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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Oct 15. 2023

사자왕 형제의 모험 by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스포있음

티키타카 독서모임

★★☆ 늙어서 보니 천국은 없고 용기는 위험하며 우애는 자기중심적이라는 씁쓸함 


요나탄 형제의 용기와 우애
아동문학 작품으로는 드물게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다룬 것


이라고 옮긴이와 출판사의 서평에서 이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존재보다 삐삐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할머니에 대한 기대가 첫 장을 읽기도 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삐삐처럼 용감하고 유쾌한 주인공의 대활극을 기대했지만 나의 기대는 첫 장에서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이 책은 가난하지만 우애가 좋은 형제의 죽음 이후, 낭기열라에서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건강하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형 요나탄과 병약하고 두려움 많고 못생기기까지 한 칼이 겪는 모험 속에서 칼과 요나탄 그리고 낭기열라의 사람들이 어떤 선택과 변화를 하는지가 흥미롭습니다. 요나탄은 시종일관 같은 캐릭터를 고수하지만 칼은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엄마의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아들이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금세 놓아버렸던 이유는 책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맙소사! 시작부터 엄친아 형이 동생을 구하다 죽어 버리고, 허무하게도 이미 병들었던 동생마저 얼마 안 되어 죽습니다. 사후 세계인 낭기열라에서 겪는 모험은 마지막 한강 작가의 글에서 처럼 "80년 광주"와 같은 잔혹한 현실이 있었습니다. 천국이라고 생각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악마와 그의 부역꾼이 있고, 그들은 힘없는 사람들에게 9할의 세금을 떼어갑니다. 지옥 같은 세상을 구원하려는 지도자는 지하동굴에 갇히고, 다시 살아 나왔을 때는 자신의 가치를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냉혈한이 됩니다.  


이 책에서의 형은 죽음을 앞둔 동생에게 말합니다. 


"그건 별로 끔찍한 일이 아니야. 죽은 뒤에 넌 굉장히 신나는 생활을 하게 될 테니까...... 땅속에 남는 것은 다만 너의 껍데기뿐이거든. 진짜 너는 어딘가 전혀 새로운 세계로 날아가는 거야."


어휴... 그런데 그 세계, 낭기열라가 그렇게 무시무시한 곳이었다니. 초딩 아들이 보기에 재밌었을 리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마케팅한 것과 달리, 내용에서 느껴지는 죽음에 대한 통찰은 감명 깊지 않았습니다. 책을 안 읽은 아들에게 "넌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으니 "죽으면 다 끝이지. 뭐."라고 별 쓸데없는 걸 묻는다는 투로 말하는 아들의 정의가 오히려 제 마음에 와닿았으니까요. 죽으면 끝이지... 


그렇다고 어른인 저에게는 한강 작가가 보는 감동도 없었습니다. 


형인 사자왕 요나탄은 자기 동네 일도 아닌데 옆동네의 폭군에 잡힌 지도자를 구출하기 위해 동생의 만류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떠납니다. 이제야 겨우 만난 동생이 왜 꼭 떠나야 하냐고 형에게 묻자 답합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이 부분이 한강 작가가 마지막에 읽어준 부분입니다. 


하지만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일까요? 

정의와 자유를 수호하지 않으면 정말 쓰레기 같은 인생일까요? 


사자왕 요나탄의 정의와 인류애로 엉겁결에 동생까지 수차례 위험에 빠지고 결국 둘은 또다시 죽음을 맞이합니다. 왜 그들은 최근 MBC 드라마 연인(2023)에서 주인공 이장현이 얘기하듯 "비참함을 견디고 살아"남을 순 없었을까요? 형 요나탄이 사랑하는 동생 칼과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게 그냥 조용히 쥐 죽은 듯 살았다면 그것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의에 맞서지 않는다면,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지 않는다면, 도움의 손길을 뻗을 용기가 없다면 "쓰레기"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왜 한 살이라도 더 먹은 형은 동생에게 강요하나 하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통해 학습된 무기력이 나라는 사람을 비겁하게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북한의 굶주림을 남극의 눈물을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묵인하고 그저 내 앞가림만을 하는 나는 사람답지 못한걸까? 


완전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저는 저대로 납작 엎드려 가능한 타인과 지구에 해가 되지않게 조용히 살아가려 합니다.  


아.. 나 삐삐 작가의 동화책 읽었는데. 이게 무슨 현타인가!    

   

(티키타카 독서모임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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