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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02. 2020

노영민이 보증한 부동산 강남 불패


1. 대통령 비서실장 관사는 따로 있다.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옆이다. 그래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현재 살 곳이 없으니 반포 한신서래 아파트를 팔 수 없었다는 실드 논리는 조금 약해진다. 물론 사모님이나 두 아드님 등 가족분들이 관사 말고 반포 집에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만..


2. 중간에 말을 바꾸는 해프닝이 없었대도 청주 집을 판 노 실장은 욕을 먹었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부산 등을 제외한 지방은 미분양이 횡행하고 있다. 충북 청주는 2018년 미분양 아파트만 3000여 가구에 달했다. 지난해 7월에도 1800여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노 실장의 집 한 채가 추가된 것이다. 두 달 전 방사광가속기가 청주에 설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청주 집값이 뛰고 있긴 하다만 서울만 할까..


3. 그러니 노 실장이 두 채중 한 채를 팔아 다주택자를 면했다고 하기엔 좀 멋쩍다. 노 실장도 현실적인 선택을 한 거다. 10억과 2억짜리 집 사이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초이스다. 그도 공직자이기 이전에 부동산 공화국에 사는 인간이다. 청와대는 곧 나올 거지만 집은 영원하다. 자식에게 물려줘야 할 수도 있고.  


4. 그러나 노 실장이 서울 알짜배기 지역에 위치한 똘똘한 한 채를 택하고, 청와대 참모들이 7달간 질질 시간을 끌며 다주택을 포기하지 못하는 순간 주택 공급을 늘리고, 투기 세력을 잡으라는 대통령님의 말이 공허해진다. 착한 투기와 나쁜 투기가 따로 있나.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다른가. 부모님이 사셔서, 애들이 살아야 해서 하는 구구한 사정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5. 오늘 노 실장 해프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높은 분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했다. 맘 속으론 어렴풋이 알았는데 공개적으로 확인됐다. 그러니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나라님들도 포기할 수 없는 게 부동산인데.



6. 노 실장의 지극히 당연하지만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오늘의 선택이 끊임없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수억이 아깝지만 반포 집을 팔았다면 노 실장님은 정치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깡과 용기, 희생정신과 숙고 없이 어떻게 대통령을 보좌하고 계시는지 정말 궁금하다. 가혹한가? 실장님 뉴스 보면서 어이없고 허탈해서 웃는, 지금도 무주택자인 동시에 앞으로도 무주택자일 우리 서민들 인생이 더 가혹하다.


7. 한 전문가가 등기부를 열람해보니 2006년 국회의원이었던 노 실장은 반포 집을 담보대출 없이 매수했다. 갭 투자로 추정된다. 2003년 매수한 청주 가경동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근저당이 없었다. 반포 집을 매수하기 한 달 전, 국회 건설교통위 소속이었던 노 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재건축 개발부담금) 문제의 본질은 위헌 여부가 아니라 부동산 상승분을 개인소득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부담금 부과에 반발하는 데 있다" "오히려 제도가 약하다고 생각하며 솜방망이가 되지 않으려면 더 세게 해야 한다"라고.


그냥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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