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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pr 19. 2020

검언유착과 취재의 기법


검언유착 의혹 때문에 시끄럽다.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 아니 이제 국회의원님이지. 그분을 비롯한 열린민주당 분들이 주도적으로 국면을 끌어가고 계시다. 최 의원님은 페북에 언론, 검찰과의 전쟁까지 선언하셨다. 아휴 무셔라.. 금뱃지가 참 대단하지요? 변호사 때부터 말로 흥하신 분인데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저렇게 가볍게 발언을 해대시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낙연 의원을 보면서 진중함을 배우시길 간절히 바란다. 최강욱 의원님은 현재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 입시 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피의자인 그가 검찰에 대해서 개혁하겠다는 둥 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해보이니 무혐의 나올때까지는 입좀 닫아주시기를.


저번에도 말했지만 채널A 기자와 검찰간의 유착은 검찰 수사와 법무부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검찰이 검찰을 진상조사하는게 좀 못 미더우니까 법무부 혹은 국회 차원의(21대 국회가 무조건 이 건을 건드릴 듯) 사실 관계 조사를 지켜보도록 하자. 


이와는 별개로 채널A 기자의 취재 행태는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자신이 권력 내 높은 사람과 친하다고 과시하고 정보를 주면 당신의 죄를 감경시켜 준다든지, 잘 봐주겠다든지 하는 취재 기법말이다. 아무리 청와대나 국회 검찰 경찰 출입 기자들의 취재방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곤 해도 너무 구시대적인 방법이다. 아니 예전처럼 기자의 숫자가 적고 기자의 힘이 컸을때는 몰라도 지금은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아직도 저런 식으로 접근하니 탈이 나는 것이다. 


나는 쫄보라서 그런지 그냥 저렇게 문제될 취재를 할 바엔 물먹고 말겠다. 어떻게든 해서라도 특종을 가져오는 시대는 지났다. 따져야 할 것이 많다. 인권도 그렇고 법 문제도 그렇고. 취재 외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아졌다. 복잡한 정보화 사회라 그렇다. 덧붙여 채널A와 검찰 간의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녹취록만 가지고 검언유착을 보도한 MBC의 취재방식도 문제가 있다. 검찰과 언론의 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증거가 없으면 그냥 우리 기자들 사이에서 "취재 그따위로 하지마라" "지네는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보도하면서" 하고 싸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     




아무튼 무리한 취재에 대해서는 여러 기억이 많다. 2014년 강남 압구정 파리바게뜨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 당시는 휴일이었는데 급하게 캡에게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갔다. 사건 발생 30분 이후에 도착했다. 빵집 주변에는 경비가 삼엄했다. 사람이 붐비는 가게 앞을 돌아서 뒤편으로 돌아갔는데 이상하게 거기는 막지 않았다. 룰루랄라 하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러는데 갑자기 누가 "어어어" 소리를 질렀다. 인질범과 강남경찰서 형사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질범은 케이크 자르는 칼을 들고 가게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삽시간에 경찰 5명이 나를 번쩍 들었고 질질 끌려서 밖으로 나왔다. 한 경찰은 사건 종료 이후 "당신 참 용감했어"라며 문자를 보냈다. 현장에서 들은 얘긴데, 인질로 잡힌 중년 여성은 상당히 대담했다. 인질범이 담배를 꺼내 물자 "담배끊어요. 몸에 안 좋아요"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거참..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5&aid=0000632022


두서없는 이야기를 한 것은 취재 윤리와 특종 보도 사이에서 기자들이 얼마나 줄을 타는지가 떠올라서다. 쌍팔년도에는 사건팀 막내 기자를 향해 말도 안되는 지시가 난무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 현장에 몰래 잠입해 증거를 찾아오거나 비리 의혹으로 자살한 모 관료의 유서를 훔쳐오라거나. 일부 선배는 성공했고, 누구는 실패했다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원한 방법들을 열거했다. 


요즘에는 그렇게까지 쪼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기자들에겐 아직도 그런 유혹이 여전한 것 같다. 하루 하루  정보를 벌어먹고 사는 처지에서 고민할 때가 많다.  


검찰은 최근 '드루킹 사건'의 경찰 수사 초기 드루킹의 사무실에 무단침입한 기자들에게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한 종편 기자에 대해 "취재를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출판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태블릿PC와 이동저장장치 등도 곧바로 돌려줬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해당 기자는 지난해 4월 18일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침입해 태블릿PC와 USB, 휴대전화 등을 훔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아왔다. 


