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미의 "중년 남미새" 영상이 핫하다! 유튜브를 안 보는 내가 찾아봤을 정도면 말 다했다. 남미새는 '남자에 미친 새 X'의 줄임말인데 중년 남미새는 그중 특히 남자에게 더 호의적인 중년 아들맘을 빗대어 한 말이다. 이전 글에서 나는 아들을 낳고 난 후의 정체성의 변화에서 "나는 아들을 낳은 순간부터 젠더 이슈에 공평할 수가 없다. 자꾸만 남성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고백했다. (Lali Whale 브런치 중 탯줄이론)
https://youtu.be/NaaEvjm7Nw8?si=NZd2rXBEmxMzWbIP
중년남미새의 특징은 대략 아래와 같다. (ChatGPT 활용)
1. 아들에 대한 과한 애정과 자부심 “우리 아들 영어유치원 다니는데…”
2. 성에 대한 이중 잣대 - 남성엔 관대, 여성은 비하하며 성차별적 태도 극대화
3. 여성에 대한 일반적 편견 - "딸은 예민해."
4. 성적 농담 - 무례함·풍자적 과장
5. 왜곡된 교육관 “(여자애가) 때리면 같이 때려라.”
영상 아래 댓글창이 난리났는데 그중에 눈길을 끄는 댓글이 있었다.
"아들맘인데 안긁힘 주변에 저런 아들맘들 많은데 제발 자식은 자기객관화되게 키우세요 우리 아들들 영악한 여자애들한테 치이는 게 아니고 멍청하고 무식해서 밀리는 겁니다..."(아이디 @g0g0g0-g0g )
긁혔다.
나는 2번과 5번에서 걸렸다. 영상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그런 생각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남자들의 잘못에 관대해야 내가 아들의 행동에 관대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남자 중학생은 생각이 없지.'라고 말하며 동일한 잘못에 대해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관대한 평가를 주려했다. 남자애들에 대해 '걔는 생각이 없어서 그렇지 진짜 나쁜 애는 아니야. 아직 전두엽 발달이 안 돼서 그래.'라고 이해하려고 한다.
학교생활에 있어서도 '여자애들하고 엮여서 문제가 생기면 남자애들끼리 문제 생기는 것보다 (남자인) 너에게 훨씬 불리하니 예민한 여자애들은 그냥 다 피해.'라고 말한다. 사실 확인을 해본 적이 없음에도 아들이 남자애 죽빵을 때렸다고 가정할 때 보다, 여자애 죽빵을 때렸을 때 더 높은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절대 여자애들이랑 갈등에 휩싸이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맙소사!
내가 생각할 때 시어머니는 1, 2, 3, 5에 걸린다. 나는 시어머니와 대화할 때 밑도 끝도 없는 극단적인 남성우월주의 사상에 진저리를 치곤 한다.
"여자애가 공부하면 뭐 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들은 원래 약고 그릇이 작다."
시어머니는 남자를 '밝히는' 여자는 '미친년'이고 남자는 설령 외도를 해도 '(남자는)원래 다 그렇다'라고 말씀하곤 하신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1년 간 당신은 립스틱도 바르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런 어머님께 자유연애를 권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었다. 실제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자식들의 상속분을 정할 때 딸들에게 재산을 주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셨다. 며느리인 나는 그 생각이 나에게 경제적 이득이 되는 일임에도 반대했었다. 어머님은 여자를 그 대상이 딸이든 손녀든 며느리이든 심지어 자신까지도 독립된 존재가 아닌 남자에게 의존적인 대상, 남자보다 부족한 대상으로 보셨고 나는 어머님의 그런 면에 대해 지치지 않고 분노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엄마인 나는 어머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자에 대한 기대를 낮춰 남성에게 관대하고 여성에게 그렇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여자 남자 모두에게 부당했다.
나는 이기적 이게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남자는 무시했고 여자는 비난했다.
며느리 일 때 나는 합리적인 수준의 인간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순간 중년 남미새가 되었다.
내가 딸을 낳았다면 장담컨대 페미니스트가 되었을 것 같다.
딸맘이라면 동일하게 여자는 무시하고 남자는 비난했을 것이다.
제기랄. 짜증 난다.
이유는 역시... 나의 탯줄이론인가?
나는 나와 아들을 동일시하며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아들이 책임질 부분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가져와서 내가 더 불안해한다. 아들의 미래를 아들 본인보다 내가 더 걱정하는 모습이 그 증거다. 그래서 본인보다 그의 낮은 성적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성격, 태도에 더 조급한 분노를 느낀다. 그 불안을 낮추기 위해, 나는 다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기대하기도 하고 남학생 보다 야무지고 똑똑한 여학생들을 피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아들의 현재 상태나 성장 가능성을 폄하함으로써 내가 미래에 가지게 될 리스크를 낮추려 한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크다. 그러니, 나는 무의식적으로 남자인 아들에 대해 기대를 낮춰 덜 실망하는 전략으로 내가 받을 심리적 리스크를 줄이려 한 것이다.
정리를 하고 보니, 반드시 탯줄이론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비겁했다.
아! 부끄럽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취약한 내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어가 반드시 나쁘거나 필요 없다고 할 수는 또 없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탯줄이론 만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하면 그것은 도저히 끊지 못할 무형의 족쇄같이 느껴지지만 나의 나약함이라고 하면 해볼 만하게 느껴진다.
나의 생각의 오류를 수정해 보자.
나는 너무 방어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실제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약하지 않다.
나는 과거 우울감과 번아웃이 왔을 때,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도 헤쳐나가지 못했던 적이 없다.
내가 걱정하듯 세상의 모든 시련이 나의 아들에게 몰려오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 부모인 나는 아들의 삶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시련은 아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들은 분명히 생각이 있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도 있으며 사교적이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아들이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움에 처해도 나는 그를 사랑할 것이다. (자식은 잠깐 미워져도 금방 까먹고 다시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워진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함.)
나는 모든 위험을 통제하거나 조정할 수 없다. 그게 내 삶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할 수도 없다.
대안행동도 생각해 보자!
나와 내 미래, 잠정적 위기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한다.
젠더이슈에 있어 편파적이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의식하고 실제 표현에 조심해야 한다.
아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표현하지 말고 점검 또 점검하라.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책임을 전가했을 때 나나 아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는 않음을 안다.
나는 불안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라.
불안이 6을 넘어가면 말하지 말고 적어라! 그리고 분석해라.
아들에게는 화를 내지 말고 가르쳐라.
중년의 남미새가 텃새가 되어 영원히 내 삶에 눌러앉지 않도록!
겨울 한 철이 지나면 훨훨 북극이나 남극으로 사라져 버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