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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큰빛 Nov 12. 2021

휴일의 노량진

김큰빛 일상

오랜만에 노량진오게 되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친구 소식을 듣고 난 후 일 년이 다되고 나서야 뒤늦게 노량진역 3번 출구에 발을 디뎠다.


노량진은 내게 추억의 장소다.

지금은 철거되어 사라진 노량진 육교에선 걸어 다닐 때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리는 육교의 떨림을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 한편에 항상 손톱깎기, 건전지 등의 잡동사니를 펼쳐놓고 판매하시던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 반복되는 떨림에 혹여 멀미가 나진 않으셨을까 항상 궁금했었다.


무더운 여름날 천 원짜리 수박주스를 마시며 소소한 행복을 느꼈던 그곳 노량진. 거의 10년이 다되고 나서야 다시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나만 변했고 노량진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다.

만약 어떤 슬리퍼와 운동복을 사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노량진을 방문해도 좋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착용한 것들이 가장 예쁘면서도 가성비 좋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곳에서 슬리퍼와 운동복은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아이템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꿈을 품고 왔다가 그 꿈을 이루거나 또는 이루지 못하거나 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거듭한다. 나도 그랬었다. 그런데 이때의 꿈은 꿈이라고 하기보단 하나의 목표라고 보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꿈을 시험의 성패로 결정짓는 순간 그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꿈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평생을 함께하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꿈은 매번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평생의 꿈을 위해 다양한 도전들을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친구에게 들었다. 얼마 전 옆방에서 누군가 울면서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고. 그리고 그 울음은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그 슬픔은 은연중에 친구에게도 전염이 되었나 보다.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고 하는데 온전히 그 슬픔이 친구에게 그대로 전달된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런데 이렇게 휴일이 되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찬 에너지가 샘솟는단다. 에너지 또한 쉽게 전염되나 보다. 아마도 동일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말은 안 하지만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되려 도심 속 사람들의 무뎌진 감정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무서워 보일 정도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이곳 노량진의 휴일이 따뜻하게 느껴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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