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 고통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가?

  모든 것이 엉망이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목이 죄여 질식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누구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족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여기까지 온 것도 많이 참은 것 아닌가. 다른 곳으로 가면 또 기회는 있을 것이다. 좀 쉬고 회복하면 모든 것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퇴사 욕구는 그렇게 찾아온다. 많은 경우에 퇴사 욕구를 느낀 직장인은 그것이 최선이거나 효과적인 문제 해결법이라 믿는다. 퇴사 욕구를 느낀 후에 퇴사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퇴사가 좋은 선택이 될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퇴사를 하고 난 후에는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에 대해서든 아니면 사람에 대해서든 특정한 이유가 있고 회복이 어렵게 되어 반드시 조치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 방법은 따로 논의가 되어야 하겠지만 만성적으로 억압된 상태에서 느껴지는 무력감, 외롭고 힘겨운 대인관계, 무시당하거나 비난당한 후 자존심과 자존감이 훼손되어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지속 힘이 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 혹은 크게 야단맞고 충동적으로 그만두고 싶은 때라면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떠 올릴 질문이다.

그래서 다른 회사로 옮기면 해결될 일인가?

  기본적인 인간의 습성과 문화가 공유되는 부분에서는 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윗 상사가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것이 싫은 것이 이유라면 일방 명령을 하지 않는 회사를 찾아갈 일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회사의 모든 장점이 유지되면서 싫은 부분 그 한 가지만 딱 좋은 그런 회사를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한 가지를 개선하는 대신 다른 것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수 있을까. 혹은, 잘 생각해 보면 몸담고 있는 회사가 반드시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어딜 가나 신입사원 밖에 될 수 없으므로 다른 회사라도 비슷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면 지금 퇴사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이 아니라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된다. 당장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를 만났을 때 피해 갈 수 있지만 오늘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라면 내일도 극복하기 어렵다. 오늘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내일도 나를 힘들게 할 예정에 있다. 그런 문제들로 당신의 빛나는 가치와 헤아릴 수 없는 가능성이 훼손되도록 두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의 성장과 안정을 방해하는 문제를 직시하고 분석해서 이겨낼 방법은 없는지 잘 생각해 봤으면 한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고통을 감수하고 제어할 역량이 있는가는 이 사회, 이 세계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전문가 레벨로 가기까지 꼭 필요한 역량이다. 당신이 누구든지 간에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 한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나아가는데 방해받지 않을 지혜를 조금씩 더 터득하기 바란다. 직장 생활의 고비가 찾아올 때, 한번쯤 생각해 보자. '그래서 관두면 해결될 일인가?' 직장을 관두고 더 성장할 수 있고 행복과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퇴사는 분명 도약의 과정이다. 그렇지 않고 더 다치고 싶지 않아서, 더 슬퍼지지 않기 위해서 더 큰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 퇴사를 생각한다면  더 냉철해 지자. 그 문제가 다음에는 안 생길 문제인가? 용기를 가지고 안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주위의 동기, 선배, 상급자에게 도움을 구하면서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치료,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편적인 문제는 사람을 피해 부서를 옮기는 것도 방법이고, 개인적으로 가정에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면 양해와 도움을 구해 일시적인 배려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번 넘긴 문제는 장차 또 넘기기 더 용이하다. 당신에게 퇴사는 도피가 아닌 도약이 되어야 한다.

  성장하고 성취하기 위해 고통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가? 그렇다면 안에서의 고통을 감수하고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형태의 고통에 직면할 것인가가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그 문제가 생각만 바꾼다고 단번에 해결되긴 어렵다. 주위의 선후배나 관리자 또는 상담기관 등의 조력자를 찾아서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의견을 구해보고 도움을 청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성취하는 사람들은 도움을 구하는 데 유연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