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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Jan 15. 2023

F. 슈퍼맘이 되고 싶은 당신

할 수 없는 일을 놓아주기

엄마들은 아이에게 뭘 해도 또 안 해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화를 내면 참지 못해 미안하고 일을 하면 못 놀아줘서 미안하고 직업이 없으면 백수라서 미안하고 아프면 약하게 낳아줘서 미안합니다. 미안하건 끝도 없습니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학원, 더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 끝도 없이 미안합니다. 철없는 엄마는 다른 어떤 철없는 여자, 남편, 아빠, 언니보다 비난받습니다.


F는 대기업에 다니는 능력 있는 직장인 여성입니다. 같은 업계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6 4 남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회장을 도맡아 하고 모범생으로 주변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노력해서  되는 일이 없었고 자존감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기르며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고 말합니다. 별일 아닌데 화를 내고, 아이의 유치원 준비물을 까먹고 회사에서는 아쉬운 소리  일이 늘어나 승진도 밀렸습니다. 상담에 처음 왔을 때는 아이가 밥을 늦게 먹는다면 식판을 빼앗아 개수대에 던지는 자신을 보며 너무 충격을 받아 신청하게 되었다고 엉엉 울며 말했습니다. 상담을 받으며 화가 줄어들고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기를 바랐습니다.


- 계속 화가 많이 나세요?

- 네. 상담을 받고 조심해야지 생각하면 하루 이틀 괜찮다가 또 너무 화가 나요.   

- 화가 나면 남편에게 말을 하고 잠시 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은 도움이 되셨어요?

- 네. 남편에게 얘기해서 그럴 때는 잠시 방에 있기로 했어요. 방에 혼자 있으면 화는 줄어드는데 자꾸 불안해져요.

-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요?

- 내가 밥을 줘야 하는데, 내가 책도 읽어 줘야 하는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지 불안해요. 남편이 다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 잠시 진정하고 있는 시간에도 엄마인 내가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나를 바짝 쫓아오네요.

- 계속 짜증 내고 화내는 엄마가 되는 것도 싫고 남편도 저러다 지칠 수도 있고요. 내가 짜증을 내지 않으면 되는데 왜 자꾸 화가 날까요. 그러고 나면 죄책감이 들어요. 첫째가 요새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저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받고 불안해할까 봐 걱정돼요.  

-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주에 얼마나 화를 냈어요?

- 이번 주요? 이번 주에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엊그제 첫째를 데리고 자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안 자고 발로 차고 장난치고 그러는 거예요. 계속 참고 자는 척도 하고 그러는데 안 자서 결국 또 화를 냈어요. 애는 그냥 잠이 안 와서 그런 걸 텐데 너무 화가 났어요. 결국 아이를 두고 나가서 남편이 재웠어요.

- 아휴...... 한 시간이 넘도록 잠도 안 오는데 꾹 참고 누워계셨던 거네요.

- 네.

- 그런데 들어보면 어디에서 얼마나 화를 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안 자는 애에게 소리를 지르고 아이는 엉엉 울고 엄마는 때리고 한바탕 난리가 난 건가요?

- 아니요. 아이가 너무 안 자서 왜 이렇게 안자 엄마 할 일도 있는데라고 빽 소리 지르고 나왔어요.  

- 아이는 어땠나요?

- 아이는 제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니까 좀 놀란 것 같았어요.

- 아이는 엄마가 소리를 지르니 놀랐나 보네요. 그래서 그날 잠을 못 자고 밤에 경기를 하고 다음 날에 유치원도 못 갈 정도로 불안해했나요?

- 아니요. 남편이 들어가고 좀 있다가 잤다 하더라고요. 다음 날에는 아무렇지 않게 유치원에 갔어요. 하지만 계속 이러면 정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아이도 결국 절 싫어하게 될 거예요.

- 그런데 그랬나요? 지금 같은 고민을 1년 넘게 하시다가 상담에 오셨어요. 아이는 유치원에서 집에서 문제행동을 보이거나 엄마와의 관계가 정말 안 좋은가요?

- 아니요.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이전 어린이집 선생님도 유치원 선생님도 우리 아이가 원에서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밥도 잘 먹는다고 그랬어요. 집에서는 그렇게 안 먹으면서요. 참관수업 갔을 때도 아이가 너무 잘 놀아서 좋았어요. 지금도 제가 퇴근하기만 기다리고요. 재택근무할 때는 놀아 달라고 자꾸 들어와요.

- . F알아요. 얘들은 엄마를  좋아해요. 아이는  걱정보다  지내고요. 하지만 나는 너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같아요.  번도 화를 내면  되고 너무 힘들 때도 아이의 말이라면 언제든 경청하고 그러면서 일도 잘해야 하고요. 그럴  있나요?  그러면 정말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도움이 되나요?

- 아니요... 참으면 나중에 터져요.

- 맞아요.  아시네요. 참으면 터져요. 감정은 쌓이면  된다고 했잖아요. F매일 화내지 않고 가정폭력을 일삼지도 않아요. 퇴근하면 오자마자  챙기고, 얘들 숙제 봐주고, 잠자기 전에 책도 2권씩 읽어 주잖아요. 정말 정말 화가 났을 때도 식판을 바닥이 아니라 개수대에 던져 넣을 정도로 극한의 순간에도 이성이 빛나는 분이세요.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예요.


