방의 역할을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의 실용성과 합리성이 우선인 이 환경의 가장 큰 장점은 남에게 갖게 되는 과도한 관심을 뒤로하고

'나에게 집중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여름이면 종류별 샌들을 사던 나였지만 시드니에서 샌들을 신은 후 강한 햇빛에 발 등에 샌들 줄이 쫙쫙 그어진 것을 보고 웬만하면 운동화나 단화를 신게 되었다.

언제든 내키면 푸르른 공원에서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운동화나 단화가 몇 년 내내 눈에 들어왔다.


신발이 편하니 오가다 들르는 공원에서 하는 운동의 시간은 늘어났고, 신발이 간편해지니 평소 옷차림도 그에 맞게 간결해졌다.

나의 취향은 지키되 평소보다 심플해지는 삶 속에서 불필요하게 신경 쓸 일을 덜어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에 감동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옷장과 신발장은 비워져 갔지만 그 빈 공간에

나의 내면은 점점 꽉꽉 채워져 갔다.




남들도 이렇게 하니까, 

남이 신경 쓰이니까...

가 아닌 소신껏 내 페이스에 맞추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담백하고, 충만한지! 다양성이라는 타이틀 밑에서 인정되는 '다름'이라는 두 글자를 긍정적으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사는 환경이 시드니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지더라도 우리는 서로 '다름'을 진심으로 인정받아야 되는 존재라는 마인드를 잘 가져가고 싶다.


다른 이들을 신경 쓰며 휩쓸리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너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이들과 함께 무리를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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