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 독서모임
★★☆ 도둑은 맞았는데 도둑놈이 힘이 세서 뺏어오기 힘든 집중력
누가 나의 집중력을 훔쳐갔나?
이 책은 기자이며 작가인 요한 하리가 한적한 시골에서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시작한다. 고물 컴퓨터로 글을 쓰며 온갖 방법으로 인터넷을 안 쓰고 아날로그적인 3개월의 삶 속에서 '누가 나의 집중력을 훔쳐갔나'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한다. 결론은 현재의 우리가 집중력을 잃은 것은 개인의 책임보다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다. 영화로 따지면 스포이지만, 책 정보에 보란 듯이 책의 요점이 너무 잘 나와있기 때문에 죄책감은 없다.
"너무 잦은 멀티테스팅, 불충분한 수면,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각성상태,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짧아진 소설 읽기의 경험, 몰입의 손상, 무엇보다 테크기업의 전방위적인 감시와 조작"
그것이 나의 집중력을 나도 모르게 훔쳐갔다고 말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나이에 비해 스스로 만족스러운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과거에도 별명이 7초였는데 7초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대화의 주제가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집중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고, 집중을 하면 아직도 5시간 이상 7시간 미만은 쉬지 않고 한 가지 일을 쭉 할 수 있다. 20대에 비해 반정도는 뚝 떨어진 집중력이긴 하지만 머리 보다 허리가 아파서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것은 이제 어쩔 수가 없다. 다시 말해, 내가 집중력을 잃었다고 하는 것은 나의 노화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거기에 더한다면, 천방지축 날뛰는 아들이 끊임없이 내 주위를 맴돌며 집안을 개판으로 만드는 것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 속에서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없는 뇌"와 모든 물건이 바로 그 자리에 있기를 바라는 나의 강박이 집중력을 낡은 핸드폰 배터리처럼 삽시간에 방전되게 만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카톡이 울려 어플을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니 테크 기업의 수작질도 나의 집중력을 훔쳐간 것은 사실이다. (나는 책을 읽었으므로 톡을 열어 답을 보내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이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나는 늙어가고 어린이는 해맑고 집안일은 있고 대기업과 정치가는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저자는 어떻게 집중력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 6가지 대안을 적어놓았다.
1. 사전 약속
2. 산만해질 때 "나는 어떻게 해야 몰입해서 집중할 수 있나?" 생각하고 실천하기
3. SNS OUT
4. 창의적인 딴생각 활성화
5. 8시간 이상 수면
6. 자유롭게 놀기
(7. 하루 더 쉬기. 명상. 등)
'너의 잘못이 다는 아니야, 그러니 너무 자괴감 느끼지 말고 노력해보자!'라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의미 있게 본 부분은, 인터넷의 확산이 정말 집중해야 할 이슈에서 우리를 고의적으로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사회시스템이 개인의 집중력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집중력을 훼손하여 인류가 퇴화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맞다! 최근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가 오염수 방류를 비난하는 한 연예인의 SNS 글에 대한 뉴스를 클릭하고 그에 반대하는 정치인의 기사를 본 후 다시 그에 반대하는 정치인의 기사를 클릭하며 분노와 스트레스가 높아져 쿠팡을 열어 쇼핑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오르페디우스처럼 지상의 빛에 다가가기 전에 뒤를 돌아보며 결국 사랑하는 연인을 잃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독서 모임에서 이 책에 대해 토론을 하며, HW님이 "가장 큰 문제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나 역시 그 부분에 가장 공감했다. 지금의 사회는 다만 개인의 집중력이 아닌, 개인의 중요한 가치와 욕구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몰입을 고의로 훼손하고 있음을 알아야 했다.
아...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데. 나는 왜 쿠팡을 열었는가!
반성한다!
도둑이 힘이 세서 이미 뺏긴 집중력은 되돌려 받기 힘들지라도 남은 자산이라도 지키기 위해 나의 울타리를 단단히 세워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러기 위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그것을 북돋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미하이칙센 미하이의 말을 인용) 겠다.
(티키타카 독서모임 2023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