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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Nov 20. 2022

널 기다렸어! '자카란다' 꽃을 마주하며

이렇게 마음껏 보아도 또 보고 싶겠지

11월 중순이 오기를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10월~12월경 시드니에서 볼 수 있다보라색 꽃 자카란다 'Jacaranda'흐드러지게 피는 시기가 딱 그쯤이라서.


원산지는 중남미이지만 꽃이 아름다워 전 세계로 퍼져있기 때문에 유럽, 아프리카, 호주,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산지가 중남미이기 때문에 원래 이름의 스페인어 발음은 하카 란다이지만, 워낙 세계에 널리 퍼진 식물이라 그냥 자카란다라고 읽는 듯하다. 출처: 나무 위키


지난해 11월 친구를 따라갔던 키리빌리(Kirribilli) 맥두걸 스트리트(McDougall Street)의 자카란다 가로수길을 본 뒤로 일 년 동안 보라색만 보면 자카란다가 눈에 아른거렸었다.

길게 유지되는 꽃이 아닌지라 날이 좋은 날 가장 활짝 피었을 때 타이밍 맞게 가보자고 벼르고 있던 때가 드디어 왔다.


시드니 트레인으로 밀슨스 포인트 Milsons point역에 내려서 Ennis Rd 방향으로 나와 카페거리로 쭉 따라 내려가면 Mison Park가 나오는데 이 아름다운 파크 바로 옆에 자카란다 가로수길이 펼쳐진다.


2022년 11월, 이 아름다운 보라색 꽃 아래 마음껏 서 있는 행복감이란!


현지인들도 관광객들도 인생 샷 건져보려고 이 좁은 스트리트를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나도 1년을 기다렸는걸.

서로 핸드폰을 맡겨가며 이쪽 백그라운드에서 우리 좀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그들의 인생 샷을 찍어주기 위해 처음 보는 그들에게 디테일한 요구를 해가며 수십 장의 셔터도 기꺼이 눌러준다.


두어 시간이 넘어서야 마음에도, 사진에도 한껏 담아냈다는 충족감이 들었다. 누구에게는 어쩌면 단순한 꽃구경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기다림의 꽃이었기에 보라색 꽃잎이 바람결에 내 옷으로 살살 내려앉을 때는 혼자 영화도 찍었다. 마음으로, 마음을 담아.




시드니를 경험하며 감사한 것 중의 하나는 호주가 가진 명성에 걸맞게 나도 '자연' 눈을 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부끄럽지만 하늘을 한번 제대로 보기라도 했던가 싶다. 꽃을 보아도 '참으로 예쁘다'  거기까지였고, 누군가 식물을 정성 어리게 키우면 ', 잘 키운다.' 딱 그 마음까지였다.


지금은 하늘의 구름을 보면 뜯어먹고 싶은 감정에

꽃들이 피어나는 신비감에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호주에서 자연을 가까이 마주하다 보니 스며든 걸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드는 감정일까.

한국 대비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환경의 구조 덕분일까.

이들이 모두 복합적일 테지만, 요 몇 년 새 자연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180도 달라지면서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을 누리며 자연을 아끼고 있다.


이런 마음의 변화 안에서 자카란다를 보았으니

이렇게 마음껏 보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머지않아 또 그리워질 것 같다.  아름다운 경험을 글을 통해 사진을 통해 담아놓는 것이 그리울 때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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