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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14. 2019

신흥 저가 시장의 파괴적 혁신 이해하기

구버씨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있다. 가게 인테리어가 우수하고 직원들이 친절하고 좋은 고기를 써서 맛도 일품이다. 스테이크 메뉴는 3만 원짜리 일반 스테이크가 있고 5만 원짜리 안심 스테이크가 있다. 영업이 아주 잘 된다.


근처 골목 안에는 마러씨가 운영하는 김밥집이 있다. 맛있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저렴한 식사로 인기가 좋다.


어느 날 마러씨는 김밥 먹으러 온 손님들이 가끔씩 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신메뉴를 개발했다. 바로 만 원짜리 스테이크다. 동네에 스테이크가 싸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진다. 구버씨네에 갈 수 없는 비소비자가 마라씨에게는 소비자가 되어 스테이크 신흥 저가 시장이 형성된. 손님이 점점 많아지면서 마러씨가 이만 원짜리 안심 스테이크 신메뉴를 내놓자 매출이 훌쩍 뛴다. 구버씨네 손님들까지 마러씨네 가게의 단골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손님들은 더 비싼 구버씨네 스테이크가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한다. 구버씨네 5만 원짜리 안심 스테이크에 더 만족할 게 없는 초과 만족(overshot) 고객들이다.


구버씨는 손님들을 빼앗기자 점점 고민이 깊어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1. 최상위 프리미엄 스테이크 메뉴를 개발해서 주 고객층을 더 상향 이동시킨다.


2.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값나갈 때 처분한다.


3. 마러씨네 김밥집을 인수한다.


4. 마러씨네 옆에 저가 스테이크 전문점을 별도 오픈해서 경쟁시킨다.


5. 구버씨네 레스토랑에서도 만 원짜리 스테이크로 맞대응(cooption)해서 마라씨네 손님들을 끌고 온다.


구버씨는 위 모든 방향에 접근할 수 있지만 대부분 보장성이 떨어지고 또 어렵고 무모할 수 있는 선택지들이다. 어떤 것도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특히 5번은 쉬워 보이지만 시장을 잃어가는 가장 위험한 방향이다.  프리미엄 요리 프로세스와 수준 높은 요리사와 시설들, 기타 유무형 자산들은 저가 진입 시장 스테이크의 파괴적 혁신 가치를 수용할 수 없다. 구버씨네와 거래하는 재료와 자재 납품업자들 또한 고급 레스토랑 비즈니스 참여자들이므로 필요한 저가 재료를 낮은 단가에 맞추어줄 수 없다(susbstaining value network). 구버씨의 모든 것은 프리미엄 시장에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구버씨네에서는 마라씨네와 비슷한 만 원짜리 스테이크를 만드는데 최소 이 만원이 들어간다. 구버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성공기업의 딜레마에 빠진다.


구버씨가 관심을 가져야 할 한 가지는 사업장 내 혁신 촉진자(catalyst)를 독려하는 것이다. 기업 내 혁신 촉진자란 기업의 자원과 규모를 이용해서 민첩하게 움직여 남들이 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혁신 설루션을 만들어 내는 개인이다.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날 정도의  관용적인 기업 문화에서 혁신 촉진자가 활동하기 시작한다.


a. 부서 이해관계를 넘어 내외부에서 다양한 조력자들끼리 연결된다. 심지어 회사 외부에서도 조력자가 나타나면서 협력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b. 때때로 보고하지 않고 일을 진행한다.


c. 때때로 일상적인 권한을 넘어서서 리소스를 활용한다.


d. 업계 외부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혁신을 위한 영감을 얻고 토론한다.


e. 중관 관리자들에게 권한이 있어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어느 정도 자유롭다.


대기업의 파괴적 혁신을 위해 전략적이고 조직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은 처음 의도하지 않은 틈새에서 발생해서 창발적으로 성장하는 특징이 있어 초기에  그 가치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기업 내 혁신적 솔루션이 누군가에 의해 생성되는 것을 막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큰 기업이 생산하는 파괴적 혁신 가치는 기업 규모와 전문성, 인프라, 특허, 정보 자산을 포함해서 형성되는 솔루션이므로 기존 경쟁기업이나 신규 진입 기업들 모두 따라 하기 어려운 독자적 경쟁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들이다.


구버씨는 사업장에서 누군가 만 원짜리 돼지갈비 스테이크를 구워보고, 누군가 프리미엄 스테이크 김밥을 말아보는 것을 지켜 봐 줄 수 있다면 혁신 가치를 놓치지 않고 뜻밖의 수확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군가 미션 또는 흥미에 따라 자발적으로 그 일을 하는 것을 가능한 만큼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일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때 조직과 정식 권한 등을 정규화시킬 필요가 있다. 촉진자들이 이유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임무가 있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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