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2024
★★ 지금을 사는 젊은 여성들의 반복된 목소리
몇 년 전 <일의 기쁨과 슬픔>과 슬픔을 읽고 오랜만에 다시 읽은 장류진의 소설은 일상적인 소소함이 묻어나는 가독성 좋은 글들이었다.
10~20대에는 책을 볼 때, 작가를 보고 학력을 찾아봤었다. 고리타분하지만 그 당시 나의 열등감은 학력이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책의 작가가 어떤 대학을 나왔을까 궁금했다. SKY라고 하면 감탄하면서도 나는 못 갈 것 같아 실망하기도 하고, 유명한 대학이 아닌데 좋은 글을 쓴 작가이면 은근히 위안이 되기도 했다. 20대에 결국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서야 학력에 대한 나의 열등감이 감쪽같이 사라졌고 그다음에는 좀처럼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보지 않았다.
그렇게 열등감을 극복한 줄 알았지만 요새는 책을 보면 커버를 넘겨 작가의 외모와 나이를 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린 나이에 등단한 작가들을 보면 감탄하면서도 질투가 나고 나이가 들어서 등단한 작가들을 보면 그렇게 훌륭해 보이고 위안이 된다. 거기에 더해 젊은데 예쁘면 하... 이 작가는 무슨 복을 타고나서 예쁜데 글도 잘 쓰나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참 한결같다.
장류진 작가는 1986년 생으로 졸업 후 IT 기업에서 10년 정도 일을 하고 그 경험에서 나온 글인 <일의 기쁨과 슬픔>이 인기를 끌면서 등단하였다. (오늘 처음 찾아보니 얼굴도 예쁜데 젊고 대학도 연대 나왔구나~!)
전작도 그러하지만 <연수>에서도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자신답게 할 수 있는 얘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그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20~30대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소심하고 정직하고 여리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다. 「연수」에서는 공인회계사로 운전을 무서워하는 직장새내기 '주연'이, 「펀펀 페스티벌」에서는 대기업 합숙면접에 참가했다 낙방하는 소심한 '지원'이, 「공모」에서는 20대에 입사해 30대가 되어 팀장 자리에 오른 당찬 '현수영'이, 「동계 올림픽」에서는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작은 방송국의 인턴으로 일하는 '선진'이, 「미라와 라라」에서는 30대의 라라를 무시와 부러움의 시선으로 보는 20대의 대학생 '나'가 있다. 전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나도 여자여서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라서 또는 아 요새 젊은 친구들은 저런가 하는 공감과 재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작에 비해서는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따뜻하고 이해적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공모」의 현수영이 자신의 남자 상사와 천사장을 이해하는 시선이나 「동계올림픽」의 선진이 송파 래미안의 부잣집 부부에게 호의를 받는 장면들이 그렇다.
작가는 스토리에 대한 욕심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 화자를 선택할 수도 있을 텐데 꾸준히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가의 글은 정직하지만 새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게 되고 그렇기에 그녀의 주인공들은 자기 복제를 거듭한다. 그것은 매력적이지 않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만, 작가가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기를 끊임없이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