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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14. 2019

21세기 콩 전쟁

중국에는 13억 7천만 명의 사람이 산다. 고대 황하강 이북 대평원인 중원에서 내륙 문명을 확장해간 중국인들은 육류 및 튀김요리와 볶음요리를 즐겨 먹는다.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육류는 돼지고기이다. 돼지고기를 주식이라 부를 정도로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각별하다. 지금까지의 고도성장에 따라 식생활이 고급화되면서 육류 소비도 꾸준히 늘었다. 세계 76억 인구에서 약 18%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전 세계 돼지의 절반을 소비한다. 중국 내에서 사육하는 돼지는 4억 7천만 마리이다. 닭은 47억 마리를 키운다. 소, 양, 염소를 합쳐서 대략 5억 마리 정도를 사육한다. 참고로 삼겹살과 보쌈을 즐겨먹는 우리나라의 경우라 해도 돼지 사육두수가 고작 1100만 마리에 불과하다.

도합 70억 개체 이상의 중국인과 사육 동물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곡류는 콩이다. 콩 중에서도 대두다. 사람은 콩을 짜서 만든 콩기름으로 튀김요리와 볶음요리를 해 먹고, 동물들은 기름을 짜고 남은 콩 부스러기로 단백질을 섭취한다. 그러면 중국은 대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대두 농사에는 벼농사만큼이나 물이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물 부족 국가인 중국이 내수로만 대두를 자급자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국 내수 시장에서 대두 가격은 타국 대비 많이 높은 편이다.

 중국은 연간 1억 8천만 톤의 대두를 소비하는데 그중 87%는 수입에 의존한다. 대두의 원산지는 중국임에도 연간 9700만 톤을 미국과 브라질에서 가져온다. 만약 중국의 대두 교역에 차질이 생긴다면 즉시 중대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2018년 미국의 보호무역 관세 조치에 따라 중국은 대두에 관세를 부과해서 미국산 대두 수입을 막았다. 중국 자국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결단이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내비칠 수 있었고, 대두 관세 부과로 미국이 가한 관세 조치와 비슷한 규모와 강도로 대응할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 대두 농가가 밀집한 18개 주중 16개 주가 트럼프 지지 지역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이 전까지 매년 12조 원치의 대두를 중국에 수출해 왔다.

이 사태를 브라질 관점에서 보면, 중국에 대두 공급 물량을 넓히면서 농산물 무역 수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브라질 자국 생산량만으로는 공급량을 맞출 수 없어 미국산 대두를 수입해 중국에 수출하는 기이한 중계무역까지 맡을 수 있었다. 별개로 유럽 입장에서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오던 터라 미국산 대두 물량을 더 적극적으로 늘려 수입하게 되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더 많은 유럽산 자동차를 자국으로 가지고 가야 했다. 국제 지정학적 변화와 작용으로 브라질이나 유럽이 얻은 수출 호조를 특수(特需)라 한다. 특수가 보일 때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외부 요인에 의한 예기치 못한 성공 또는 우연한 실패를 통해 내부 시스템과 프로세스에서 나타나는 징후들을 파악할 수 있다. 왜 더 큰 성공이 아니었는지, 왜 보잘것없는 실패가 아니었는지를 검토할 수 있다.

우연한 성공을 업적으로 돌리고 예상 밖의 실패를 외부요인으로 돌려서는 변화가 주는 작용에 대응할 수 없다. 변화가 감지될 때는 사실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지금 무엇이 원칙이 되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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