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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May 10. 2020

기독교여, 혐오를 멈춰 주세요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를 읽은 게 중학교 2학년 때다. 프랜치스 치셤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그는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가지만 골칫덩이다. 그의 친구 '안셀모 밀리'는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언변으로 금세 교계의 스타가 된다.


이 둘은 정확히 나뉜다. 진짜 신앙과 가짜 신앙, 민중과 함께하는 신앙과 그들만의 신앙으로. 창녀에게 하나님을 전파하고, 흑사병이 창궐하는 중국까지 건너가 온몸을 다해 삶으로 하나님을 증거하는 프랜치스와 교계 주류에 서서 높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큰 예배당을 차려 대주교까지 오른 안셀모 밀리, 과연 신은 누구를 칭찬하실까. 누구를 참다운 하나님의 종으로 인정하실까. 돈 많고 권력있는 이들만 바라보는 안셀모 밀리와 낮은 자에게서 하나님을 보는 치셤의 모습은 소설적으로 극단화 된 측면이 있다. 다만 현실을 바라보면 굳이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백만년 만에 집 근처 교회에 왔다. 발열 재고 마스크 쓰고 충분히 거리두고 앉았다. 나일론 신자 주제에 그분께 열심히 물어보았다. 굳이 신천지 동성애 뿐 아니라 코로나 국면에서, 아니 그 훨씬 예전부터 소수를 향해 기독교가 보여준 혐오와 배제의 논리가 과연 예수님이 가르치신게 맞는지 따져 물었다. 전광훈 씨 등이 목사라며 대형교회협회 회장이라며 득의양양하는 현실에서 당신이 진정 저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게 맞는지 궁금했다.


예배 직전 찬양이 끝나고 20대 정도로 보이는 소위 '교회 오빠'가 함께 기도하자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너무나 나약합니다. 코로나에 무력합니다. 다만 크리스천 청년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했나요. 함께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서로 갈등하고 책임을 넘기고 있진 않나요. 강건한 마음, 흔들리지 않는 신앙과 함께 예수님의 사랑을 닮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라고. 


하나님이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창녀 주정뱅이 간음한자 병걸린자 귀신들린자를 쫓아내지 않고 직접 고쳐주고 본으로서 변화시킨 그분이 온몸으로 소리치는 것 같았다. 부디 낮은자로 향하고 한톨 죄없는 자만이 돌을 던지라고. 꺼져가는 코로나에 불지핀 건 너무 밉고 괘씸하지만 그 혐오가 언제든 다른 형태로 너에게 가해질 수 있으니 인간의 논리에 당신을 끼워넣지 말라고. 




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 가사 성전 안에는 매매하는 모든 자를 내어 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물질)과 비둘기파는 자들(말씀을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시고 (마가복음 21:13) 저희에게 이르시되 기록된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드는 도다 하시니라.”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 앞에서 메시아 혹은 신앙을 매개로 이득을 취하는 이들에게 준엄하게 경고했다. 굳이 돈으로 치환되는 장사만 일컫는 게 아닐 것이다. 죄가 아니라 사람을 미워하고, 스탠다드한 기준을 갖춰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장사하는 현대 기독교가 코로나 국면에서 잔혹함을 버리고, 하나님과 예수님이 보이신 통합의 리더십을 배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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