F는 울면서  웃었습니다. 사실 정말 나쁜 엄마는 상담에 오지 않습니다. 자녀에 대해 고민이 있는 부모 중에 대부분은 이미 충분히 열심히 , 잘하고 있는, 그럼에도 힘든 분들이 오십니다.


엄마는 완벽해야 할까요?

엄마가 끝없이 노력하면 자식은 정말 행복하고 훌륭해질까요?


그 생각의 전제를 하나하나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는 완벽해야 하는가? 의 전제는 인간은 완벽할 수 있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답을 압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엄마는 인간이다.

고로 엄마는 완벽할 수 없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해 왔음에도 유독 엄마는 완벽하기를 기대하고 그럴  있다고 믿기도 하는  같습니다. 엄마는 신이 바빠서 자식에게 남겨준 존재이며 죽어서도 자식의 행복을 바라보고 함께 있어야 하는 존재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엄마가 허술하고 자기 맘대로이며 자신의 행복을 우선하며 살아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엄마가 신의 대타인가요?

아니죠.

엄마는 그냥 애를 낳은 인간 여자입니다. 애초에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기를 기대하는 것이 명확히 잘못된 것이죠. 엄마는 화가 나는데 화를  내고, 불안한데 초연한 척하고, 짜장면이 먹고 싶은데 싫다고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엄마인 당신은 완벽하지 않아도 비난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다음 전제를 살펴봅시다.

엄마가 노력하면 자식은 행복하다는 인과관계는 성립할까요?


엄마의 어떤 노력이 자식의 어떤 행복을 장담하는가 그 구체적인 사안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턱대고 노력해서는 그 노력이 자식의 행복에 맞을지 아닐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엄마는 애썼다고 생각하는데 자녀는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렇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목표로 노력한 많은 부모들이 훗날 청소년 자녀에게 "누가 해달래!"라는 뼈아픈 비난을 받곤 합니다.  어떤 노력인지 몰라도 엄마가 날 위해 희생하며 평생을 살았다는 것은 자식에게도 족쇄입니다. 원가족이라는 둥지를 박차고 훨훨 날아가야 하는 순간, 날개를 펄럭이면서도 발을 떼지 못하고 나를 위해 아낌없이 준 엄마를 자꾸 뒤돌아보게 됩니다. 아예 날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날아갔다 또 오기도 하며 평생 마음의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엄마가 화를 내지 않으면 자식의 행복은 높아지고 불안은 낮아지는가'를 생각해 볼까요. 다른 모든 변수가 통제된다면 분노를 조절하는 것은 자녀의 평안에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진공상태에서 애를 기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가정처럼 애 봐주는 시터가 24시간 상주하고 집안일을 해주는 도우미가 있고 공부를 봐주는 선생님은 따로 오는 환경이라면 저는 육아에 대한 화가 이전보다 1/10로 줄어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가 그럴 수 있나요? 또는 그 재벌가의 엄마들은 화가 안 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완벽한 선택이 아닌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노력을 해도 화는 날 수 있습니다. 화도 더 잘 나는 사람이 있고 덜 나는 사람이 있고, 오래 나는 사람이 있고 금방 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노력보다 성격이나 기질에 더 가깝습니다. 화를 참는 것이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때가 많지만, 너무 오래 참았을 때는 그 부작용이 매우 큽니다. 분노나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오래 참으면 똥이 됩니다. 그때그때 배설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면 변비가 되고 심하면 장폐색이 되어 생명에 위협이 됩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참는 것이 최선의 노력은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고 화가 난다고 길거리에서 미친 사람처럼 화를 내는 건 화장실이 아니라 사거리 중앙에서 똥을 싸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의 분노에 대해서도 잘 알고 그때그때 적당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화를 참는 노력이 자식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화를 알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자식에게도 도움이  것입니다.


너무 어렵죠?

. 저도 너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잘하고 싶고 우리 아이는 행복했으면 좋겠고  아팠으면 좋겠어서  고민합니다. 매일  자책하고 아침에 파이팅 하며 매일매일 아이를 눈물과 망각으로 키웁니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그녀의  <양육 가설>에서 "인간의 사회화에 있어 부모의 영향은 절대적이지 않다"라고 합니다. 이제까지 교육은, 사회적인 압박은 부모가 자식을 빚을  있는   역할을 과도하게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영향이 없지 않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부모는 아이를 가정 안에서 행복하게    있는 힘이 있지만, 결국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사회에서 헤쳐나가야  일이  많다고 얘기합니다.  


인정받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것은 좋은 동기이며 목표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편견이나 압박으로 인한 교육된 기대인지, 실제는 불가능한 것에 대한 과도한 목표인지, 나의 목표와 나의 방법은 정말 부합하는 것인지는 아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식이 행복하기 위해 무엇이 정말 옳은지는 나의 가치로, 우리 가족들의 목소리로 매 순간 만들어 나가면 될 일입니다.


(이 글에서는 '엄마'에 대한 보편적 기대와 그 기대의 실체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했지만, 아빠는 아빠 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대로 각자 삶의 굴레와 그 굴레의 열쇠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슈퍼맘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금쪽 처방!

될 수 없어! 안 돼도 돼! 지금 너로 충분하다!   



* 본문의 사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실제와는 다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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