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세연은 남자애들이 자신의 가슴을 몰래 또는 대놓고 쳐다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연의 가슴은 모계유전이 분명했다. 하얀 속살에 처지지 않은 봉긋한 가슴, 무엇보다 유난히 볼록한 핑크빛 유두를 가진 엄마는 가슴만으로 보면 애가 셋이나 있는 유부녀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십 대 때부터 C컵이었던 엄마는 큰 가슴이 부끄러워 천으로 둥둥 말아놓고 다녔다고 했다. 지금이라면 어깨를 활짝 펴고 S라인을 뽐내며 다녔을 텐데 엄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연은 교복 앞섶이 팽팽할 정도로 풍만한 자신의 가슴에는 큰 감흥이 없었다. 많은 남자들이 여자의 가슴에 본능적인 관심을 가지듯, 세연은 남자들의 성기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갔다. 그렇기에 남자애들이 자신의 가슴에 눈길을 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세연이 처음 본 남자의 성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같은 학교 남자아이의 것이었다. 소년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목욕탕에 끌려온 듯했다. 처음에는 심통이 난 얼굴로 자신의 그곳을 바가지로 가리고 엄마의 꽁무니를 쫓아다녔지만 이내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가며 바가지의 존재를 잊은 듯했다. 자신에게는 없는, 사타구니 사이로 삐죽 나와있는 그것은 세연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그 뒤로도 몇 번쯤은 더 자신보다 어린 남자애들의 성기를 본 적이 있지만 세연 역시 머지않아 더 이상은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가지 않았다. 10년 전쯤의 세연이 사는 지방 소도시의 작은 목욕탕에서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소녀였던 세연이 처음 본 성기에 대한 기억은 꽤 오랫동안 그녀의 뇌리에 박혀있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는 그것에 대한 궁금증은 꽤 오래도록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은 누가 만들었는지 잔혹하고 현실적이었다.
진호가 쉬는 시간이면 농구코트에 가지 않고 세연의 옆자리에 앉아 실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한 지가 일주일이 넘었다. 중학교 때 같은 학교였던 진호는 고등학교에 와서 같은 반이 되었다. 세연보다 한 참 작고 말랐던 진호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듯 세연보다 머리 하나가 쑥 넘게 컸다. 그뿐이 아니었다, 비쩍 말랐던 몸이 고등학교에 가면서 탈피라도 한 듯 골격이 단단해져 소년에서 갑자기 남자가 된 것 같았다. 무엇보다 헐렁헐렁했던 허리춤이 세연의 가슴 섶처럼 빵빵하게 터질 것 같았다. 진호의 허리 밑, 지퍼로 단단히 막아놓은 그곳이 언제부터인가 세연의 눈에 들어왔다. 세연이 남자의 성기에 꽂혀있다는 것은 절친인 진주에게도 비밀이었다. 모든 것을 털어놓는 세연의 언니에게 조차 얘기하지 않았다. 결코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되었기에 보고 싶다고 언제든 쳐다보면 안 된다는 것을 세연은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세연이 남자의 성기를 흘끔거렸다고 소문이라도 난다면 성희롱까지 거론될 것도 없이 온 학교에서 매장당할 것이 분명했다. 세연은 그것이 억울하기도 했다. 남자가 여자의 가슴을 좋아하는 것은 변태라고 놀림은 받아도 완전히 또라이가 되지는 않았지만, 여자가 남자의 고추를 좋아한다는 것은 입 밖으로 꺼내는 것도 안 되는 일 같았다.
진호의 그린라이트를 은근히 즐기던 때, 체육시간이 끝나고 남자애들도 여자애들도 땀에 흠뻑 젖은 6교시 수학시간이었다. 세연은 땀냄새가 나는 체육복을 얇고 하얀 교복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에어컨이 틀려있었지만 유난히 큰 세연의 가슴골과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브레이지어와 속살이 비춰보였다. 대각선 뒤로 앉아있던 진호의 시선이 세연의 가슴에 꽂혀있었다. 세연의 눈은 그런 진호의 시선을 스킵하고 책상 밑에 꽂혔다. 헐렁한 체육복 바지춤이 불뚝 솟아 있었다. '발기된 성기란 저런 모습인 것일까?' 속옷과 바지에 가려있는 그것을 마치 투사라도 하듯 세연의 머리에서는 책에서 본 성기가 종이인형의 옷처럼 겹쳐 보였다. 세연이 진호의 시선을 눈치챘듯 진호도 세연의 시선을 뒤늦게 의식하고 서둘러 그의 성기를 손으로 감췄다. 세연은 발그레해진 진호의 얼굴을 보고 왠지 큭큭 웃음이 나는 것을 참았다.
- 너 내 가슴 훔쳐봤지?
- 아니거든.
- 봐도 돼.
- 뭐라고?
- 봐도 된다고.
- 진짜?
- 어.
- 근데 나도 조건이 있어.
- 뭔데?
- 나도 네 고추 보고 싶어.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진주가 침을 흘리며 자고 있는 세연의 등짝을 쫙 소리가 나게 때렸다. 막 진호의 바지 지퍼를 열려던 참이었다. 세연이 단잠에서 깼을 때 아이들은 집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마치 현실처럼 생생했다.
세연이 진주의 팔짱을 끼고 교문 밖을 나서는데, 진호가 세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연이 팔짱을 풀고 진주를 먼저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