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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14. 2020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시대의 미래주의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위기의 시대다. 단발적, 국지적 위기가 아닌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위기이면서 발작적 경제위기다.  BC 500년 전 노나라의 공자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말하며 과거 엄격했던 주나라 예법으로 돌아감으로써 급변의 춘추전국 시대를 리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흘러간 옛날을 다시 복원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류 경제사는 단 한번도 반복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시스템이다. 시스템이란 어떤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관련 요소들을 묶어놓은 집합체를 말한다. 정치, 경제, 도시, 금융, 교육, 기업, 도로 등 지금의 사회 구성요소들은 시스템이 아닌 것이 잘 없다. 그중 하나를 온전히 재부팅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는 교육 시스템 안에서 가동되고, 도로는 도시 시스템 및 신호 시스템 안에서 운영된다. 최근에 이르러 발생하는 문제는 시스템 포화상태와 과부하, 시스템 한계와 균열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단순히 과거의 성공을 미래에 대입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실험이다. 그대신 현재 경제위기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에 의한 글로벌 경제위기는 금융위기에 의한 것도, 유권자가 결정한 것도, 잘못된 경제 정책이 만들어 낸 것도, 테러나 자원 고갈에 의한 것도 아니다. 최종적으로 경제학자들이 풀 수 있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현세기 세계화 및 글로벌 경제 통합을 경험한 후, 다시 균열을 보면서 좌초하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능력은 위기 발생 시 대처 능력이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선재적 대응 능력이다.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배웠다. 너무 늦다는 의미이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기관차 안에서 근원적인 검토를 시작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더러 솔루션을 제시하기 어렵다. 생존을 위해 무엇을 결정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집중하는 실존적 판단만이 우리를 구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예견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분명히 삶의 속도와 관련이 있다. 미래학자 엘빈토플러에 따르면  삶의 속도는,

첫째, 재화의 국경간 이동 속도이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속도다.
셋째, 생산과 유통의 속도다.
넷째, 일상의 속도다.

복합적으로 가속화 되고 있는 인류 삶의 속도에 알맞은 미래 계산 방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학은 속도라는 변수를 제대로 대입해서 전망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으로써는 발생 후 인지하게 되는 충격적 징후를 해석하고 알릴 뿐이다. 사실 지금의 징후는 죽음의 징후가 아니라 새로운 탄생의 징후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으로는 무엇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보다 언제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이 시대를 전환하는 기적적 역량이 될 것이다.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오고 예상치 못한 순서로 온다.  핵심 가치를 경제적 이익만으로 보고 경제 정책을 우선으로 실현해 나가는 낡은 경제주의는 이제 막을 내려간다. 경제위기를 경제학으로 풀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경제적 성취가 우선이 아닌, 사회와 문화, 삶의 행복과 의미 그리고 건강과 안전을 경제와 산업이 수렴해 나가도록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향후에는 이러한 미래주의의 정착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 예측은 다양하고 현실은 단 하나일 뿐인데, 단 하나의 현재를 보면서 미래 action program을 마련하는 것은 무모한 적중률을 낳을 뿐이다. 우리의 미래는 장차 발생하는 일들을 보면서 맞추어 볼 행운의 로또가 아니다. 따라서 분야횡단적 연구와 지식의 통합은 앞으로 더욱 절실해 질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선제 대응 역량은 장기적 계획과 초산업화를 통해 실현 가능하다. 한국은 이 부분에 잠재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위기 극복 역량을 발휘하는데 어떤 국가든 더 벤치마킹 할 대상이 없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삶의 속도와 국가간 빈부격차, 그리고 시스템의 위기는 경제적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1960년대 에볼라 바이러스나 1980년대 에이즈 바이러스는 공중위생과 공공보건이 취약한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신종감염병이었고 서구 선진 사회를 큰 혼란에 빠트렸다. 테러리즘 역시 상대적으로 후진 약소국에서 선진국으로 가해지는 경향이 많다. 글로벌 이주 또한 비슷한 경향으로 선진 사회로 모이는 형태로 전개 된다. 부(富)는 서구 유럽과 북미 등 선진 사회에서 후진 사회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과 같이 어렵고 거대한 돌발적 문제는 곤궁한 사회에서 발생해서 선진 사회를 강타하는 형태라는 점은 앞으로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삶의 속도와 국가간 빈부격차, 시스템의 위기는 서로를 증폭시키며 위기를 가중시켜 나갈 것이므로 생태학적 문제나 국지적 군사 충돌, 국가간 비이성적 경쟁, 지역 분쟁, 세계 연맹들의 새로운 결성, 지역 소요 사태 등 지금까지 동시대에 겪어보지 못한 중대한 사건을 몇 번 겪은 후에야 비로서 위기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 해롤드 스트러들러는 이런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위기를 에코스패즘(eco-spasm)이라 칭한바 있다.

모든 사항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격렬한 속도로 미지의 세계에 들어섰다. 지금이야말로 삶의 의지가 빛을 발하는 대단히 의미있는 순간이다. 나아가, 바로 이 시점이 우리가 몰랐거나 소흘히 했던 미래 가치를 발견할 황금기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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