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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Feb 20. 2020

대통령의 마음


오늘 청와대가 거듭 강조한 것은 반찬가게 사장이 사람(문재인 대통령)이 아니고 현 상황(장사가 잘 안되는 것)에 대해 "거지같다"고 표현했다는 거였다. 평생 운 좋으면 한번 볼까말까 한 최고 지도자에게 처음으로 건넨 생활인의 가감없는 말이었다. 나 이렇게 힘드니까 좀더 열심히 뛰어주세요, 하는 거였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잘 사는 장밋빛 세상은 오지 않는다. 희소한 자원 하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네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어떻게든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대통령이 한마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다소간의 위안이 될수있다. 초딩시절 돈가스값이 100원 올랐다고 투덜대자 "이게다 김영삼이 때문"이라던 학교 앞 문방구 아줌마가 떠오른다. 대통령이란 그런 자리다. 최고 존엄이지만 일국의 어르신으로 내 힘든 삶에 다소간 책임이 있는 존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필부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 분이고, 대변인을 시켜 직접 그 상인을 보호했다. 자꾸 같은 국민을 편가르고 팍팍한 삶에 어줍잖은 예의와 정파를 덧입히려는 치들 사이에서 반찬가게 아줌마와 대통령의 케미가 새삼스럽다. 당신들이 도대체 뭐길래 대통령의 마음을 나서서 재단하고, 규정하는지. 대통령의 넓은 마음을 왜자꾸 축소하려 안달을 내는지.. 그들은 어쩌면 현실의 대통령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 착각하고 상상해낸 마음속의 대통령을 그리고 숭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통령께선 과연 그런 그들을 보고 좋아하실까.


이쯤되면 팬과 지지자의 '정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인 이거 였다.


① 아산중앙시장 반찬가게 사장님 상황(비난후 장사안되는)과 관련

“그분이 공격받는 게 안타깝다”


② 논란이 된 ’거지같다‘는 표현관련

 “장사안되는 걸 요즘 사람들이 쉽게 하는 표현이다. 오히려 서민적이고 소탈한 표현.”


③ "거지같다' 발언 당시 분위기와 관련

“전혀 악의가 없었다. 오히려 당시 (대화할 때)분위기가 좋았다”


④ 발언 후 

“대변인이 그분을 대변해달라”


대통령도 알았을 것이다. 반찬가게 사장을 공격하는 건 당신의 지지자라는 것을. 일반 시민들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별로 관심도 없고, 얘길 들었더라도 대통령의 생각처럼 '얼마나 힘들면 대통령한테 저렇게 했을까. 대통령님께서 힘들더라도 좀더 고생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하고 만다. 가게에 전화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북한 같은 짓은 안 한다. 다만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지지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 딜레마가 눈에 선하다. 정권의 기반이 되고 지지를 보내주는 이들이 고마운데, 가끔 이렇게 도넘는 행동으로 선거 전 중도층 이탈을 부르고 대통령 자신을 권위적인 것처럼 비추게 만드는 골수팬들의 만행에 대해선 한마디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지지자분들이여 좀더 자중해주시는 게 어떨지. 대통령의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진정 대통령과 국가를 위한 일인지 한번더 생각하고 움직여주는 건 어떠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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