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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Nov 11. 2024

정년이, 나만의 방자를 찾아서

장안에 [정년이]가 핫하다. 


처음부터 찾아본 것은 아닌데, 배우 김태리의 연기가 내 시선을 확 잡았다. 그녀의 연기가 이 정도였나? 하고 솔직히 깜짝 놀랐다. 


[정년이]는 목포 처녀 윤정년이 목소리 하나 믿고 유명 국극단에 들어와 겪는 우여곡절로,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진정한 예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옛날 옛날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나 배우 수지가 주연으로 유명했던 [도리화가] 같은 작품을 보면, 도제식의 교육을 통해 한 특출 난 개인이 전무후무한 예술가로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정년이]는 천재적인 역량보다 연대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매란국극단 안에서 얌체공처럼 혼자 튀는 정년이가 드라마 안에서도 밖에서 '민폐캐릭터'로 비난받았다. 전체 연습에 참가하지 않고 혼자 밖으로 나가 자신의 캐릭터를 찾아온다던지, 단역인 군졸 주제에 약속되지 않은 독무대를 선보이는 것들이 '멋'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폐'로 표현된다. 그리고 정년이 역시 그런 경험 안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아닌 팀이라는 조언을 마음속에 아로새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지만, 묘하다. 


한 집단에 있기로 했다면 그 안의 룰을 지키는 것이 옳다. 하지만 어디까지 지켜야 옳은가? 

70~80년대에는 철저히 통일된 집단, 하나 된 우리가 당연히 옳은 가치였다.  90~00 년대가 되면서 남들과 다른 개성이 '멋'으로 인정받았다. 아웃사이더가 쿨했던 그 짧은 시기를 지나 10~20년인 지금은 조금만 달라도 왕따가 되는 은밀한 군중의식이 생겼다. 댓글을 봐도 혼자 잘난 사람, 즉 '나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생활에서도 제일 중요한 사회성은 '낄낄 빠빠'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제발 조용히 있어, 괜히 나대면 애들이 다 싫어해.'라고 교육을 하고, 엄마들 사이에서도 혼자 잘났다고 나대는 엄마는 외톨이가 되기 일쑤다. 그리고 나는 아웃사이더가 멋있던 90년대에 학교를 나왔다. 


어디까지 내 맘대로 하면 민폐고 어디까지는 개성이야? 


모호하다. 사회마다 시대마다 다르다. 지금은 꽤 많이 지켜야 하는 것 같다. 성게 같던 나도 살다 보니, 어느 정도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감자, 고구마 정도는 되었다. 그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연대는 중요하지. 안다. 내가 잘 못하지만 중요도를 높여가는 그것! 연대! 


그럼에도 여전히 내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것은 영서보다는 방자다!  


춘향전 무대를 앞두고 방자역을 맡은 천방지축 정년이가  '나만의 방자'를 찾겠다고 모두와 함께하는 연습을 등지고 저잣거리 남사당패를 쫓아간다. 그래서 이몽룡 역의 영서에게 '네가 잘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연습한 다른 동료들이 받쳐줘서야!'라고 혼꾸녕이 난다. 그녀도 분명 옳다. 정년이가 시간관리도 잘하고 불안도 적었다면 연습도 참석하고 장터에서 방자도 찾았겠지만 그럼 10대의 정년이는 아닐 것이다. 나는 원석 같은 정년이가 우당탕탕 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방자를 찾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귀엽지 않은가? 


글을 쓰며 나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나만의 방자'를 찾고 싶었다. 올해 공모전 광탈을 경험하며 신춘문예 특급 과외라도 받아야 하나 솔직히 고민도 되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나는 정년이 처럼 타고난 재능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서처럼 각 극이 원하는 캐릭터를 연습하지도 않으면서 여전히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방자를 찾아 박수도 받고 싶다. 나도 내가 꼴값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 일기를 써~ 예술은 뭐라도 된 다음에 하는겨~! 


라고 나도 나에게 하루 백번씩 말한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렇게 태어난 것을. 게다가 90년대 멋짐을 인정받은 아웃사이더로 자라지 않았는가. 이제와 어디에라도 끼어보려 한들 그게 진짜 나인가? 싶기도 하다. 뭐, 10년 뒤까지 생각할 것은 없고 내년 까지는 그냥 나만의 방자를 찾아도 큰 일은 없을 것 같다. 으이그 고집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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