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dy Jul 25. 2019

백분토론 시민논객 출신이라는 것


8년 전 '20기 MBC 백분토론 시민논객'을 했다. 자기소개서를 내고 전화면접과 집단면접을 봤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떨어질 줄 알았다. 긴장해서 어버버한 채로 자책하고 있었는데 합격 전화를 받았다.


당시 김 PD 님이 까페에 남긴 글에는 "문헌정보와 정치외교를 동시에 전공하고 계시는 박세환씨. 젊음은 참 좋은 것이더군요. 이 친구를 보면서 풋풋함이란 저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다양한 관심과 에너지가 부러웠습니다. 앞으로 밤새워 토론을 준비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했으니... 두고 보겠습니다. 참고로 본인과 비슷하게 생긴 연예인은 '하하'라고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코스프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KBS 기자가 된 형관이는 21기 활동을 했는데, 김 PD님은 "박세환 군을 안다고 해서... 심각하게 떨어뜨리고자 노력했으나, 부차장님 설득에는 실패했습니다"라고 적었다.


매주 방송에 참여할 때마다 너무 재밌고 즐거웠다. 공부를 제대로 안 해가서 김 PD님한테도 많이 혼났다. 23기까지 이어진 선후배 논객들과의 교류도 참 유익했다. 논객을 했던 대학생 대부분이 기자, PD, 아나운서가 됐다.  


최근 한 선배기수 분을 우연히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가 감상에 젖어 까페에 오랜만에 들어가봤다. 그토록 끈끈했던 시민논객회는 거의 와해된 상태다. 당시 프로그램을 담당한 박모 본부장(기자 출신)은 2012년 9월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24기부터는 논객을 뽑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객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시민을 대표해 패널에게 질문을 던졌던 시민논객은 단순히 방송사가 기수별로 잠시 뽑는 들러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박모 부장은 시민논객회와 결별을 선언했고 논객제도가 아예 사라졌다.


세월이 무심하게도, 박모 부장은 지난해 6월 해고됐다. 세월호 유가족을 폄하하고, 순천 출신 카메라 기자에게 “홍어였네”라는 막말을 하고,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목포MBC로부터 ‘전원구조’ 속보는 오보라고 전달 받았으나 묵살했다는 이유다. 한 사람 탓에 9년여 간 이어져온 논객의 끈이 사라진 게 원통하다. 다시 교류가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아일보 입사시험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