한편 지난 2016년 12월엔 JTBC 기자가 더블루K 사무실에서 태블릿 PC를 가져간 것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고발된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도태우 변호사가 고발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무혐의로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항고도 기각됐다. 기자가 건물관리인의 협조로 사무실에 진입했고,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한 뒤엔 바로 검찰에 제출했다. 관리인 허락이 있었다는 점에서 불법침입이 아니었고, 검찰에 넘겼다는 점에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아서 처벌을 피했다.


굳이 저연차 사건팀 기자들만의 일은 아니다. 2018년 6월은 북미 정상회담의 달이었다. 사상 최초의 역사적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수많은 기자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KBS 취재진 2명이 싱가포르 주재 북한 대사관저를 찾아갔다가 북측의 신고로 싱가포르 현지 경찰에 인계돼 구금을 당했다. 촬영금지 구역에서 촬영을 했다는 명목이다. 해당 사건은 문재인대통령 주재 티타임에서도 심각하게 논의됐다고 한다.


법조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중앙일보 모 기자는 2012년 3월부터 6월까지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 수차례 침입해 수사자료를 훔쳤다. 그는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판결문엔 이렇게 적시됐다. "오랜 기간 법조 출입기자로 근무하며 취재 및 보도를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종을 보도하겠다는 무리한 욕심으로 검찰청의 보안구역에 침입해 기삿거리를 뒤지고 수사자료를 열람·복제하는 등 취재의 정도나 관행을 넘어서 범행 방법이 대담하고 횟수도 많아, 이 내용이 보도됨으로써 검찰 수사에도 적지 않은 지장이 초래됐을 것으로 보여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이 기자는 2개월여 뒤 2심에선 집행유예가 선고돼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나도 수습시절에 비슷한 기회가 있었다. 한 경찰서 강력팀에 놀러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단체로 식사를 하러 갔는데 문을 안 잠궜다. 적막한 가운데 가슴이 뛰었다. 매일 사건없다고 새벽마다 혼나는데 지금 서류를 뒤지면 한달간은 편하게 마와리를 돌수 있을거 같았다. 그러나 사무실 한켠에는 CCTV가 설치돼있다. 만약에 책상을 뒤지는 모습이 찍히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5분간의 고민끝에 결국 포기했다. 얼굴은 경찰 아저씨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몰래 한손으로 핸드폰을 꺾어서 소리없이 문서의 사진을 찍는 스킬도 배웠지만 쫄려서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간이 작아서 그렇게는 못 할 거 같다.



기자라면 누구나 비슷한 순간을 겪을 것이다. 불법이거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방법이지만 대한민국을 뒤흔들 특종을 손에 쥐게 된다면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난 무조건 포기할 것이다. 나뿐 아니라 사람이 다치기 때문이다.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가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보도의 내용 뿐 아니라 취재 과정, 윤리가 중요해졌다. 독자들은 기사의 폭발성 뿐 아니라 취재 경위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구체적인 것까지 밝힐수는 없겠지만 취재가 나오는 과정에 있어 떳떳해야 뒤탈이 없다. 독도헬기 관련 KBS의 사례를 보자. 독도 인근 해역에서 소방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해 7명이 실종되거나 숨졌다. 당시 헬기의 사고 직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KBS가 보유하고도 당국에 사고 경위 파악용으로 제공치 않고 단독 보도에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는 이후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특종은 했지만 그 과정이 비도덕적이었기 때문에 국민적 지탄을 피할수가 없다. 


그러니 동료 선후배 기자님들. 그리고 언론고시생 여러분들. 절대 무리하지 말자. 합법적인 선에서 최선을 다하되 순간의 욕심으로 인생을 그르칠 선택을 하지 말자. 취재 방법은 많디 많다. 잘 단도리할 자신이 없다면 열정취재라는 말로 내 자신을 내던질 필요가 없다. 대개의 언론사는 기자 개인의 곤궁을 제대로 돌봐주거나 살펴주지 않는다. 윗선의 지시에 따라 기사를 쓰고, 소송에 걸려도 기자 개인이 뒤집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채널A 사태를 곱씹으면서 무리하지 않되 열심히 하는 취재의 기법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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