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팔아 통장을 채우는 게 꿈인데, 브런치에서 특정기간 내 글을 무료로 팔아준다니 좋아야 하는데 선뜻 신청이 안된다. 왤까?
브런치에 쓰는 내 글은 완성품은 아니다. 양심고백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게 사실이다. 완벽히 가공되어 매대에 올려진 상품이라기엔 솔직히 거칠고 있는 그대로의 글이다. 글을 쓸 때도 독자의 요구에 맞는 글을 목표했다기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일기처럼 써 내려갔다. 브런치 공모전을 위해 매일 소설을 올렸던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좋아서 쓴 글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분들 중에는 프로작가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마추어 작가들이다. 나 역시 그렇다. 등단을 하지도 않았고, 책을 출판하지도 않았지만 나의 글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다. 나를 과소평가해서가 아니라, 아마추어인 내가 능력 있는 편집자가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발행 전에 수백 번씩 수정을 거치지도 않으며, 매일 한 편 이상의 글을 발행하는 것도 아닌데 독자에게 월 이용료를 청구한다면? 나 스스로가 뻔뻔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설령 프로 작가라 할지라도, 온라인커뮤니티에 내놓는 모든 글이 상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다는 것이지, 멤버십을 하고 있는 다른 작가분들을 비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나는 그렇다는 것뿐이다.
넷플릭스는 수백 수천 명의 인력과 천문학적 금액의 투자로 완성된 작품들을 끝도 없이 볼 수 있음에도 이런저런 할인을 받으면 월 4,900원이면 구독이 가능하다. 밀리의 서재는 그나마 핸드폰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무료서비스로 개별 가족을 넘어 이모에 할머니까지도 함께 읽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카카오 웹툰의 이무기, 이은재, 강풀, 조금산, 홍작가, 배혜수 작가의 웹툰도 매주 미리 보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무료다. 미리 보기를 쓴다고 해도 편당 200원인데, 그들이 업로드하는 양과 질을 고려하면 200원이 전혀 큰 금액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그럼에도 나는 매주 기다리는 재미를 잃지 않기 위해 굳이 유료로 보지 않는다.
브런치 멤버십 이용료가 작가당 월 3900원이라고 한다. 나 같은 경우 현재 주 1회 연재를 하며 그나마도 이번 주에는 슬럼프라는 개인적인 이유로 글을 연재하지 않았다. 휴재 없이 연재했을 때, 주 4회면 편당 975원이다. 주 3일은 쓰겠다고 크게 마음을 먹으면 편당 325원이다. 3900원이 거액은 아니지만, 넷플릭스나 밀리의 서재의 할인 이용료를 고려하면 굉장히 큰 금액임에 틀림없다. 강풀 작가의 웹툰 <브릿지> 경우 회당 길이가 엄청 길어서 미리보기 금액이 3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아하... 꼬리가 절로 내려간다.
물론, 돈을 받으면 받은 만큼의 값을 하게 된다. 나는 염치 있는 사람이다. 돈을 받으면 그만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 부담을 동력으로 더더더 열심히 쉬지 않고 달린다면 난 굉장히 성장할 것이다. 단 1명의 독자가 멤버십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독자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시간을 쓰고 스트레스를 한 무더기 받을 것이다. 이번 주처럼 슬럼프라고 글쓰기를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고 공모전에 내려고 아껴둔 소설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월 3900원은 내 노력과 시간, 소진에 비례하는 정당한 금액인가?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월 39,000원 아니, 390,000원이어도 싫다. 생계를 던지고 브런치에만 매달려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물론 3,900,000원이라면 생각해 보겠지만, 그렇게 생길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내가 해변에서 버스킹을 하는 가수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노래하는 게 너무 좋아서 당장의 소득이 되지 않음에도 거리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나와 노래하지 않으면 무대 경험이 쌓이지 않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피드백을 들을 수 없으니 고가의 음향시설과 완벽한 가창실력 또는 작곡실력이 없을 때에도 나와서 노래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경험치를 높이고 의외의 기회를 얻기도 하며 관람객 중 누군가는 그 순간의 진심에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공연은 그대로의 의미가 있다. 나는 글을 쓰는 게 좋고 내가 쓴 글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다. 돈을 내지는 않지만 독자들은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고 의견도 나눠준다. 그들 중 누군가는 내 글에 마음이 크게 닿아 감동을 느낄 수도 있고 한 번 보고 재미가 없다고 다시는 안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모든 반응과 관심은 내 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동기를 준다. 그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거대한 응원이다.
그러니 브런치의 응원 기능은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예술가가 버스킹을 하고 기부금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독자가 자신이 읽은 '그 글'에 대해 감동과 응원의 의미로 자유롭게 지불하는 비용이니 말이다. 거기에는 작가에게 주는 책임감보다는 응원이 있다.
내 글이 얼마일까?로 시작한 글이지만, 그 안에는 브런치스토리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브런치스토리는 예스 24나 교보문고의 온라인 버전으로 브런치북을 팔려고 하는 곳인가? 아니면 밀리의 서재처럼 완성된 상품에 대해 구독료로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일까? 기존의 출판사처럼 책을 만들어 팔거나 공모전으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인가? 네이버나 유튜브처럼 장소를 제공하여 사람을 모으고 광고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곳인가? 유튜브는 시장이 커지면서 광고 수익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파는 것까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개별 채널에 비용을 메기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이용료를 받고 있다. 브런치스토리는 아무래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브런치스토리에 상품을 파는 매대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참여 작가로 기대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매일 쓰기를 멈추지 않고 글을 쓰는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자유로운 아고라다. 독자로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글을 자유롭게 보기를 기대한다. 내 글도 다른 작가의 글도 교보문고의 랩핑 되어 있는 책처럼 갇히지 않길 바란다.
시간이 쌓이고 작품이 쌓이면 그때는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릴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이곳이 버스커들의 자유로운 해변이 되길 기대한다.
* 이글은 철저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멤버십을 이용하는 어떤 누구도 비난할 의도가 없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 대문사진은 브런치스토리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